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가 남양유업의 최대주주 및 경영권을 쥐고 있음에도 여전히 잡음이 들끓고 있다. 홍원식 전 회장이 남양유업을 떠난지 반 년이 넘었지만 법적 소송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경영 리스크 속 사업 정상화 및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적자 개선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주홍글씨처럼 지워지지 않는 홍원식 전 회장으로 실적 돌파구 찾기 및 소비자 신뢰 회복에 차질을 빚는 모습이다.
2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측은 전날 서울중앙지검에 한앤코 한상원 대표 등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홍 전 회장 측은 “피고소인들은 홍 전 회장에게 남양유업 주식을 넘겨주더라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일정한 지위를 보장해 줄 것처럼 속였다”며 “다른 업체에서 제시한 매매 대금에 대한 차액이 800억원 상당임을 감안하면 그 손해는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앤코는 남양유업 홍원식 전 회장과 법적 분쟁을 벌이다가 지난 1월 대법원판결에 따라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이로써 남양유업의 60년 오너 경영 체제가 막을 내렸다.
그러나 홍 전 회장은 지난 5월 회사를 상대로 약 444억원 규모의 퇴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한앤코는 지난 8월 홍 전 회장과 전직 임직원 3명을 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고소하면서 맞불을 놨다. 회사가 횡령당했다고 주장하는 금액은 약 201억원이다.
이밖에도 남양유업은 홍 전 회장 측으로부터 고가의 미술품을 인도받기 위해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회사가 유명 팝 아트 작가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스틸 라이프 위드 램프’ 등 3개 작품을 구매했으나, 구매 직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소유자 명의를 홍 전 회장 측으로 이전했다고 주장했다.
남양유업은 홍 전 회장과의 계속되는 분쟁으로 경영 정상화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적 개선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양유업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4.5% 하락한 478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지난 2022년부터 매년 지속되고 있다. 작년까지 누적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3140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234억원으로 전년(224억원)보다 불어났다.
실적 부진은 유제품 중 전체 매출의 절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우유류 제품의 부진 탓이다. 올해 우유류 매출액은 23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했다.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분유류 매출도 934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하락했다.
남양유업은 실적 개선을 위해 디저트 브랜드 ‘백미당’을 중심으로 한 외식 사업을 앞세워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외식 사업 중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스테쏘’, 철판요리 전문점 ‘철그릴’ 등 수익성이 낮은 브랜드들의 정리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한편 ‘백미당’은 지난달 신규 매장을 여는 등 꾸준히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홍 전 회장과 진행 중인 소송 건들은 성실하게 임하고, 법적인 조치가 필요하면 취해나갈 예정”이라며 “지금은 기업의 체질 개선 등 경영정상화 작업을 지속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