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 시장에 '거거익선(크면 클수록 좋다)' 트렌드가 확산되자 두 회사가 초대형 TV 수요를 잡기 위해 액정표시장치(LCD) TV에 눈을 돌리는 모양새를 보이면서다. OLED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에 LCD 시장을 내준 삼성과 LG가 애플의 패널 수급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11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100인치 이상 TV 출시를 고려 중이다. 양산 목표 시점은 내년 또는 내후년이다. 눈 여겨 볼 부분은 두 회사 모두 초대형 TV 패널로 비용, 내구성,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OLED보다 적합한 LCD를 채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이 대형 LCD 패널 생산을 종료하면서 100인치 이상을 생산할 수 없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미 국내 가전업계의 중국산 LCD 의존도는 높은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전체 TV의 90%, LG전자는 80% 이상을 중국산 LCD 패널 기반으로 만드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 세계 LCD 패널 시장도 TCL 등 중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전체 LCD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60.8%라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은 65·75·85인치 등 대형 LCD TV 패널 시장의 70~85%, 90인치 이상 초대형 LCD TV 패널은 거의 10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두 가전업체가 집중하던 OLED TV 시장은 역성장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OLED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 2분기엔 지난해보다 21% 증가했지만, 올림픽 특수를 기대한 예상된 결과였다.
와중에 국내 LCD 경쟁력은 있던 힘마저 빠지고 있다. 지난 10일 삼성SDI는 디스플레이 소재로 쓰이는 편광필름 사업을 중국 업체에 매각하기로 했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소재가 중국에 넘어가면 국내 LCD 산업 생태계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애플처럼 LCD 패널을 수급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포털에서 디스플레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군배 씨는 "애플은 같은 LCD 패널이라도 자신들의 기술을 가미한 패널을 구입한다"며 "우리 기업도 LCD패널은 중국, 대만에서 받아도 패널 색상을 컨트롤하는 칩셋 등 일부 기능은 별도 공정에서 하는 등 차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