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GM한국사업장(GM)은 '안전'과 '고객' 두 단어를 강조하며 서울 서비스센터를 소개했으나, 20분가량 진행된 서비스센터 투어에서 안전과 고객을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에 급기야 기자는 "혹시 안전을 어디서 확인할 수 있나요"라고 물었고 돌아온 답변은 "저희 매달 2~3번씩 안전 교육해요"였다. 서비스센터 관련 답변이 아닌 GM 자체에 해당하는 대답이다.
또 서비스센터 내 수리 공간에 그어진 파란 선을 강조하며 라인을 따라 걸으라고 했지만, 정작 밖으로 이탈한 기자들에 별다른 제재도 언급도 없었다. 심지어는 2층 수리 센터를 설명할 때에는 파란 선에서 나와 들으라는 지시도 있었다. 안전에선 완벽히 멀어진 순간이었다.
국내 시장에서 점점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전동화 전략도 서비스센터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 서울 서비스센터에 1, 2, 5 층을 둘러보는 동안 기자의 눈에 들어온 충전기는 단 한 대뿐이었고, 5톤(t)까지 실을 수 있는 엘리베이터 외에는 전동화 시대를 위한 별도의 수리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지난 2월 포르쉐가 공개한 성수 서비스센터와 대조됐다. 당시 기자가 방문한 포르쉐 성수 서비스센터에는 4대의 320kW 초급속 충전기를 포함해 총 31대의 충전 인프라를 구축했다. 또 고전압 배터리 수리를 위한 별도의 수리 공간과 테크니션도 마련돼 그들의 전략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투어 내내 불편한 점은 또 있었다. 헐떡거리는 '안전화'였다. 이날 행사에는 250㎜ 크기부터 제공됐다. 235㎜의 발을 가진 기자에게는 어림도 없는 사이즈다. 현장에 방문한 발이 작은 기자들에게 이는 공통적으로 불편한 사안이었다. 한마디로 안전없는 안전화다.
커다란 발 크기에만 맞는 안전화가 마련된 점에서는 더 큰 의문이 생겼다. GM이 지난해 여성 임원 2명에 관한 인사를 자랑스레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말'로만 강조하는 정책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사실 이번 행사 목적은 방문 전부터 대략 유추할 수 있었다. 'GM 한국 철수설'이 그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GM 관계자는 부인했지만 부실한 행사를 본 후엔 더욱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GM은 국내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90%를 미국에 수출한다. 이에 최근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화하고, 관세 장벽이 높아질 경우 GM의 한국 철수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간담회에서 해당 질문은 아예 받지도 않았으며 철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GM 측은 우회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는 점 자체가 불안감을 더 키웠다.
GM은 이날 기자 간담회를 통해 불안감을 덜어내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 불안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 꼴이 됐다. 덮으려 하면 할수록 더 커지는 파문, 감추려 할수록 선명해지는 글씨.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