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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제약회사 B사는 장기간 관찰이 필요한 물질관리와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일반 연구인력들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해 유연하게 근무하고 있지만, 부족한 근로시간을 관리자급 직원들이 채우면서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 관리자급 직원들은 피로가 누적되면서 휴직이나 퇴사를 고민하는 상황에 놓였다.
주52시간 제도 도입 5년차에 돌입한 올해 기업 연구부서 4곳 중 3곳이 연구개발 성과가 줄었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16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기업부설연구소·연구개발전담부서를 두고 있는 5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52시간 제도가 기업의 연구개발에 미치는 영향 조사'를 보면 기업 연구부서들의 75.8%는 '주52시간제 시행 후 연구개발 성과가 줄어들었다'고 응답했다.
제도 시행 이후 혁신성이 저하된 연구개발분야는 '신제품 개발'분야가 45.2%로 가장 많았고, 이어 '기존 제품 개선'분야(34.6%), '연구인력 역량축적'(28.5%), '신공정 기술개발'(25.3%)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근로시간 규제를 포함해 연구개발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여건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 중, '과학연구 관련 법률이 혁신을 지원하는 정도' 지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2018년 37위(총 63개국)에서 2024년 35위(총 67개국)로 여전히 낮은 순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기업의 53.5%는 이 제도로 '연구개발 소요기간이 늘었다'고 말했다.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기업의 연구개발부서에 주52시간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연구개발 인력 현황을 묻는 설문에 기업의 82.2%가 '부족하다'고 응답했고, 반면 적정하다는 응답은 17.6%에 불과했다. 이에 대한상의 측은 "근로시간 규제를 중소기업 현실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연구인력들이 중소기업에 유입되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들은 연구개발(R&D)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가장 적합한 근로시간제로 '노사가 합의를 통해 자율적 근로시간 관리'(69.4%)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어 연구개발 업무에 대해서만이라도 추가 8시간 연장근로 허용(32.5%)이 뒤를 이었다.
김종훈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상임이사는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기술혁신이 요구되는 시기"라며 "특히 반도체 등 국내 핵심 산업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R&D부문에 있어 유연한 근로시간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