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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과 관행의 경계에 선 자본, 선박왕 권혁] ③ 글로벌 기준과 한국의 판단, 권혁 사건을 둘러싼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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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과 관행의 경계에 선 자본, 선박왕 권혁] ③ 글로벌 기준과 한국의 판단, 권혁 사건을 둘러싼 시선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한석진 기자
2026-01-09 15:56:54

절세와 탈세의 경계는 어떻게 그어졌나

권혁 시도그룹 회장 그래픽ChatGpt
권혁 시도그룹 회장 [그래픽=ChatGpt]

[이코노믹데일리] “세계적인 기업들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권혁 시도그룹 회장은 조세 분쟁 과정에서 이런 취지의 주장을 반복해 왔다. 이 발언은 자칫 책임을 피하려는 말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들이 나라별 세법 차이를 이용해 세금 부담을 낮춰 온 사례가 실제로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 주장을 곧바로 부인하기도 어렵다.
 

9일 법조계와 업계에 따르면 핵심은 ‘절세’와 ‘탈세’의 차이다. 절세는 법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세금을 줄이는 행위다. 반면 탈세는 소득이나 재산을 숨기거나 거짓으로 신고하는 불법 행위다. 문제는 이 두 영역의 경계가 언제나 분명하지 않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글로벌 IT 기업들이다. 구글은 한때 유럽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아일랜드 등 세율이 낮은 나라로 옮기는 방식으로 세금을 크게 줄였다. 당시 이 방식은 각국 법률을 형식적으로 위반하지 않았고 합법적인 절세로 분류됐다. 애플 역시 특정 국가의 세제 혜택을 활용해 매우 낮은 세율을 적용받았다. 이후 유럽연합(EU)은 “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공정하지 않다”며 수십조 원에 달하는 세금을 다시 부과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대응 방식이다. 이들 기업은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다. 대신 “세금을 더 내라”는 행정적 조치가 내려졌다. 국제사회는 오랫동안 절세 문제를 형벌보다는 제도 보완의 문제로 다뤄 온 셈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제 규칙도 바뀌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다국적 기업이 이익을 인위적으로 옮기지 못하도록 기준을 강화했고,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는 최소한의 세율을 적용하는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도 도입됐다. 과거에는 가능했던 절세 방식이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 방향으로 규칙이 정비되고 있는 것이다.
 

권혁 회장 사건을 이 맥락에 놓고 보면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권혁 회장 측은 해외에 회사를 세우고 선박별로 법인을 운영하는 방식이 국제 해운업계에서 오랫동안 사용돼 온 관행이라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해운업은 선박 등록 국가, 운항 지역, 금융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여러 나라에 법인을 두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 자체만으로 위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 사법 당국이 문제 삼은 부분은 관행 그 자체가 아니었다. 해외 법인을 세운 목적이 단순한 사업 편의인지 아니면 실제 소득의 주인을 숨기기 위한 수단이었는지에 판단의 초점이 맞춰졌다. 즉 “세금을 줄이려는 설계”가 아니라 “누가 돈을 벌었는지를 감추려 했는가”가 쟁점이 됐다.
 

재판 결과도 이를 반영했다.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것은 아니었다. 일부는 무죄가 선고됐고 일부만 형사 책임이 인정됐다. 사법부가 절세와 탈세를 일괄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개별 행위의 성격을 나눠 살펴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논란은 남는다. 국제적으로는 비슷한 사안이 주로 세금 추징이나 제도 개선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형사 절차까지 이어진 한국의 대응이 다소 엄격하게 보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반대로 고액 자산가의 조세 문제에 형사 책임을 묻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이 사건은 법 위반 여부뿐 아니라 조세 형평성에 대한 판단이 어떻게 이뤄져 왔는지를 함께 보여준다. 국제사회는 유사한 사안에 대해 형사 책임보다는 제도 정비와 사후 조정을 중심으로 대응해 왔고 관련 논의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권혁 회장 사건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실제 사법 판단으로 이어진 사례 가운데 하나로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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