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제조사 BYD가 국내에 출시한 ‘아토 3’의 사양이 글로벌 모델과 차이를 보이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과 유럽 등 주요 선진 시장에서는 15.6인치 디스플레이가 기본적으로 적용됐지만 한국에서 판매되는 모델에는 기존 12.8인치 디스플레이가 그대로 탑재됐다.
업계에서는 BYD가 글로벌 시장에서 신형 모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남은 재고를 한국에서 소진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BYD코리아는 "운전자 시야와 관련된 국내 안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크기를 조정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연식 변경을 통해 디스플레이 크기를 확대했음에도 한국 모델은 구형 디스플레이를 그대로 적용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세부 사양 조정이라기보다 재고 소진을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의혹이 아니어도 최근 BYD는 이미 한국 시장 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BYD는 환경부로부터 소음 및 배출가스 인증을 받았지만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 필요한 일부 기능을 갖추지 못해 보조금 지급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 처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전기차 화재 사고를 염두에 두고 올해부터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해 제조물 책임보험에 가입하고 배터리 충전량 정보(SOC) 기능을 탑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아토3 보조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추후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 국내외 자동차 기업들이 저가형 전기차 출시를 계획 중인 상황에서 보조금 일정이 늦어지거나 보조금이 줄어들 경우 가격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BYD의 한국 시장 진출 로드맵이 어긋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BYD가 한국 시장 진출에 공들여 온 이유가 단순한 판매량 때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신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고, 차량의 성능과 가격을 철저히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비아디가 한국 시장에서 신뢰를 얻는다면 다른 선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한국에서 성공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도 나왔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 시장은 전체 규모로 보면 중국이나 유럽에 비해 작지만 소비자 눈높이가 매우 높은 시장”이라며 “OECD 선진국 중에서도 소비자들의 요구 수준이 까다워 한국에서 인정받는 것이 글로벌 진출의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