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6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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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부리는 LG화학, 다급한 롯데케미칼…석유화학 구조조정 입장 차
[이코노믹데일리] 석유화학 업계 경쟁력 제고를 위한 사업 재편 공감대가 형성되는 가운데 정부는 실상 기업들에게 자율적 구조조정을 맡긴 분위기다. 하지만 기업 별 입장차이와 대규모 투자 소요로 인한 재무부담으로 인해 업계 전반의 체질개선은 쉽사리 이뤄지기 어려워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사업재편·구조조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활발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나 단기간 내 공장 통폐합 등 가시화된 구조조정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산 범용 제품 저가 공세로 손실 규모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 업계 대규모 구조조정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기업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있어서다. 사업조정을 진행하면 필연적으로 특정 기업은 단기간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 어느 기업을 중심으로 공장 통폐합 등을 진행해야 하는지 합의하기 어려우며 사업 포트폴리오에 따라 손실을 겪고 있는 비중이 달라 시급성에 대한 기업의 내부 인식도 상이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범용 제품에 해당하는 기초화학·석유화학 분야 사업 비중이 큰 롯데케미칼은 사업 전환에 대한 필요성이 비교적 크지만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는 LG화학은 손실을 감당할 여력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매출액 기준 사업 비중을 보면 기초화학은 63.2%, 첨단소재는 25%, 정밀화학은 7.6%, 전지소재는 4.1%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LG화학은 지난해 기준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LG에너지솔루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52.4%, 석유화학이 38.1%, 첨단소재가 5.4%, 생명과학이 2.6%, 공통 및 기타부문이 1.6%로 구성돼있다. 이러한 차이는 실적을 통해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매출 추정액이 5조2341억원, 영업손실 1406억원으로 여전히 적자에 머무를 예정이다. 반면 LG화학은 같은 시기 매출 12조573억원, 영업이익 154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업황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에서도 롯데케미칼은 손실 규모를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다. 일반적으로 석유화학, 원자재 등 기초산업은 호황과 불황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사이클 산업'에 속한다고 본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맞이한 침체가 단순 하락 사이클이 아니라 구조적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적극적인 사업 재편을 이루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지더라도 앞으로의 유의미한 반등은 힘들거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LG화학이 늦장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LG화학은 첨단소재 사업부문이 차지하는 매출 규모가 5.4%로 크지 않은 상황이며 올해 시설투자 규모도 축소됐기 때문이다. 또한 LG화학의 최근 흑자 전환 기대는 외부 시장요인 및 LG엔솔 수익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법) 지원금 영향이 커 실질적인 경쟁력 개선이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현금흐름 개선을 위해 당초 계획해둔 올해 시설투자를 2조5000억원~2조7000억원 규모에서 1조원 이상 타이트하게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 에너지 업계 전문가는 "석유화학 등 국내 기초산업은 대규모 사업재편 및 고부가가치 전환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중국과 경쟁할 방법이 없다"며 "기업 위주로 사업 재편이 이뤄져야 하는데 기업 간 이해관계가 달라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2025-04-22 15: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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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망 무임승차 논란 재점화… '공유지의 비극' 경고음 커지는데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통신망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 '망 이용료' 갈등이 인공지능(AI) 시대 개막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구글, 넷플릭스 등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무임승차'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용자 편익을 기준으로 합리적인 망 이용 대가를 산정해야 한다는 새로운 해법이 제시됐다. 천문학적인 데이터 소비가 예상되는 AI 시대를 앞두고 지속 가능한 디지털 생태계를 위한 '공정한 분담' 원칙 정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AI 시대 대형 플랫폼의 이용자 피해 유발과 국내 산업 무임승차, 위기와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는 글로벌 빅테크의 지배력 확대 속에서 국내 인터넷망이 처한 현실과 대안 모색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발제를 맡은 변상규 호서대 문화영상학부 교수는 "과거 망 중립성 원칙이 지금도 유효한지 고민해야 할 때"라며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 '공유지의 비극'을 막기 위해 상생해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 트래픽은 폭증, ISP 수익성은 악화… '망 중립성'의 딜레마 '망 중립성' 원칙은 인터넷상의 모든 콘텐츠나 트래픽이 차별 없이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이념이다. 인터넷 초창기 혁신과 성장을 이끈 핵심 동력이었지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와 같이 막대한 데이터를 소비하는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현재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약 42%를 구글(유튜브), 넷플릭스, 메타 단 3개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유발하는 막대한 트래픽 처리를 위해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ISP)들은 국제 회선료, 전용선 증설 등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정당한 망 이용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변 교수는 "CP(콘텐츠 제공사)들이 망 이용료를 내지 않는 '무임승차'는 CP에 트래픽 관리 책임을 부여하지 않아 공공재의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ISP들의 재정 상태는 악화되는 추세다. 변 교수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약 8년간 이동통신사의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이 감소하고 있다"며 "이는 유통되는 통신량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요금 인상이 어려워 발생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역대 데이터 중 가장 트래픽이 많고 AI 시대가 되면 트래픽이 훨씬 증가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는데 ISP의 재정 상태는 열악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망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인터넷 품질 저하와 같은 이용자 피해로 귀결될 수 있다는 '공유지의 비극'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고다. ◆ '이용자 편익' 기반 새로운 해법 제시… "상호 기여도 따져 분담해야" 변 교수는 기존의 매출이나 비용 기반 산정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며 ISP와 CP가 서로에게 제공하는 '효용 편익', 즉 '상호 기여도'를 기준으로 망 이용료를 산정하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이용자는 인터넷 가입자인 동시에 유튜브와 같은 CP의 서비스 이용자이므로 양측이 서로에게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비용을 분담하자는 논리다. 변 교수가 유튜브와 유무선 인터넷 이용자 7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는 흥미롭다. 조사에 따르면 통신사는 유튜브 이용자 1명에게 월 평균 8073원의 편익을 제공하는 반면 유튜브는 이동통신 이용자에게 월 평균 2412원의 편익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속인터넷 이용자 대상으로는 통신사 8398원, 유튜브 2291원의 편익 제공) 변 교수는 "소비자의 편익은 상품에 대한 지불 의사액의 최대값이므로 편익의 범위 내에서 대가 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방식은 각 서비스가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실질적인 가치를 반영하여 보다 합리적인 대가 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를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용자 한 명의 정확한 서비스 이용 시간, 실제 이용자 수 등 객관적인 데이터 확보가 선결 과제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토론에서 "구글이 우리나라 망 사용의 전체 30%를 차지하지만 네이버는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망 사용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유튜브하고 넷플릭스는 현재 법인세조차 안 내고 있는데 어찌 보면 이 회사들이 (우리나라로부터) 1000억원 이상의 국가 보조금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으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또한 플랫폼 문제를 국가 전략적 자산 차원에서 접근하는 글로벌 추세를 언급하며 단순한 시장 논리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음을 지적했다. ◆ 플랫폼 책임 강화 요구… 정부 역할론 부상… "법·제도 정비 통해 갈등 해결해야" 망 이용료 논란과 더불어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강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김명수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튜브의 프리미엄 요금 대폭 인상(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3% 인상) 사례를 들며 "플랫폼들이 요금 책정에 대해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허위 정보 유통, 서비스 장애 발생 시 플랫폼 기업들이 책임감을 갖고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AI 시장은 막대한 데이터와 자본력이 요구돼 소수 대형 플랫폼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AI 환경에서도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법 제도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용자와 플랫폼 사업자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디지털서비스법(DSA)과 같이 대형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를 견제하고 책임을 강화하는 글로벌 규제 흐름과도 맥을 같이한다. 전문가들은 망 이용료 갈등 해결과 건전한 디지털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변 교수는 "기업 간 갈등이 법적 소송이나 시장 지배력에 의해 해결되지 않도록 정부가 법 제도를 정비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소송이 2심에서 합의로 종결되면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한 점을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다만 규제 도입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플랫폼 규제 이슈가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통상 조약에 어긋나거나 해외 사업자만 차별적으로 규제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정보 보호, 저작권 침해 등 국제적으로 보편적인 규범에 대해서는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통해 해외 사업자의 이행을 유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결국 망 이용료 문제는 단순히 기업 간의 이해관계를 넘어 AI 시대를 맞는 대한민국의 디지털 경쟁력과 주권 그리고 이용자 후생과 직결된 중차대한 사안이다. '이용자 편익' 기반의 합리적인 비용 분담 원칙을 모색하는 동시에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섬세하고도 단호한 정책적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2025-04-10 16: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