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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한국 정치, 이대로는 안 된다. (5)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양규현 사장
2025-11-28 11:31:43

정치인 언행 일치는 곧 국민 신뢰 회복

양규현 이코노믹데일리 사장
양규현 이코노믹데일리 사장
정치인들의 언행 불일치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 앞에서는 공정과 정의를 외치며 근엄한 표정을 짓지만, 정작 뒤로는 사익 앞에서 언제든 태도를 바꾸는 일이 너무나 흔하다. 

정치권은 이중적 행태가 들통날 때마다 “국민께 송구하다”는 똑같은 문구를 반복하지만, 반성과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 국민은 놀라기보다 지쳤고, 분노하기보다 냉소가 깊어졌다. 그렇게 ‘내로남불(內勞南不)’은 대한민국 정치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최근의 사례만 보더라도 그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신들이 가진 직무상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에 나섰다가 들킨 의원들, 자녀 교육을 명분으로 아무렇지 않게 위장전입을 단행한 인사들, 갭 투자로 시세 차익을 챙기면서 한편으로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법을 만든다며 목소리 높이던 정치인들까지. 이렇게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모습을 보고 국민이 어떻게 그들의 주장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바로 이런 때 쓰라고 만들어진 말이 ‘표리부동(表裏不同)’이다.
 
문제는 이런 위선적 행태가 단발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들킬 때마다 “개선하겠다”고 말하지만, 돌아서면 다시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지적을 받으면 오히려 큰소리치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은 ‘적반하장(賊反荷杖)’에 다름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누적된 위선이 정치 전체에 대한 국민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 정치 불신은 이제 구조적 회의로 변했고, “정치인은 원래 그렇다”는 씁쓸한 말이 일상어가 되어버렸다. 신뢰가 무너진 정치가 아무리 개혁을 외쳐도 그 말은 공허하게 울릴 뿐이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이 위기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정치인의 윤리 의식이 낮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낮은 윤리를 방치해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에 있다. 

제도가 허술하니 도덕이 흔들리고, 도덕이 무너지니 신뢰가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국민의 정치 불신을 되돌리려면, 이 구조를 송두리째 뜯어고쳐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안해 본다. 먼저 이해충돌 방지 체계를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비공개 정보 기반 투자나 부동산 투기와 같은 행위를 사전에 원천 봉쇄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국회의원 본인은 물론 가족 명의까지 포함한 전수 조사가 가능해야 한다. 공직자의 재산 변동 과정 전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의혹이 생기기 전에 미리 차단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 정치권 외부에서 감시·징계를 결정하는 상설 시민 감시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국회 윤리특위가 동료 감싸기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정치인 스스로가 징계를 판단하는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변호사·회계사·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독립기구가 공직자 윤리 위반에 대해 실질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다음은 위선적 언행에 대한 강제적 책임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 위장전입·갭 투자·입시 특혜·정보 이용 투자 등 국민 분노를 일으키는 사안에 대해 일정 기준 이상 적발되면 자동으로 공직에서 배제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공인은 일반 국민보다 더 높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법으로 명문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직자 윤리 교육을 실효성 있게 개편해야 한다. 지금처럼 보여주기식 교육으로는 아무런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실제 상황 기반 윤리 훈련, 이해충돌 회피 사례 연구, 정기적인 윤리 감수성 점검 등 실질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투명한 공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출결 현황, 법안 발의, 징계 이력, 이해충돌 회피 노력 등 의정활동의 모든 요소가 실시간으로 공개돼야 한다. 정치인은 국민의 평가에서 숨을 곳이 없어야 한다.

정치가 신뢰를 잃으면 국가의 기초가 흔들린다. 정치인은 국민이 띄우는 배이며, 국민은 언제든 그 배를 뒤집을 수 있다. 고사성어 ‘군주민수(君舟民水)’가 전하는 경고는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하다. 

정치권이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는 여전히 어둡기만 할 것이다. 국민은 더 이상 공허한 말이 아니라 실천하는 지도자를 원한다. 그리고 그 실천이야말로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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