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을 이끌며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견인해온 한 부회장이 25일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별세했다. 향년 63세. 삼성전자의 TV 사업을 19년 연속 세계 1위로 이끈 그는 조직 내에서 성실함과 끈기를 상징하는 ‘코뿔소 사장’으로 불렸다.
한 부회장은 1988년 삼성전자 영상사업부에 입사한 이래 LCD TV 개발을 비롯한 영상디스플레이사업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17년 사장으로, 2021년 말에는 DX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생활가전, 모바일 등 다양한 제품군의 기술 혁신을 주도했다. 업계는 그를 ‘삼성전자의 글로벌 브랜드 위상을 한층 끌어올린 강력한 리더’로 평가해왔다.
그는 미국 CES 2022에서 기조연설자로 첫 글로벌 무대에 나선 이후 지속가능성,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비전에 대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발신하며 삼성의 기술철학을 대변했다. 또 품질혁신위원회 수장을 맡아 전사 차원의 품질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도 앞장섰다.
최근에는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회장직을 연임하며 규제 대응, AI 생태계 조성, 민관 소통 확대 등 산업 전반의 발전을 위한 활동도 병행했다. 지난 19일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로봇·메드텍·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겠다”며 강한 의지를 밝힌 직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AWE 2025 전시회에도 참석하는 등 마지막까지 활발한 경영 활동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