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김창수 F&F(에프앤에프) 회장이 호기롭게 진출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기대와 달리 성과를 내지 못하며 난항을 겪고 있다. 엔터 산업을 통한 K패션의 세계화를 꿈꾸며 수익 다각화 작업에 나섰지만, 오히려 F&F 성장의 발목을 잡은 모습이다.
김 회장은 신사업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자금 수혈에 나서는 등 힘을 보탰으나 F&F엔터는 설립 2년차 만에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주력 사업인 패션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단기간 엔터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F&F의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45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083억원, 799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27.1%, 32.9% 감소했다.
F&F의 실적 부진은 9월 중순까지 이어진 더운 날씨로 인해 내수 가을·겨울(F/W) 의류 판매가 지연되면서 실적이 하락했다. 아울러 중국 따이궁(보따리상) 물량 조절로 인해 면세점 매출이 줄어든 부분도 악영향을 미쳤다.
감가상각비 및 임차료 등 고정비용이 유지되는 가운데 매출이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뒷걸음질 쳤다는 설명이다.
F&F는 MLB를 비롯해 디스커버리, 수프라, 듀베티카 등의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나올 정도로 글로벌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특히 주력 브랜드인 MLB의 경우 중국에서 매장 수가 1100개까지 늘어나며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F&F 관계자는 “패션업계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시장에서 견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안으로 중국 내 디스커버리 매창을 오픈하고 2025년까지 100개 매장 오픈을 목표로 성장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F&F가 신사업의 일환으로 뛰어든 엔터테인먼트의 수익성 확보다. F&F는 지난 2022년 3월 드라마 제작사 빅토리콘텐츠를 235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11월에는 자회사 F&F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패션 외 영역에서 새 먹거리를 발굴해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F&F엔터는 초대 수장으로 카카오엔터 출신 최재우 대표를 선임하고 연예 매니지먼트 및 음반 기획 사업에 나섰다.
F&F는 그동안 협찬과 광고 등을 통해 F&F엔터가 진행하는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의 제작비를 대는 형태로 간접적 지원을 해왔다.
F&F는 올해 3월 F&F엔터에 3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처음 참여했다. 첫 걸그룹 육성에 필요한 초기투자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F&F엔터가 설립 2년차 만에 자본잠식 상태에 접어든 점도 F&F가 추가 출자를 단행한 배경으로 거론된다. F&F엔터의 지난해 3분기 마이너스(-) 59억원 수준이던 자본총계는 올해 3분기 –103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69억원에 달했다.
향후 F&F가 추가 출자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F&F엔터가 투자 비용을 상쇄할 수익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종영한 ‘유니버스 티켓’의 제작비는 100억원 규모였지만 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투자금 회수도 전무하다.
F&F엔터는 아직 F&F의 전체 매출액 중 1%의 비중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F&F엔터가 수년 내 성과를 거둬 F&F에서 존재감을 발휘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