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국민 보고 브리핑에서 "2027년까지 GPU(그래픽처리장치) 3만 장을 확보해 AI 컴퓨팅 인프라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2030년 목표를 3년 앞당긴 것으로 AI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한 조치다.
정부는 이달 말 'AI 컴퓨팅 인프라 발전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전략에는 고성능 컴퓨팅 자원 확충 방안과 데이터센터 규제 개선 등이 포함된다. 특히 오는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국가 AI 컴퓨팅 센터 사업 설명회를 개최해 최대 2조 5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이 센터는 엔비디아 등 외국산 GPU를 우선 도입하고, 점진적으로 국산 AI 반도체 비율을 높여 1엑사플롭스(EF)급 연산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 장관은 "AI 분야의 GPU 구입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필요하다면 적극 검토하겠다"며 "국가 예산 677조 원 중 1조 원 정도를 AI에 투자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간 투자 유치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근 AI 업계에서 주목받은 딥시크 사례와 관련해 유 장관은 "국내에도 딥시크와 유사한 잠재력을 가진 AI 모델이 10개 정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정확도가 10% 이상 떨어지지만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는 "딥시크가 AI 산업의 판도를 완전히 바꾼 것은 아니지만 국내 스타트업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며 "저비용·저전력으로 고성능을 구현하는 AI 모델 개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협력 측면에서도 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선다. 유 장관은 오는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AI 행동 정상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석해 '국제 AI 안전연구소 네트워크' 의장국 수임을 제안할 계획이다. 한국은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AI 기본법'을 제정했으며 안전한 AI 사용을 위한 'AI 안전연구소'를 지난해 말 개소한 바 있다.
청년 일자리 지원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과기정통부와 고용노동부는 5일 AI·소프트웨어(SW) 교육 강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다. 이를 통해 '쉬었음' 청년들이 AI 및 SW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는 '사이버 스파이더' 시스템 고도화와 '엑스레이 시스템' 시범 도입을 추진한다. 사이버 스파이더는 사이버 사기 대응 시스템과 20억 건의 사이버 위협 정보 데이터셋을 연계 분석하는 시스템이며 엑스레이 시스템은 대량 문자 발송 전 스미싱 URL 포함 여부를 판단하는 기술이다.
양자 기술 분야에서는 민관합동 양자전략위원회를 다음 달 출범시키고 내년도 국가 연구개발(R&D) 투자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글로벌 R&D 2.0' 전략을 마련해 한-EU 연구혁신의 날을 개최하며 미국과의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유 장관은 "엄중한 정국 상황 속에서도 핵심 과제들이 국민의 삶과 산업 현장에서 빠르게 체감될 수 있도록 꼼꼼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면담을 통해 한국과의 투자 및 교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