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한국 제약 산업은 지난 수십 년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특히 혁신적인 제약 기술력을 바탕으로 탄생한 국산 신약 9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국산 신약 중 처음으로 FDA 승인을 받은 제품은 LG화학이 개발한 ‘팩티브정’이다. 1991년 연구를 시작해 11년간 약 3000억원을 투자해 개발된 팩티브는 2003년 FDA 승인을 획득하며 국내 제약 산업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팩티브는 퀴놀론 계열의 항균제로 만성기관지염의 급성 악화, 폐렴, 부비동염, 중이염 등에 1일 1회 복용하도록 설계됐다. 이 약물은 세균의 DNA 합성에 관여하는 'DNA gyrase'와 'Topoisomerase Ⅳ'의 작용을 억제해 항균 효과를 나타낸다.
당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팩티브는 만성호흡기질환 및 부비동염에 5일, 폐렴에는 7일 등 짧은 치료 기간에도 높은 치료율을 보였으며 발진 등 일부 이상 반응은 경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한 광독성 및 간독성 등 퀴놀론 계열 항균제의 특징적인 부작용도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FDA 승인을 받은 두 번째 국산 신약은 2014년 허가된 동아ST의 ‘시벡스트로’다. 팩티브 승인 이후 12년 만에 FDA 승인을 받은 시벡스트로는 2007년 미국 머크사에 기술 이전돼 개발됐다.
시벡스트로는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등 그람 양성균에 의한 급성 세균성 피부 및 연조직 감염(ABSSSI) 치료를 위한 경구제와 주사제로 6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빠르고 안전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
현재 시벡스트로는 국내를 제외하고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업계에 따르면 시벡스트의 지난해 미국 매출은 약 6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에는 SK케미칼의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가 미국 시장에 입성했다. 앱스틸라는 지난 2009년 호주 CSL사에 기술 수출된 바이오 신약으로 '단일 사슬형 분자구조‘를 가진 혈액 응고 제8인자 혈우병 치료제다.
기존 혈우병 치료제는 분리된 두 개의 단백질이 연합된 형태였다. 반면 단일 사슬형 분자구조는 두 단백질을 하나로 완전 결합시켜 안정성을 개선하고 약효 지속 시간을 늘려 출혈 관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했다. 글로벌 임상 결과에 따르면 기존 약물 대비 약 40%가 개선된 효과를 보였다.
2019년 SK바이오팜은 FDA로부터 두 신약의 승인을 받아 겹경사를 맞았다. 수면장애 치료제 ‘수노시’와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가 FDA 허가를 획득하며 해외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수노시는 수면장애와 수면무호흡증 치료제로 SK바이오팜이 1상 임상까지 완료한 뒤 2011년 미국 재즈사와 글로벌 상업화 권리를 이전했다.
원래 수노시는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돼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사에 기술수출을 했으나 임상 실패 후 적응증을 변경해 수면장애 치료제로 새롭게 개발됐다. 임상결과 수노시는 기면증 또는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과 연관된 성인 과도 주간 졸림증 환자 900명 이상이 참여한 시험에서 효능이 입증됐으며 플라시보 대비 효과가 6개월 이상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엑스코프리는 기존 알약 형태에서 액상형 제제로 변경해 FDA 승인을 받았다. 액상형은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뇌전증 환자를 위해 설계됐으며 비위관을 통해 투여도 가능하다.
뇌전증 환자 24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액상형 제제는 기존 알약과 생물학적 동등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주요 평가 지표는 최대 혈중 농도(Cmax)와 혈중 농도 곡선하 면적(AUClast)이었다.
2023년에는 셀트리온의 ‘짐펜트라’와 GC녹십자의 ‘알리글로’ 두 제품이 FDA 승인을 받았다.
짐펜트라는 셀트리온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인플릭시맙 성분을 피하주사제형(SC)으로 개선한 제품이다. FDA는 짐펜트라의 FDA 허가 협의 당시 제품의 차별성을 인정해 신약 허가 절차를 권고했으며 셀트리온은 이를 위해 두 건의 신규 글로벌 3상 임상을 수행했다.
크론병 환자 343명과 궤양성 대장염 환자 438명을 대상으로 한 54주간의 임상시험에서 짐펜트라는 임상적 관해 및 내시경적 반응률 등 주요 변수에서 위약 대비 우월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또한 셀트리온은 짐펜트라의 적응증 추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8월에는 FDA에 짐펜트라의 류마티스 관절염(RA) 적응증 확장을 위해 임상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했다. 해당 임상에서는 총 189명의 RA 환자를 대상으로 짐펜트라 투약군과 대조군을 나눠 효능 및 안전성 등을 비교·분석한다.
GC녹십자가 8년간 두 번의 실패를 딛고 세 번째 도전 끝에 FDA 승인을 받은 혈액제제 알리글로는 선천성 면역결핍증(1차 면역결핍증) 치료에 사용되며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10% 제제로 항체를 통해 면역을 형성하는 단백질이다.
GC녹십자는 알리글로 적응증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17세 이상 성인 대상이었지만 소아 임상 3상을 진행하며 치료 대상 연령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올해 유한양행의 폐암 표적항암제 ‘렉라자’가 얀센의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 이는 2015년 제노스코로부터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한 지 9년 만에 이룬 성과다.
렉라자는 폐암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성장인자 수용체(EGFR)의 신호 전달을 방해해 암세포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다.
유한양행은 2015년 제노스코로부터 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을 도입해 전임상 및 초기 임상시험을 진행해 가치를 입증한 뒤 2018년에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기술수출했다.
3상 임상 결과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은 오시머티닙 단독요법 대비 질병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0% 감소시켰으며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23.7개월로 오시머티닙의 16.6개월을 크게 앞섰다. 또한 반응 지속 기간(DOR)도 25.8개월로 오시머티닙의 16.8개월보다 9개월 더 길었다.
특히 TP53 돌연변이, 뇌 전이 또는 간 전이가 있는 고위험 환자에서도 병용요법은 일관된 PFS 개선효과와 함께 전체 생존율(OS)에서도 우수한 경향을 보여 폐암 치료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이처럼 다양한 국산 신약들이 FDA 승인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증명하며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렉라자를 비롯한 다양한 국산 신약들이 향후 글로벌 무대에서 더 큰 성과를 내며 한국 제약 기술의 위상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