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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사이드] '내돈내산' 갤럭시 S24 울트라, 한 달 써보니
사진은 잘 찍히고 배터리는 오래 간다. 문서를 요약하거나 말귀를 알아듣는 능력은 웬만한 사람보다 낫다. 화면은 쨍하고 애플리케이션(앱) 구동 속도는 빠르다. 갤럭시 S24는 업무용 스마트폰이 갖춰야 할 미덕을 다 겸비했다. 이른바 '내돈내산(내 돈주고 내가 산)'으로 써본 갤럭시 S24 울트라는 별천지였다. 세계 최초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가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더는 하드웨어 성능으로 혁신을 논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꺼낸 카드는 AI였다. 삼성전자는 AI를 활용한 검색, 사진 편집, 영상 감상, 노트 정리 등 각종 기능을 알리는 데 집중했고 소비자 역시 이들 만큼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전까지 쓴 기종은 2019년 2월 출시된 갤럭시 S10 플러스였다. 이듬해 S20 시리즈가 나온 뒤 할인을 받아 샀으니 만 4년을 썼다. 주인을 잘못 만난 이 스마트폰은 눈비와 뙤약볕, 혹한까지 견디고도 성능 저하만 약간 있을 뿐 멀쩡했다. 이른바 '좀비 폰'으로 전설이 된 '갤투(갤럭시 S2)'의 후신은 '갤텐'이지 싶다. 아쉽지만 이젠 그것을 보내주기로 했다. 이런 생각이 들 무렵 '갤럭시 언팩'을 봤다. 요약하면 AI 기능으로 무장하고 전반적인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갤럭시 S4를 첫 스마트폰으로 줄곧 갤럭시만 써온 탓에 다른 브랜드는 일찌감치 선택지에 없었다. 폴더블 스마트폰도 좋지만 카메라와 배터리가 아쉬웠다. 잘 다듬어지면서 체감 성능 변화가 클 것같은 갤럭시 S24 울트라를 골랐다. ◆단촐한 패키지에 실망하려다 외관·화면 보고 '감탄' 사전판매 첫날인 지난 1월 19일 경솔하기 그지없는 손가락이 사고를 치고 말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삼성닷컴 전용 색상 '티타늄 그린' 512기가바이트(GB) 모델이 결제돼 있었다. 사전구매 혜택에 할인을 얹은 가격은 약 164만원. 그로부터 일주일을 기다려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부근에 있는 삼성 강남 매장으로 가 제품을 받았다. 인파로 붐볐지만 대기 시간이 길진 않았다. 주인을 기다리는 미개봉 단말 수백대가 쌓인 모습이 장관이었다. 패키지는 상당히 단촐했다. 요즘 추세대로 번들 이어폰도 충전 어댑터도 없었다. 간단한 설명서와 유심 칩을 뽑는 핀, USB C타입 케이블이 전부였다. 자원을 절약하려는 취지라지만 지금도 선뜻 동의하긴 어렵다. 실물을 영접한 첫 느낌은 '예쁘다'였다. 기기 뒷면은 무광으로 처리돼 고유한 색감이 잘 드러났고 손으로 만져도 지문이 남지 않았다. 삼성닷컴 전용 색상 3종인 그린·블루·오렌지가 각각 만원·천원·오천원 지폐 같다고 해서 '화폐 에디션'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는데 각각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티타늄 재질 베젤(테두리)은 외관상 다른 금속과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화면은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 저반사 유리가 들어가 직접 조명이 내리쬐는 곳에서도 선명하게 보였다. 기능적 편의성보단 의도치 않게 터치를 인식해 짜증을 유발한 엣지 디스플레이도 평평해졌다. 실제로 손에 쥐고 있다 화면 가장자리가 닿아 잘못 입력되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무엇보다 밝고 선명한 데다 움직임이 부드러웠다. 4년 만에 폰을 바꾸고 가장 크게 체감한 게 화면이다. 앱 실행 속도도 빨랐다. 이전까진 4세대 롱 텀 에볼루션(LTE) 통신 속도가 떨어졌거니 했는데 그저 구형 기기라 느려졌을 뿐이었다. 게임을 즐기지 않아 각 부품에 부하를 줄 일은 없었지만 사진 촬영, 동영상 시청, 웹 서핑, 모바일 뱅킹 등 어떤 작업을 해도 빠릿빠릿하게 화면이 넘어갔다. 배터리 사용 시간은 충분히 길었다. 용량이 5000밀리암페어시(㎃h)나 되는 데다 전력 관리 기능이 좋아진 덕분인 듯했다. 80%까지 충전한 상태로 출근길에 나서면 퇴근한 뒤에는 30% 이상 남았다. 어른들 표현을 빌리면 '변강쇠'다. ◆안 써볼 순 있어도 한 번만 쓸 순 없는 AI…"기자에 딱" AI 기능은 필요해서라기보단 궁금해서 써봤다. 삼성전자는 실시간 통화 통역, 문자 번역을 설명하는 데 꽤 많은 공을 들였는데, 안타깝게 기기를 쓰는 동안 외국인과 대화할 일이 없었다. 오히려 나머지 기능을 쓰고 난 뒤 처음과 인식이 달라졌다.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일 만한 기능을 꼽자면 '서클 투 서치'다. 기삿거리를 찾다 한 유명인에 관한 뉴스를 봤는데 첨부된 사진 속 차량이 문득 궁금해졌다. 사진은 차 안에서 찍은 것으로 내장 일부가 프레임 안에 들어와 있었다. 홈 버튼을 길게 누르고 해당 영역을 선택했다. 그러자 그 차가 어느 제조사 어떤 모델인지 찾아줬다. 이 정도면 탐정으로도 손색이 없다. 생성형 사진 편집도 쓸모 있었다. 사람이 몰리는 명소를 가서 사진 한 장 찍으려면 공간을 전세 내고 싶을 때가 많지만 이 기능을 쓰면 타이밍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사람이나 사물 한두개쯤 걸려도 지우면 그만이었다. 눈에 거슬리는 건 다 없앨 수 있었다. 물론 형상이 복잡하거나 지운 자리를 대체할 주변 화상 정보가 충분치 않으면 다소 어색함이 남았다. 서클 투 서치와 생성형 사진 편집을 더 정확하게, 또는 정교하게 쓰고 싶다면 울트라가 일반·플러스 모델보다 나을 듯하다. 손가락으로 영역을 지정했을 땐 원하는 부분을 정밀하게 선택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 그러나 S펜을 통해 화면이나 사진 속 미세한 곳도 지정할 수 있었다.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건 녹음된 내용을 문자로 변환해주는 기능이다. 음성 녹음뿐 아니라 통화 녹음도 대본으로 풀어줬다. 취재원이 말한 내용을 일일이 받아적어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졌다. 인터뷰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에게 녹취 풀기만큼 고역인 게 없다. 네이버 클로바노트가 비슷한 기능을 지원하는데 둘을 비교한 결과 갤럭시 S24 쪽이 좀 더 정확했다. 카메라는 어느 상황에서든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줬다. 공교롭게 새 폰으로 처음 찍은 사진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었다. 취재진이 즐비한 가운데 포토라인 바깥에서 좋은 위치에 서지는 못했지만 사진이 나쁘지 않았다. 광학 3배 줌에서도 셔터 반응과 초점 잡는 속도가 빨라 찰나를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갤럭시 S24 울트라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는 '돈 값 한다'는 것이다. 취재와 기사 작성이 기본인 기자에게 훌륭한 도구였다. AI 기능을 쓰기 전엔 몰랐으나 쓰고 나니 신세계가 열린 듯했다. ◆너무 작은 정품 보호필름과 무거운 무게 갤럭시 S24 시리즈는 출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몇 가지 이슈가 불거졌다. 특정 조건에서 화면이 점묘화처럼 보이는 '한지 현상', 어두운 곳에서 촬영할 때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 스피커 음질이 전작보다 못한다는 의견 등이 나왔다. 구매한 기기에서 이러한 현상을 경험하지는 못했다. 스피커는 고음역대에서 쇳소리가 들리긴 했다. 이밖에 아쉬운 점은 정품 저반사 화면 보호필름이 전면 유리 면적보다 많이 작다는 것이다. 실제 화면이 표시되는 만큼만 정확하게 크기를 맞춰 제작됐다. 이때문에 좌우로 여백이 남아 가장자리서부터 화면을 밀 때 툭툭 걸린다. 유리 내구성에 자신이 있으니 필름을 붙이지 말라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또 한 가지는 233g이나 되는 무게다. 전작보다 1g 줄었다고는 하지만 무겁다. 단순히 스마트폰이 아닌 태블릿에 가까운 '패블릿(Phablet, Phone+Tablet)'이라 생각해도 무겁다. 이는 손에 쥐는 느낌, 즉 그립감을 해치는 요인이다. 후속 제품은 한결 가벼워지기를 기대한다.
2024-02-2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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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영의 뷰파인더] 삼성 기자실에 없는 게 있다?
일주일에 이틀뿐인 꿀 같은 주말, 직장인들이 재충전하는 시간에도 산업 일선은 분주히 움직인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는 요즘, <뷰파인더>는 바쁜 일상 속에 스쳐 지나간 산업계 뉴스나 취재 현장에서 보고 들은 시시콜콜한 얘깃거리를 들여다 본다. 기자들은 노트북과 휴대전화만 있으면 근무하는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카페나 심지어 집, 길바닥에서도 취재원과 통화를 하고 기사를 쓴다. 오히려 선배의 눈을 피해 회사 사무실 이외 장소를 찾아다닌다. 기자실이 그중 하나다. 흔히 출입처라고 부르는 기관이나 기업이 기자에게 제공하는 공간인 이곳은 일반적인 사무직과 다른 기자라는 직업 특성이 참 잘 드러나는 장소다. 출입처와 기자라는 특이한 관계가 맺어지는 곳이자 셀 수 없는 기사가 생산되는 공장이다. ◆삼성 기자실 있는 태평로빌딩, 4·13층 빠진 이유 소위 '기자실 문화'를 이야기할 때 종종 등장하는 데가 삼성전자 기자실이다. 서울시청과 숭례문 중간쯤 서소문 터 부근엔 삼성 본관이 있고 기자실은 그 옆 건물인 태평로빌딩에 있다. 하루에 적게는 십수명, 브리핑이라도 있는 날이면 거의 100명 가까이 여기를 드나든다. 문득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삼성전자 기자실, 정확히는 삼성전자 기자실이 입주한 태평로빌딩에는 없는 게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4층과 13층으로 가는 버튼이 없다. 3층 다음이 5층이고 12층 위가 14층이다. 무심히 넘길 법도 하지만 궁금했다. 왜 태평로빌딩엔 4층·13층이 없을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꽤 일리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숫자 4는 동양에서 불길하다고 여겨지는데 그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개의치 않지만 숫자 4가 한자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아 건물을 지을 때 해당 층을 빼거나 영문 'F(Four)'로 표기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마찬가지로 서양에서는 13이 '악마의 숫자' 또는 기피하는 숫자다. 13 공포증을 뜻하는 긴 영단어 '트리스카이데카포비아(Triskaidekaphobia)'도 있다. 완벽한 숫자인 12보다 1이 많아서라는 설도 있고 예수의 열두 제자 가운데 최우의 만찬에 가장 마지막, 즉 열세 번째로 참석한 유다가 예수를 배신해서라는 얘기도 있다. ◆'명당'에 터 잡고 성공한 삼성, '흉지'에 망한 대우 태평로빌딩은 현재 삼성빌딩본관과 나란히 있는 부영그룹 사옥(부영태평빌딩)과 함께 본래 삼성 소유였다. 해당 부지는 예로부터 풍수지리적으로 재물이 모인다고 해 명당으로 꼽혔다고 한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이를 염두에 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첨단 과학의 산물인 반도체와 폴더블 스마트폰을 만드는 기업이 길지(吉地)에 터를 잡고 불길한 숫자를 층수에서 뺀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물론 삼성이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이유가 풍수 때문은 아닐 것이다. 대기업 사옥이나 공장 중에서 비슷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재계 서열 4위 LG그룹 본산인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도 4층이 없다. 이 건물 서관에 있는 기자실로 가기 위해 5층짜리 엘리베이터를 타면 3층에서 바로 5층으로 이어진다. 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도 이천에 새 공장 부지를 정할 때 무속인의 조언을 구했다는 일화가 있는데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옛 대우그룹 사옥은 서울역 맞은편 서울스퀘어였다. 그룹 해체 이후 풍수학자들은 땅의 기운이 안 좋아 그리 됐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근래에는 '마천루의 저주'가 종종 회자된다. 초고층 빌딩 건설 붐이 일면 불황이 찾아온다는 속설이다. 풍수지리학이나 미신과 달리 경험적 근거에 따른 경제학계의 한 가설로 취급된다. 초고층 건물은 짓는 데 막대한 돈과 시간이 들어가고, 그만한 대형 프로젝트가 추진될 땐 호황이 절정에 이르렀다는 의미라는 얘기다. 즉 경제가 고꾸라질 일만 남았다는 신호가 마천루 열풍이란 것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마천루 계획을 포기하자 해당 가설이 다시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그룹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터에 지상 105층(높이 569m)짜리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짓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달 초 242m 높이, 50층 내외 건물 2개동, 저층 4개동 등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롯데그룹은 2016년 말 삼성동에서 다리 하나 건너 있는 송파구 잠실에 123층(높이 555m)짜리 롯데월드타워를 짓고 나서 형제 간 경영권 분쟁과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이것이 현대차그룹의 결정에 영향을 줬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GBC 완공이 현대차그룹과 재계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관심이 쏠린다.
2024-02-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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