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노동 현장은 유난히 거칠다. 성과급을 둘러싼 공개적 파업 언급이 이어지고 하청·비정규직 노조의 원청 직접 쟁의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을 둘러싼 해석 논란까지 더해지며 노사 관계의 긴장 수위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 흐름은 우연이 아니다. 법 시행을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에서 노사 힘의 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를 둘러싼 선점 경쟁이 시작됐다고 보는 편이 현실에 가깝다.
노란봉투법의 취지는 분명하다. 손해배상 청구 남용을 제한하고 간접고용 구조 속에서 책임을 회피해 온 사용자 개념을 재정립하겠다는 문제의식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누적된 불합리를 바로잡겠다는 출발점 역시 정당하다. 그러나 법은 취지가 아니라 설계로 평가된다.
지금 경영계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사용자 범위의 불명확성이다. 안전·품질·납기 등 법령상 의무를 이행하는 것만으로도 사용자로 간주될 수 있다면 원청 기업은 사실상 모든 하청 노사 갈등의 잠재적 당사자가 된다. 이는 책임의 확대가 아니라 책임의 무차별화에 가깝다. 책임이 흐릿해질수록 책임 있는 의사결정은 사라진다.
고대 로마법에는 “법은 명확해야 한다(Lex clara)”는 원칙이 있었다. 명확하지 않은 법은 법이 아니라 권력으로 인식됐다.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모호한 상태에서 쟁의와 파업의 문만 먼저 열어둔다면 현장은 협상의 공간이 아니라 힘겨루기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갈등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고액의 성과급 합의를 마친 뒤 다시 특별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 가능성을 거론하는 모습은 정당한 보상 요구라기보다 ‘지금이 유리한 시점’이라는 계산으로 읽힌다. 실적은 최고 수준이지만 이익은 줄었고 글로벌 불확실성은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노사 협상의 기준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아니라 가능한 최대치의 분배로 이동하고 있다면 이는 공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역사적으로도 노동과 자본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사회는 성장 동력을 잃었다. 1970년대 영국은 강성 노조와 정치의 결합 속에서 이른바 ‘영국병’에 빠졌다. 파업은 일상이 됐고 투자자는 떠났으며 실업률은 급등했다. 이후 대처 정부가 선택한 급격한 반대 방향 역시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남겼다. 교훈은 분명하다. 한쪽으로의 과도한 기울어짐은 언제나 더 큰 반작용을 낳는다.
노동자 보호와 빈부 격차 해소라는 명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일자리는 법 조항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업이 시작돼야 고용이 생기고 투자가 있어야 분배도 가능하다. 법 시행 이후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고 국내 증설 대신 해외 이전을 선택한다면 그 비용은 결국 노동자에게 돌아간다.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법이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이는 입법의 자기부정이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부담은 더 크다. 원청 지위에 있더라도 모든 하청 근로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럼에도 쟁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 이는 통제 없는 책임을 강요하는 구조다. 책임과 권한이 분리된 조직은 지속될 수 없다. 이는 경영의 기본 원칙이자 상식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전이 아니라 재논의다. 시행이 임박했다고 해서 손을 놓고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법의 취지를 살리되,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보완 논의가 필요하다.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보다 구체화하고 쟁의 대상과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노조의 권리가 확대되는 만큼 권리 행사에 따르는 책임과 절차 역시 분명히 해야 한다.
노사 모두가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노동과 자본은 적대 관계가 아니라 공존 관계다. 어느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한쪽도 설 자리를 잃는다. 애덤 스미스가 말했듯 상호 신뢰가 없는 사회는 번영할 수 없다.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승자 없는 싸움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균형이다.
노란봉투법은 아직 완결된 결론이 아니다. 시행 전 마지막 시간은 갈등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조정과 보완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법은 사회를 한쪽으로 밀어붙이는 쇠망치가 아니라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저울이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노사와 정부, 정치권이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 균형을 잃은 정의는 오래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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