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인플레이션감축법(IRA)를 '녹색 사기'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폐지 또는 혜택 감소를 주장해 왔다. IRA는 친환경적 투자나 전기차 등에 대해 보조금을 제공해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는 법안이다.
그는 지난 8월 "저는 전기차(EV)의 열렬한 팬이지만, 가솔린차나 하이브리드차(HEV) 등 다른 모든 자동차도 좋아한다"고 언급하며 전기차에 제공되는 세액공제 혜택을 폐지하거나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했다.
완성차 업계는 IRA 폐지 또는 혜택 감소로 전기차 판매량 감소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우려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교수는 트럼프 당선을 자동차 업계의 악재로 표현했다. 그는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이 없어지고 IRA 폐기 등과 같이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기에 우리 기업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완성차 기업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3일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 '아이오닉9' 생산을 시작했다. 또 미국 남부지역 앨리배마 공장에서도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메타플랜트를 통해 전기차 모델을 연간 30만대 이상 생산할 예정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과 기아 조지아 공장에서 만드는 EV9은 IRA에 따른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과 함께 혜택 여부는 불확실하다.
현대차는 기존 전기차 생산 공장이던 메타플랜트에서 하이브리드차 생산 계획을 밝혔다. 이를 두고 김필수 교수는 "현재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기에 이에 맞춰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하는 전략은 아주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위험 요소가 된 건 미국의 전기차 생산 업체 테슬라도 마찬가지다. 대선 후보 시절 트럼프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수혜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내년 상반기 신형 중저가 모델 출시 계획을 발표하며 경쟁력을 높였다.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내릴 경우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에 따른 내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유럽이나 신흥국, 개발도상국으로 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를 막으면 중국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다"며 "저렴한 가격 덕에 많은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