정부가 서울 등 도심 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개선한다.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을 제정해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통합하는 한편 주민 동의율 등 사업 조건은 완화할 계획이다. 재건축·재개발 절차를 최대 6년 앞당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12일 국토교통부는 서울에서 추진 중인 38만 가구 규모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 계획안을 발표했다.
정비사업 절차를 간소화하고 각종 규제는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토부는 사업 과정에서 단계마다 수립해야 하는 계획을 통합 처리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한다. 정비사업의 첫 단계인 기본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하나로 묶고,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절차도 통합하는 식이다.
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정비계획을 수립한 뒤 바로 조합설립이 가능해진다. 이후 사업 시행과 관리처분 인가를 함께 처리한 뒤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한 국토부 핵심관계자는 “올해 1·10 대책에서 도입된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통해 3년, 이번 대책을 통해 다시 3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까다로운 정비사업 조건도 완화한다.
조합설립 동의율 조건은 70%로 낮아진다. 비용 부담이 문제가 됐던 조합 총회는 앞으로 온라인 진행이 가능해진다.
분양공고 통지 기한이 기존 120일에서 90일로 단축되고, 관리처분 전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출 보증 협의가 가능해진다.
사업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조합 내 갈등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중재에 나선다. 정부는 정비사업 지연 방지를 위해 조합장 등 임원 해임 총회 개최 때 지자체 신고를 의무화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을 낮춘다는 지적을 받은 세제는 완화하고, 용적률 등 건축 규제도 푼다.
우선 주택시장 안정을 이유로 도입한 재건축부담금 폐지를 추진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주민 부담과 주택공급 위축의 부작용만 있다”며 “폐지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된 만큼 정부 차원에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조합과 1주택 원조합원에겐 취득세를 대폭 감면한다.
정부는 오는 9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해 규제지역이 아닌 지역에서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는 조합과 원조합원에게 취득세를 지자체 조례로 최대 40%까지 감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정비사업의 최대 용적률은 역세권에선 최대 1.3배, 일반지역에선 1.1배까지 추가 허용한다. 반면 용적률 완화에 따라 의무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임대주택 비율은 완화될 예정이다. 동 간 간격은 법적 최소 기준까지 완화를 허용하고 가구당 3㎡씩 확보해야 했던 공원 면적도 최소 기준을 상향하는 식으로 줄인다.
정비사업의 사업성 확보를 위해 중소형 주택 의무공급 비율은 폐지한다.
기존엔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재개발 지역에선 80% 이상, 과밀 억제권 내 재건축 단지는 60% 이상 공급해야 했다. 주상복합으로 재건축할 때 강제 적용한 건축물 용도 제한도 아파트와 업무, 문화시설이 함께 설치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 폐지될 예정이다.
다만 관련 내용이 적용되려면 9월 발의될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도시정비법을 개정하려면 국회 논의에 시간이 오래 걸려 제정법으로 대책을 적용할 예정”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설득해 대책 시행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