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아논설위원
kapark0508@economidaily.com
기사 제보하기
최신기사
-
'기후깡패' 트럼프 당선 이후 기후변화 둘러싸고 흔들리는 국제사회
2024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파리기후협정 재탈퇴와 조 바이든 정부의 기후정책 지우기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전기자동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를 예고하고 있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 추진 역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기후깡패’로 불리는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에서 단일대오로 나아가던 지구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유엔 최대 기후회의에서 일어난 '개최국의 반란' CNN은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각국 기후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회담을 방해할까 걱정했지만 그들이 (정작) 몰랐던 것은 그들의 호스트가 바로 ‘파괴의 망치’였다는 점”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11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막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에서 일어난 ‘개최국의 반란 사태’를 전했다. 미 대선 결과가 발표된 순간부터 각국 기후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존재가 바쿠에서 열리는COP29 회담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예상치 못한 것은 개최국 아제르바이잔의 대통령이 회담에서 파괴적 역할을 할 것이란 점이었다. CNN은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가 빠르게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고 있는 올해 가장 시급해야 할 회담 중 하나가 돼야 했던 이 회담은 ‘보이콧, 정치적 비난, 화석연료 축하 행사로 얼룩진 서커스판’이 되고 말았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 개막일인 11일,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연설에서 자국의 석유와 가스를 “신의 선물”이라고 주장하며 아제르바이잔의 인권 기록에 대한 비판을 방어했다. 그는 서방 국가들, 비정부기구(NGO)들, 그리고 글로벌 미디어가 “위선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12일 다시 한번 프랑스와 네덜란드를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해수면 상승으로 존재 위협을 받는 섬 국가들을 대상으로 연설하며 프랑스·네덜란드가 자국의 해외 영토에서 “잔인한 억압”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 외교 담당 최고대표인 조셉 보렐은 X(구 트위터)에 알리예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그의 수용할 수 없는 발언은 회담의 중요한 기후 목표와 아제르바이잔 COP29 의장국의 신뢰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적었다. ◆기후리더들이 對트럼프 방어 방법 찾는 중 아르헨티나 대표단 퇴장 세계 기후 리더들은 트럼프가 다시 한번 파리기후협정에서 미국을 탈퇴시키겠다고 선언하면서 지금까지의 진전을 지키고 ‘트럼프를 방어할’ 방법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여왔다. 하지만 트럼프의 등장은 알리예프 대통령 외에도 트럼프와 같은 생각을 가진 지도자들이 자국의 기후 행동을 재고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바쿠 회의가 진행 중이던 지난 13일, 아르헨티나 외교부는 설명 없이 COP29에서 자국 대표단을 철수시켰다. 이후 아르헨티나 정부 관계자는 CNN에 "아르헨티나가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기후변화 부정론자로, 지구 온난화를 "사회주의 사기"라고 주장해왔다. 밀레이 대통령은 과거에도 반(反)기후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그는 유엔이 "이념적 의제를 강요하려 한다"고 비난하며 아르헨티나를 유엔이 주도하는 2030 지속 가능한 개발 의제에서 거리두기를 하려 했다. 아르헨티나 대표단의 철수는 지난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바쿠 회의장에서 계속 감돌고 있는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한번 미국을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시키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파리기후협정은 대부분의 국가들이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에 의해 발생하는 지구 온난화를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묶는 협약이다. ◆COP29회담 참석 화석연료 로비스트·산업 관계자 매년 늘어...올해 1700명 이상 해마다 COP 회담이 열리면서 매년 화석연료 이해 관계자들이 점점 더 많이 참가하고 있다. ‘킥 빅 폴루터스 아웃(Kick Big Polluters Out)’이란 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에는 1700명 이상의 화석연료 로비스트·산업 관계자들이 COP29 회담 참석 등록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기반 싱크탱크 ECCO에서 기후외교를 담당하는 알렉스 스콧 선임 연구원은 CNN에 “이는 큰 문제”라며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바쿠에 모인 화석연료 로비스트 1700명 또한 파리기후협정 목표의 수호자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협정은 대부분의 국가들이 지구 온난화를 제한하려는 공동 목표로 하나로 결집하는 국제 협약이다. 이번 회담은 기록적인 더위가 예상되는 해를 앞두고 열리고 있으며, 이미 미국에서만 올해 연쇄적인 허리케인으로 300명 이상의 사망자가 생겼다. 일부 과학자들은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여전히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려면 향후 10년 동안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하며, 세계는 이번 세기 중반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마지막 기후 지키기 노력···2024 농업법에 서명 한편 조 바이든 행정부는 대선 후보 사퇴 후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기후 및 환경 자금을 각 주로 보내고, 지구 보호를 위한 마지막 규제를 마무리하려 급히 진행 중이라고 지난 11일 한 기후 담당 고위 공직자가 미 언론에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5일 매 5년마다 개정되는 2024년 농업법(2024 Farm Bill)에 서명했다.이는 미국의 농업 정책, 식량 지원, 환경 보호, 농촌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다루는 중요한 법률로, 미국 농민들에게 기후 변화 대응 및 지속 가능한 농업 관행을 지원하는 여러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이 법안은 △농업 분야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후 변화 대응' △저소득층을 위한 식량 보조 프로그램을 포함한 '식량 지원' △기후 변화와 극단적 기후 사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하는 '농민 지원' △농촌 지역의 경제 발전과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한 '농촌 개발'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직에 복귀해도 이 법안을 폐지하거나 수정하는 데는 일정한 어려움이 있을 전망이다. 이 농업법의 일부 조항을 수정하거나 재구성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농업법은 미국 농민들과 농촌 지역의 중요한 법률로,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의 영향을 받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농민들의 지원과 식량 안전망 등은 강력한 정치적 기반을 가지고 있어 폐지보다는 부분 수정이나 재구성이 더 현실적인 접근법이 될 것이다.
2024-11-19 06:00:00
-
"트럼프가 돌아온다"…파리협정 탈퇴 공약, 美기후정책 후퇴 '기정사실'
“Trump is back!”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온다. 그가 2024 대선을 통해 차기 대통령으로 복귀하면서 가장 긴장감이 감도는 분야가 ‘기후’라는 점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올해는 기상측정 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7년 첫 번째 당선 후 백악관 입성하자마자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결정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1월 백악관에 다시 들어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해 여러 차례 회의적 발언을 해왔으며 특히 2016년 대선 캠페인 기간과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재임 중 두드러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서 대통령직을 넘겨받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입성 첫날 파리기후협정 복귀를 선언하자 트럼프 전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정책에 대해 “사기”라고까지 극단적 발언으로 일관되게 비난해왔으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백약관 입성 후 처음 할 일 목록에 바이든 정부 기후정책 지우기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무역협회(KAITA)는 지난 6일 공개한 ‘2024 미국 선거와 통상환경 전망’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미국의 기후・환경 정책도 상당한 변화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석탄 및 가스 발전소에 대한 규제 △전기자동차 의무화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석유・가스 시추 규제 △국제 기후 협상 등에 대한 정책을 철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청정에너지 반대, 화석연료 채굴 강력 지지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 대선 유세를 통해 이번 대선의 주요 쟁점인 ‘수압파쇄법(Fracking)’에 대해 미국의 에너지 독립과 경제성장을 촉진한다고 주장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수압파쇄법(Fracking)이란 지하 3000~4000m 깊이로 구멍을 판 뒤 물과 여러 가지 화학물질로 이루어진 혼합물을 고압으로 주입해 균열된 셰일층에서 흘러나온 석유와 가스를 추출하는 공법으로 지하수 오염, 혼합물 주입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대량 배출, 지반 침하 혹은 및 지진 환경문제를 초래한다. 하지만 셰일 혁명 이후 미국은 에너지 순수출국 및 세계 최대 석유·천연가스 생산국이 됐다. 프래킹을 통해 2023년 기준 약 30억 배럴의 원유를 추가 생산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미국 전체 원유 생산량의 약 64%에 해당하는 양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지난 2017년 연방 토지에서의 수압파쇄 규제 철회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2019년 캘리포니아주 연방 토지를 화석연료 회사에 임대 유예한 조치를 종료하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화석연료 채굴과정에서의 메탄 배출 제한을 규정한 정책을 철회하는 등 적극적인 석유・가스 생산 확대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이번 대선 기간 중 자국 내 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해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새로운 에너지 프로젝트의 진행에 대한 장애물을 제거할 것과 취임 후 12개월 내 에너지 비용을 절반으로 감축할 것을 공약했다. ◆전기차 의무화 및 전기차 보조금 등 친환경・전기차 정책에 부정적 입장 고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의무명령은 소비자들에게 원치 않는 전기차 구매를 강요하고 자동차 제조업의 일자리를 파괴한다고 비난하며 취임 첫날 폐지할 것을 선언했다. 그는 앞서 지난 2019년 캘리포니아의 자동차 배출가스에 대한 연방 기준 면제를 취소한 바 있고,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출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 및 보조금을 폐지・축소할 것을 언급했다. 트럼프의 기후변화에 대한 태도는 크게 두 가지 요소로 요약된다. 첫째, 기후변화 과학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다. 트럼프는 기후변화가 ‘자연적 현상’이라 주장하며 이를 인간이 초래한다는 과학적 주장을 부정하고 있다. 그에게 기후변화는 과학적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 의제로 여겨진다. 둘째, 자국 우선주의·경제 우선주의다. 트럼프의 정책은 경제성장과 에너지 독립성을 중시하며 기후변화 대응이 미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기후 규제와 환경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것이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해왔다. 결국 트럼프의 기후변화에 대한 접근은 실용적이고 경제적 관점에서의 규제 완화와 산업 보호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기후변화 대응의 국제적 협력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대선 캠페인에서 중 “기후변화가 실제로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으며 또한 미국의 에너지 독립성을 강조하고 석유 및 천연가스 산업을 보호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이끌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후 관련 핵심 공약은 ▲화석연료・원자력 에너지 생산 확대와 ▲전기차 의무화 등 탈(脫)탄소 정책 철회로 볼 수 있다. 화석연료・원자력 에너지 생산 확대는 △바이든의 환경 의제 중단・화석연료 생산 제한 폐지 △연방정부 토지에서의 석유・가스 시추 허가 절차 완화・가속화 △석유・가스・석탄 생산업체 세금 감면 혜택 제공 △화석연료 발전소 건설・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설치 △원자력 발전소 가동, 투자 등을 통한 원자력 에너지 생산 지원 등을 포함한다. 전기차 의무화 등 탈(脫)탄소 정책 철회으론 △그린뉴딜 등 전기자동차 의무화 및 자동차 배출량 감축 정책 폐지 △파리기후협정 탈퇴 등을 들 수 있다. ◆트럼프 2기 출범, 기후・환경 정책에 ‘미국 중심’의 변화 가져올 전망 이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석탄 및 가스 발전소에 대한 규제 △전기자동차 의무화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석유・가스 시추 규제 △국제 기후 협상 등에 대한 정책을 철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기후・환경 관련 정책 폐지를 시도한 경험이 있어 정책 철회가 더욱 용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의 환경 관련 규제(탄소배출 30건, 시추19건, 인프라14건 등)의 폐지・철회를 시도했으나 중요 절차 미준수 등으로 법원에 의해 다수 복원됐고 환경정책을 대상으로 제기된 소송 중 56%가 패소하는 결과를 받아들어야 했다. 하지만 2기에서는 트럼프 당선자가 과거 3명의 연방대법원 대법관과 200명 이상의 보수성향 하급법원 판사를 임명한 바 있어 향후 트럼프 행정부에 유리한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IRA와 '기후 관련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IIJA)' 등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기후 관련 법안은 의회에서 상정된 것으로 개정・폐지 시 의회의 동의가 필요해 통상적으로 의회 상정 법안의 개정이나 폐지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의 기후 관련 정책들을 완화・철회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책들이 신규 법률보다는 기존 법률에 근거한 행정명령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대선과 동시에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모두 승리한 점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폐기를 목적으로 삼고 있는 IRA 폐지 경우도 IRA를 통한 346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중 대부분(78%)이 공화당 하원의원 지역구에 집중돼 있어 지역구 민심 이반이 우려돼 규제 철회・폐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화석연료 및 에너지 생산 확대, 친환경 규제 완화’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IRA 등 이행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2024-11-12 06:00:00
-
해양 플라스틱문제 논의 글로벌 무대된 부산…G20기후·환경장관회의, 제5차 유엔 INC 잇달아 개최
지난 10월 3일(이하 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환경·기후장관 회의. 부산에서 열리는 차기 회의에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국제적으로 '영화의 도시'로 알려진 부산이 올 11월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논의하고 관련 협약 달성을 목표로 한 글로벌 플라스틱 폐기물 협의의 장(場)이 된다. 먼저 이달 4일과 5일 이틀 동안 부산에서는 주요 20개국(G20) 기후·환경 장관회의가 열려 3년 만에 도출된 선언문에 따라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성안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연합뉴스, 환경부 등에 따르면 앞서 지난 10월 3일(이하 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G20 환경·기후장관 회의에서는 '리우협약' 정신을 되새겨 환경·기후변화 대응에 주요 20개국이 역할하고 노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선언문이 채택됐다. 리우협약은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채택된 협약으로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협약·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협약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 리우 회의에서 채택된 선언문엔 플라스틱 오염 문제 대응을 위한 G20의 역할을 촉구하는 내용과 함께 올해 말까지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을 목표로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국가관할권 이원지역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가능이용 협정(BBNJ)'의 조속한 비준과 이행, 생태계서비스직불제 보급·확대, G20 회원국 내 경제·재정정책에서 기후변화 적응 정책 주류화 등도 논의됐다.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마지막 정부 간 협상위원회가 부산에서 열리는 것이다. G20 기후‧환경장관 회의는 2010년 시작돼 초기에는 G20 정상회의의 부대 행사로 진행됐으나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독립된 회의로 자리 잡았다. 부산에서 열리는 G20 기후‧환경장관 회의에서 논의되는 플라스틱 협약은 해양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의 일환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플라스틱 오염은 환경과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를 줄이기 위한 글로벌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G20 기후‧환경장관 회의 플라스틱 협약은 △각국의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감축 정책 마련 △재활용 및 재사용 가능 제품 개발 장려 △해양 생태계 보호 방안 마련, 특히 플라스틱이 해양 생물에 미치는 영향 최소화 △각국 간 성공 사례 공유 및 효과적인 기술 개발 지원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협약은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제 기준을 설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 회의에서는 이러한 협약의 구체적 내용과 이행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 협약의 성안을 결정하게 된다. 또한 부산에서는 오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7일간 벡스코에서 170개국이 참가하는 '제5차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정부간 협상위원회(INC)'가 개최된다. 지난 2022년 3월, 유엔 산하 환경 부문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유엔 환경총회(UNEA)는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플라스틱 협약을 개발하기로 합의했으며 해양 플라스틱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안을 만들기 위해 조직된 정부 간 협상 기구인 INC를 탄생시켰다. INC 제1차 회의는 우루과이 푼타델에스테, 제2차 회의는 프랑스 파리, 제3차 회의는 케냐 나이로비, 제4차 회의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렸으며 마지막인 5차 회의가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리는 것이다. 환경부와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부산에서 잇달아 열리는 고위급 플라스틱 관련 국제회의 회의에서 도출될 결의와 관련해 앞으로 기후 대응에 대한 국제 사회의 협력을 촉진하고 기후 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며, 이를 통해 한국의 기후 정책과 글로벌 비전을 확고히 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4-11-05 06:00:00
-
-
소규모전력망 마이크로그리드, 데이터센터 촉발 전력수요 급증에 관심↑
태평양에 위치한 미국의 50번째 주 하와이는 미국 본토와 전력망이 분리된 도서 지역으로 1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작은 섬들이 약 600km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연간 소비 전력은 약 1200만MWh(메가와트시), 이 중 70%가 화석연료에서 나온 전력이지만 최근 태양광, 풍력 비중이 늘어나 전력의 30%가량을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고 있다. 약 145만명(2023년 기준)의 주민 대부분이 주도인 호놀룰루가 있는 오아후섬에 거주하지만 나머지 주민들이 흩어져 살고 있는 각기 다른 섬까지 전력망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비결은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 시스템 덕분이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소규모 전력망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되거나 기존 전력망에 연결돼 전력을 생성·저장·분배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지역 사회나 특정 시설의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설계되며 일반적으로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그리고 수요 관리 기술을 활용해 비상시나 특정 지역에서 안정적 전력 공급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미국 에너지부(DOE)가 자국 최초로 마이크로그리드 프로젝트를 진행한 곳이 바로 하와이다. 하와이는 2014년부터 마이크로그리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하와이는 태양광·풍력 자원이 풍부한 데다 소규모 전력망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의 테스트와 발전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미국 실리콘밸리무역관은 최근 고성능 컴퓨팅,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확산으로 캘리포니아, 텍사스, 애리조나와 같은 지역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집중되면서 대규모 전력 수요 발생이 예정됨에 따라 청정에너지원인 원자력발전과 함께 마이크로그리드와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2일 KOTRA 해외시장뉴스에 공개된 실리콘벨리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은 탄소 배출이 적고 안정적·장기적으로 전력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이크로그리드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독립적으로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고 전력망 장애에도 대비할 수 있는 효율적인 솔루션이기에 데이터센터 증설이 늘며 주목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마이크로그리드는 전력을 필요로 하는 시스템 가까운 곳에서 전력을 생산해 송전 손실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데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를 운영해야 해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고 24시간 안정적 전력 공급이 중요하기에 현재 미국의 마이크로그리드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영리단체인 '기후 및 에너지 솔루션 센터(C2ES)'의 분석에 의하면 2022년까지 미국의 마이크로그리드 설치 용량은 약 10GW에 도달했으며 미국 전체 전력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3%로 낮지만 향후 시장 확장이 전망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를 위해 마이크로그리드를 개발 혹은 신규 설치한다는 계획과 관련한 소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분사기업으로 인프라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구축하고 지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사이드워크 인프라스트럭쳐 파트너스(Sidewalk Infrastructure Partners, SIP)’는 ‘베러스(Verrus)’란 프로젝트명으로 데이터센터를 위한 배터리 구동 마이크로그리드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데이터센터에서 필요로 하는 전력 관리를 최적화하고 AI과 같이 대용량 전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에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산호세 지역에 설립되는 신규 데이터센터에 마이크로그리드와 바이오 연료를 사용한 백업 전원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데이터센터, 통신 네트워크 등 디지털 인프라의 설계, 제조 및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 버티브(Vertiv)는 델라웨어주와 오하이오주에 있는 자사 데이터센터에 마이크로그리드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하와이에서의 시험적 운영을 바탕으로 미국 전역에 확장 중인 마이크로그리드는 혁신산업의 기반인 데이터센터 건립을 계기로 특정 지역에 집중된 안정적이고 신뢰성 높은 전력망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향후 백업 지속 시간, 다양한 운영 조건에서의 반응성을 시험하는 데 사용될 전망이다.
2024-10-29 06:00:00
-
-
ESG 강화로 글로벌 공급망에 비상등 켜진 '강제노동' 관련 규제
양봉업자들이 중국 신장성 카라마이의 두산지 구역에서 쿠체 카운티까지 이어지는 두쿠 도로 옆에서 벌집 속 꿀을 채취하고 있다. 여름철에는 수천 명의 양봉업자들이 신장성으로 이동한다.최근 글로벌 공급망에 강제노동 규제 관련 비상등이 켜졌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글로벌 공급 분야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해 각종 인권 관련 규제가 늘고 특히 강제노동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 관련 규제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상대하려는 우리 기업 입장에서 기업의 원활한 산업 활동을 위해, 그리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분야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 산업계에도 미국의 ‘위구르강제노동금지법(UFLPA)’으로 촉발된 강제노동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UFLPA는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채굴·생산·제조된 모든 제품을 일단 강제노동 생산품으로 추정해 수입을 금지하며 중국산 원료나 소재·부품을 사용한 제3국산 제품까지 광범위하게 제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지난 2022년 6월 21일(이하 현지시간) UFLPA 시행 이후 누적 22억500만 달러(약 2조9553억원)에 달하는 수입품이 강제노동 생산품으로 의심되어 통관 보류됐고 이 중 43%에 대해서만 보류가 해제됐다. 당초 UFLPA 적용 우선순위 품목으로 면화, 토마토, 폴리실리콘이 지정됐으나 지금은 전기차 배터리, 알루미늄 등 자동차 부품과 산업용 원부자재까지 제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EU도 지난 7월 미국의 UFLPA와 유사한 ‘강제노동 결부 상품 수입금지 규칙’을 제정, 3년 뒤인 2027년부터 적용된다. 이 규칙은 완제품뿐 아니라 소량의 부품까지 규제하며 EU로의 수입뿐 아니라 EU 시장 내 출하·판매 및 EU를 통한 역외 수출까지 금지한다. 생산과정에서 강제노동이 투입된 것으로 판정되면 EU시장에서 회수되며 수출이 금지된다. EU의 규칙이 ‘중국’을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신장위구르 지역의 강제노동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면화, 토마토 등 제품 위주로 제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광물이나 다른 제품 등에 포괄적으로 적용될 가능성도 있어 제품의 공급망을 점검하고 강제노동 연루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강제노동 사용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을 EU 집행위는 각 회원국의 관할 당국으로 제안했으나 의회는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 UFLPA와 같이 기업에 부과, 규칙이 시행되면 중국산 태양광 패널 및 전기차, 핵심광물 제재에 활용될 수도 있다. 또한 지난 7월 발효된 EU의 공급망 실사 지침(CSDDD·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역시 대기업이 자사와 협력사의 환경 및 인권 실사 의무를 갖도록 하고 있어 인권 분야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이 지침은 기업의 자회사·협력사 등을 포함한 공급망 전반에 대한 인권·환경 실사를 의무화하며 강제노동도 실사 내용에 포함한다. EU 역외기업이라도 EU에서 일정 규모 이상 매출이 발생하면 적용받고, 실사 의무를 위반할 경우 매출액에 비례하는 과징금이 부과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글로벌 공급망의 인권 관련 규제가 강화되며 우리 수출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한상사중재원, 대한상공회의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공동주관으로 해외투자기업, 수출기업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해외진출을 위한 주요국 핵심산업 규제 환경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설명회는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 관심이 높은 지역의 핵심산업을 중심으로 주요국의 정책과 규제 현황을 알아보고 준법 관리(compliance)와 분쟁 해결 등 사전적·사후적 대응 방안 모색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1세션에서는 국제 법률사무소 아킨 검프(Akin Gump)가 발표를 맡아 Akin Gump LLP의 앨런 야노비치(Alan Yanovich), 유진 맥나마라(Yujin Mcnamara) 변호사가 ‘미국 자동차⋅배터리 분야 규제 환경 및 대응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미국의 UFLPA와 자동차·배터리 산업 관련 규제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커넥티드 차량 관련 규제 동향 등을 소개하며 법 위반으로 인한 피해 발생을 예방하고 투자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공급망 관리와 개선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2세션과 3세션에서는 폴란드 현지 법률사무소 DZP와 법무법인 화우, 그리고 인도의 니시스 데사이 어소시에이츠(Nishith Desai Associates)가 각각 유럽의 방위산업, 인도의 정보통신 산업에서 외국인 투자 기업이 유의할 사항 등을 소개했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최근 주요국이 통상개입적 산업정책을 취하면서 다양한 규제를 도입하고 있어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정부는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에 필요한 대응역량 강화와 불확실성 완화를 위해 해당국과의 협력 강화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2024-10-22 06:00:00
-
자연생태의 보고 갯벌...'갯벌생태해설사' 양성된다
지난 2021년 7월 31일, 우리나라의 서남해안 갯벌 4곳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 등이다. 서울시 면적(605.24㎢)의 약 2배(1284㎢)에 달하는 면적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등재를 결정하며 조건을 내걸었다. 이들 갯벌과 유사한 가치가 있는 갯벌을 추가로 확대하라는 권고사항이다. 이에 따라 최근 충남도와 서산시가 충남 지역 두 개 시·군에 걸쳐 드넓게 펼쳐진 가로림만 갯벌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 5대 갯벌'로 꼽히는 가로림만은 충남 서산과 태안에 걸친 긴 해안가로 둘러싸인 갯벌로 140여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자연의 보고다. 해안선 길이만 162km에 이르고 면적은 가로림만 갯벌만 80㎢, 축구장 1만개 규모로 드넓게 펼쳐져 있다. 이 갯벌에는 멸종위기종인 흰말농게, 점박이물범을 포함해 140여종의 해양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동해안에서 구조한 천연기념물(제331호) 점박이물범 한 쌍을 가로림만 벌말선착장 인근에 방류했다. 갯벌이 가지는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가운데 해양수산부는 해양생태관광 활성화의 일환으로 서울에너지드림센터를 국내 최초의 갯벌생태해설사 양성기관으로 지정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갯벌생태해설사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해양생태계에 대한 해설·홍보·교육·생태탐방 안내 등을 하는 해양생태관광 전문가다. 갯벌생태해설사 자격을 취득코자 하는 사람은 양성기관에서 운영하는 80시간(2개월)의 해설안내, 갯벌생태계의 이해, 인문사회환경의 이해, 커뮤니케이션 등 4개 분야 이론과 실기 교육을 이수하고 필기시험과 해설 시연평가에 합격해야 한다. 서울에너지드림센터는 에너지·기후변화 등에 대한 체험교육 제공을 위해 2012년 개관한 서울시 수탁기관으로 갯벌생태해설사 교육과정 신청 접수부터 운영, 교육생 평가 및 해설사 자격 부여 등을 담당한다. 서울에너지드림센터는 올해 12월 말 갯벌생태해설사 첫 교육대상을 모집한다.
2024-10-22 06:00:00
-
지난 50년간 전 세계 야생동물 73% 감소.."자연이 사라지고 있다"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대산호초)의 매부리 거북 열대 우림의 코끼리부터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대산호초)의 매부리 거북(hawksbill turtles)까지, 세계 야생동물의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 지표 중 하나인 생물 다양성이 인간 활동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이 최근 발표한 ‘2024 리빙 플래닛 보고서(The 2024 Living Planet Report)’에 따르면 지난 50년 동안(1970~2020년) 관찰해온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 수가 평균 7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만5000개 개체군과 5495종의 양서류, 조류, 어류, 포유류 및 파충류 개체 수로 구성된 생활행성지수(LPI, Living Planet Index)를 근거한 것으로 리빙 플래닛 보고서는 자연계의 현황을 종합적으로 요약한 리포트다. ◆‘서식지 황폐화와 손실’이 주요 감소 요인 서식지별로는 담수 개체군이 가장 큰 감소를 겪어 85% 감소했으며, 그 다음으로는 육상(69%) 및 해양 개체군(56%)이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에서 가장 빠른 감소가 나타나 무려 95%의 감소율을 보였다. 그 뒤를 이어 아프리카(76%) 및 아시아와 태평양(64%)이 큰 감소를 기록했다. 북미(39%), 유럽 및 중앙아시아(35%)에서는 감소가 적었지만 이미 이 지역에서는 1970년 이전에 감소 현상이 나타나 일부 개체군은 보존 노력과 종의 재도입 덕분에 안정화되거나 증가했다. 보고서는 야생동물의 개체 수 감소 원인으로 인간의 식량 체계에 의해 초래된 서식지 황폐화와 손실을 꼽았다. 이는 각 지역에서 가장 많이 보고된 위협 요소로 이외에도 과도한 착취, 외래종 및 질병에 의해 야기된 것으로 분석했다.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다른 위협 요소로는 기후 변화가 있으며, 이는 북미와 아시아 및 태평양에서도 중요하게 언급됐다 보고서는 “야생동물 개체군이 특정 수 이하로 떨어질 경우 생태계를 기능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야생동물 개체 수가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감소를 보이는 경우 기후변화와 같은 교란에 대한 복원력을 제공하며, 날씨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올해 LPI를 통해 확인된 것과 같은 전 세계적인 야생동물 개체 수의 급격한 감소는 생태계의 기능을 위협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결국 자연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혜택, 즉 식량, 깨끗한 물, 안정적인 기후를 위한 탄소 저장 등이 무너지게 된다”며 “이러한 혜택은 우리의 문화적·사회적·영적 안녕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지적했다. ◆다가오는 ‘위험한 전 지구적 전환점’ LPI와 유사한 지표들은 자연이 위험한 속도로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누적된 영향이 한계점을 넘으면 변화는 자가 지속적이 되어 더이상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나아가게 되며, 이를 ‘전환점(tipping points, 균형을 깨뜨리는 극적 변화의 시작점)’이라 부른다”고 경고했다. 이어 “자연 세계에서는 여러 전환점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현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몇 년 안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러한 전환점에는 인류와 대부분의 종에게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지구의 생명 유지 시스템을 훼손하며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전 지구적 전환점이 포함된다”고 했다. 보고서는 전 지구적 전환점이 빠르게 다가오는 초기 경고 신호들로 나타날 수 있는 사례로 다음과 같은 일들을 꼽았다. 생물권에서는 광범위한 산호초 소멸이 어업과 해안 보호 기능을 파괴해 해안 지역의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전환점은 지구 대기로 산소가 아닌 탄소를 방출하고 전 세계의 날씨 패턴을 혼란시킬 것이다. 또한 해양 순환에서는 북극과 가까운 지역의 와류 붕괴가 북미와 유럽에서 날씨 패턴을 급격히 변화시킬 것이다. 빙권(지구의 얼어있는 부분)에서는 그린란드와 서남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대규모 해수면 상승을 일으킬 것이다. 또한 대규모 영구동토층 해빙이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를 대량 방출할 것이다. 보고서는 “당장은 ‘전 세계적 전환점’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생태적·사회적·경제적 결과를 초래하는 전환점이 다가오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북미 서부의 더 빈번하고 치명적이 된 산불, 호주 그레이프 배리프(대산호초)의 생태계 황폐화 등을 예로 들었다. ◆남은 희망은...“향후 5년이 전환점을 돌이킬 마지막 기회” 보고서는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 우림이 지금보다 20~25% 감소하면 14~17% 탄소를 더 배출할 것이란 암울한 예상을 하면서도 “많은 경우 균형은 불안정하지만 전환점은 여전히 피할 수 있다”며 “우리는 생태계 복원력을 증대시키고 기후 변화와 다른 스트레스 요인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개입할 기회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전환점에 도달하기 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희망의 끈을 놓치 않았다. 세계 각국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번영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글로벌 목표를 설정하고 △생물다양성 손실 중단 및 회복(CBD 협약) △지구 온도 상승 1.5°C로 제한(파리 협정) △빈곤 근절과 인간 복지 보장(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을 위한 활동을 약속했다. 보고서는 “지금까지의 국가적 약속과 현장 활동은 2030년 목표를 달성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전환점이 도래하기 전 목표 달성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살아있는 지구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효과적 보존 활동이 필요하다”며 식량, 에너지 및 금융 시스템을 변혁을 제안했다. 특히 “세계 식량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비논리적”이라며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고 수자원을 고갈시키며 기록적인 식량 생산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밤 7억3500만명은 배고픈 채 잠자리에 들고 다른 쪽에서는 비만율이 급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에너지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이 거의 두 배로 증가했으나 그 속도와 규모는 여전히 필요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연, 기후,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비즈니스 모델과 활동으로 자금을 재분배하는 금융 시스템의 변혁은 기 좋은 지구를 보장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권고했다. 이번 보고서를 발간한 WWF는 “리빙 플래닛 보고서 모든 호(號)에서, 우리는 자연 상태의 추가적인 감소와 기후의 불안정을 목격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며 “앞으로 5년 동안 일어날 일이 지구상의 생명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 함께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우리는 단 하나의 살아있는 행성만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로잡을 단 한 번의 기회가 있다.”
2024-10-15 06:00:00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