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는 3일 오일권 교수(지능형반도체공학과·전자공학과)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팀이 반도체 배선 물질로 활용되는 극초박막에서 전기 저항 즉 비저항(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정도)이 감소하는 차세대 금속 물질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아주대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 위상 준금속 물질은 기존 금속과는 정반대의 특성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금속 박막의 두께가 얇아질수록 비저항이 증가하는 반면 이 신물질은 박막의 두께가 감소할수록 오히려 비저항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현상을 나타낸다. 이는 반도체 미세화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배선 저항 증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뿐만 아니라 이 위상 준금속 물질은 현재의 반도체 공정에도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호환성을 자랑한다. 400도 미만의 저온에서 성장이 가능하며 일반적인 금속이 가지는 결정질(단결정 또는 다결정) 형태가 아닌 비정질 형태의 박막임에도 불구하고 비저항 역행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즉 별도의 고온 공정 없이도 구현 가능하며 반도체 소자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저온 공정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반도체 배선 물질 활용의 가장 큰 걸림돌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한 셈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특성은 반도체 산업의 판도를 바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기존 금속 배선은 미세화 공정이 진행될수록 저항이 증가하여 성능 향상에 한계를 보였지만 이 신물질은 오히려 미세화될수록 저항이 줄어들어 더욱 빠른 속도와 효율성을 가진 반도체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아주대 연구팀은 현재 후속 연구로 원자층 증착 공정 기반의 위상 준금속 공정을 개발 중이다. 원자층 증착법은 물리 기상 증착법에 비해 원자 단위로 박막의 두께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더욱 미세한 공정에 적합하며 상용화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오일권 교수는 “기존에 시도된 적 없는 연구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물질을 최초로 실험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며 “이번 연구를 통해 확보한 신개념 금속 물질은 한계에 직면한 미래 반도체 기술의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으며 미래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선점할 원천 기술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그 응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극초박막 비정질 NbP 준금속 내 표면 전도와 전기 비저항의 감소(Surface Conduction and Reduced Electrical Resistivity in Ultrathin Non-Crystalline NbP Semimetal)’라는 제목으로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1월호에 게재되었다.
이번 연구에는 아주대 연구팀 외에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전자공학과의 에릭 팝 교수와 아시르 인티자르 칸 박사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아주대 연구팀은 물질 합성, 메커니즘 및 물성 연구를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물질 합성 및 전기적 특성 연구를 각각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