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핵심기술은 반도체·자동차·이차전지 등 우리나라의 주력산업 관련 기술 가운데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보와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제9조에 따라 지정된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관은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법정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보유 중인 기술을 수출하거나 외국인이 보유기관을 인수·합병할 땐 정부로부터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15일 한온시스템에 따르면 한온은 자동차·철도 분야에 포함된 하이브리드 및 전력 기반 자동차 시스템 설계 및 제조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보유하고 있다.
해당 핵심기술에는 한온시스템의 주력 제품인 자동차 ‘공조시스템’이 포함돼 있다. 공조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차량의 난방, 환기, 냉방 등을 아우르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하이브리차와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장 부품 가운데열 관리 부품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수익성이 높은 제품군인 ‘e-컴프레서’가 여기에 해당한다. e-컴프레서는 전기로 구동되는 압축기로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의 배터리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한온시스템은 차량용 열 관리 시스템 세계 시장점유율이 13%로 세계 2위다. 이에 따라 지난 2021년 예비 입찰에 글로벌 3위 공조시스템 업체 프랑스 발레오, 4위 독일 말레 등과 사모펀드 운용사인 칼라일,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했다. 같은 해 류호정 의원(당시 정의당)이 국정감사 질의에서 “한온시스템이 외국계 사모펀드 또는 외국계 동종 부품사에 매각될 경우 정부 차원의 국부와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적극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시대로 전환되면서 전기 에너지 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이러한 기술과 노하우를 많이 갖고 있는 기업"이라며 "한온시스템의 열 관리 기술 노하우를 기업들이 서로 가져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공조 기술이 각광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기차에 올린 배터리의 열을 관리하는 기술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차량 배터리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냉난방 장치를 가동하는 기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3분기 전기차 캐즘에도 불구하고 전동화 매출이 이전 분기 대비 2%p 증가한 26%를 달성했다. 이와 관련 한온시스템은 “앞으로도 한온시스템은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전 차종에 대응이 가능한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고객사의 니즈를 적극 반영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온시스템이 꾸준히 자본 지출(미래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을 늘린 것도 전기차용 열 관리 시스템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다. 지난 2019년 1조4000억원에 캐나다 자동차 부품 제조사 마그나 인터내셔널의 유압제어장치 부문을 인수했다. 2023년부터는 미국 조지아주와 테네시주에 각각 4000만 달러(약 530억원), 1억7000만 달러(약 2270억원)를 투자해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2023년에만 연구개발(R&D)에 4430억원을 투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까지 한온시스템의 이자 비용은 영업이익의 83%를 집어 삼킬 정도로 늘었다. 한국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을 인수한 뒤에도 재무구조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장의 시각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한국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 인수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지불하며 나선 것과 관련해 향후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막대한 R&D 비용 지출에 따른 높은 신뢰성 덕분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자동차 타이어 사업을 하는 한국앤컴퍼니 입장에서는 미래형 자동차인 배터리 전기차에 들어갈 수 있는 열 관리 시스템에 대한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를 인수한 것”이라며 “한온시스템은 현대차·기아 배터리 전기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입지가 명확한 회사다. 결국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전문 컨설팅업체 AINs 이항구 연구위원(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도 “전기차 캐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미래차 시대가 오면 공조나 열 관리 시스템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잠재력 있는 회사로 보고 있다”며 “한국앤컴퍼니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