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건설업계가 연말 인사 시즌에 들어서며 희비가 갈리고 있다. 한쪽은 신사업 확장을 위한 기술형 조직 개편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다른 한쪽은 급격히 높아진 부채비율과 적자 속에서 재무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워 ‘버티기 경영’에 들어갔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SK에코플랜트·한화건설부문 등은 기술과 글로벌 사업을 중심으로 인사를 단행한 반면, 코오롱글로벌·신세계건설 등은 재무통 대표를 선임하며 위기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같은 시기, 같은 업종이지만 회사마다 완전히 다른 인사 기조를 보여주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7일 발표한 조직개편에서 원자력사업단을 CEO 직속으로 격상했다. 기존 플랜트사업본부 산하 조직을 최고경영자 직속 체계로 올려 투르크메니스탄, 체코, 모잠비크 등 신규 원전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GTX-B 민자사업,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홍천 양수발전소 등 대형 토목 사업을 전담할 CM(건설사업관리) 조직도 새로 만들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기술 기반의 글로벌 확장을 위한 전사적 체질개선”이라며 “프로젝트 중심의 민첩한 조직으로 개편했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건설업의 경계를 넘는 인사를 단행했다. 신임 김영식 사장은 SK하이닉스 양산총괄 출신으로, 반도체 공정 전문가다. 회사는 “반도체 공정 서비스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AI·데이터센터 건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의 전통적 한계를 기술 융합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현대건설도 글로벌 에너지 시장 공략을 위해 웨스팅하우스 부사장 출신 원전 전문가 마이클 쿤(Michael Coon)을 새롭게 영입했다. 대형사들은 공통적으로 ‘신성장동력 확보’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반면 중견사들의 분위기는 무겁다. 코오롱글로벌은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388%로 치솟았고, 상반기 순손실만 571억원에 달했다. 신세계건설 역시 상반기 영업손실 368억원, 부채비율 259%로 급등했다. 양사 모두 올해 상반기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외부 재무 전문가를 대표로 내세웠다.
코오롱글로벌은 김영범 코오롱ENP 대표를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김 대표는 그룹 구조조정본부, 코오롱아이넷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거친 ‘위기관리형 재무통’으로 평가받는다. 신세계건설은 강승협 신세계푸드 대표를 선임하며 그룹 내 비용 효율화와 재무 안정화 역할을 맡겼다.
한화그룹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한화 건설부문 신임 대표로 김우석 한화 전략부문 재무실장을 내정했다. 김 대표는 30년간 그룹 내 재무 라인을 거친 전문가로, 안정적 수주와 재무 건전성 강화, 안전경영이 임무로 주어졌다.
올해 건설사 인사의 공통점은 ‘성장’과 ‘방어’의 양극화다. 대형사는 신사업·글로벌 확장이라는 공격 카드를 꺼냈고, 중견사는 재무 안정화와 생존에 방점을 찍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건설경기 양극화의 인사판 반영”으로 본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이제 건설사는 얼마나 짓느냐보다 얼마나 버티느냐가 관건”이라며 “수주보다는 현금 흐름, 기술보다는 리스크 관리가 우선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PF 부실, 고금리, 미분양 리스크가 누적되면서 건설사들의 경영 전략은 ‘공세형’과 ‘수비형’으로 명확히 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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