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70건
-
-
-
-
-
이란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는가
[이코노믹데일리] 중동이 다시 불안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란 전역에서 확산된 대규모 항의 시위와 이에 대한 강경 진압은 단순한 내정 문제가 아니다. 국가 권력과 시민의 관계가 어디까지 붕괴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이자 중동 질서 전반의 불안정을 자극하는 위험 신호다. 이란은 1979년 혁명 이후 ‘성직자 통치’라는 체제 아래 국가 운영의 핵심을 신정 권력에 고정해 왔다. 통치 이념이 신앙의 절대성을 앞세우는 순간, 정치는 타협을 잃고 제도는 책임을 잃는다. 그 결과는 언제나 시민의 삶에 가장 먼저 나타난다. 최근 이란에서 시작된 시위가 물가 급등과 생활고에서 출발해 정권 전반에 대한 분노로 확산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생은 정치 위기의 가장 직접적인 지표다. 빵값과 연료비, 생필품 가격이 오를 때 체제에 대한 불만은 추상적 비판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전환된다. 오늘의 이란은 경제적 고통이 어떻게 정치적 저항으로 번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국제사회가 이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첫째, 국가 폭력이 시민의 생명과 자유를 어떻게 압도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기반 인권단체(IHR) 등 국제 인권기구들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추정치를 내놓으며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확한 숫자를 떠나, 국가가 시민을 향해 조직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순간 그 정당성은 이미 심각하게 훼손된다. 둘째, 이 위기가 중동 전체의 지정학적 긴장을 증폭시킬 가능성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살해가 중단됐다고 들었다”, “처형 계획은 없다”는 식의 완화된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동시에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군사 옵션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인권 침해가 외부 개입의 명분으로 전환되는 순간, 중동은 다시 힘의 계산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변한다. 이는 결코 새로운 장면이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시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시민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체제는 과연 지속 가능한가. 이란 정치 체제의 핵심으로 알려진 ‘성직자 통치(벨라야트-에 파키흐)’는 성직자가 국가를 지도할 정당성을 가진다는 논리에 기반한다. 이 논리가 절대화될 경우 시민의 권리는 권력에 의해 허용되는 대상으로 전락하고, 법치는 정치 권력의 하위로 밀려난다. 지금 이란에서 벌어지는 비극은 신앙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신앙을 권력 유지의 도구로 사용하는 통치 구조다. 신앙은 개인과 공동체의 정신적 토대가 될 수 있지만, 국가 권력이 이를 독점하는 순간 정치적 다양성은 배제되고 반대 의견은 처벌의 대상이 된다. 생명과 자유, 적법절차를 훼손하는 폭력은 어떤 이념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 사태를 둘러싼 국제 역학 또한 냉정하다. 중동은 오랜 기간 시아파와 수니파라는 종파 구도가 정치·안보 동맹과 결합해 굳어져 왔다. 이란의 영향력 약화를 반기는 세력이 있는 한편, 체제 붕괴가 내전과 난민, 국경 불안을 초래할 것을 우려하는 국가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이란이 심각한 혼란이나 내전으로 치달을 경우 난민 증가와 국경지대 불안, 역내 세력 균형의 붕괴는 피하기 어렵다. 이 틈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의 압박이 군사 충돌로 비화한다면 그 피해는 다시 시민의 몫이 된다. 정권의 생존 논리와 외부의 군사적 계산이 맞물릴수록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서민의 일상이다. 역사는 이를 반복해서 증명해 왔다. 그렇다면 이란은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첫째, 시민의 생명을 즉각 보호해야 한다. 진압 중단과 구금자·수감자의 적법절차 보장, 표현과 집회의 자유 회복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의 최소한의 의무다. 둘째, 통치의 정당성을 신정의 절대성에서 책임 정치와 권력 분립, 법치로 옮겨야 한다. 셋째, 경제를 민생의 언어로 재건해야 한다. 외부 제재를 탓하기에 앞서 부패와 특권, 폐쇄적 구조를 끊고 통화·물가 안정, 일자리 창출, 생필품 공급망 복원에 나서야 한다. 넷째,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전쟁의 경계가 아니라 신뢰의 경로로 전환해야 한다. 긴장을 낮추는 투명성과 안전장치 없이는 제재 완화와 투자, 교역도 기대하기 어렵다. 국제사회 역시 원칙을 지켜야 한다. 시민 보호라는 명분이 군사 개입의 자동 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무력 충돌은 단기적 정권 타격은 가능할지 몰라도, 장기적 사회 재건과 평화에는 더 큰 비용을 남겨 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실의 검증, 인권 보호, 외교의 공간, 그리고 폭력의 악순환을 끊는 국제적 협력이다. 이란은 우리에게 거울이다. 이념이 제도를 압도하고, 권력이 책임을 거부하며, 폭력이 일상을 잠식하는 순간 국가의 미래는 급속히 소진된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이는 어느 문명권에서도 타협될 수 없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는 정치는 총과 교수대가 아니라 밥과 일자리, 교육과 법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란이 변해야 하는 이유는 체제의 승패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생명을 지키는 길이야말로 중동의 평화를 향한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2026-01-15 10:19:59
-
-
-
-
-
-
-
-
【중국을 제대로 알자 ②】 중국은 '국가'가 아니라 '문명'
[이코노믹데일리] 중국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는 중국을 서구식 ‘국가’의 틀로만 바라본다. 영토가 있고, 국민이 있고, 정부가 있는 보통의 근대 국민국가라는 인식이다. 그러나 이 관점으로 중국을 분석하는 순간부터 거의 모든 해석은 어긋나기 시작한다. 중국은 한국이나 서구 국가들과 같은 방식으로 형성된 나라가 아니다. 중국은 스스로를 하나의 국가 이전에 ‘문명’으로 인식해 온 집합체다. 중국에서 흔히 사용되는 ‘중화문명(中华文明)’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역사 용어가 아니다. 이는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국가 운영 철학을 관통하는 개념이다. 중국은 자신들을 특정 시점에 탄생한 근대 국가가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문명의 연속선 위에 놓인 존재로 인식한다. 이 문명 인식이 중국의 정치, 외교, 영토, 역사 정책 전반을 규정한다. 한국은 비교적 명확한 국가 형성 과정을 거쳤다. 민족과 언어, 영토가 비교적 일치하며 근대 국가의 틀 속에서 빠르게 발전했다. 반면 중국은 출발선부터 다르다. 중국은 다민족, 다언어, 다지역 사회다. 현재 중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민족만 56개에 이르며 생활 방식과 문화, 사고방식은 지역마다 크게 다르다. 그럼에도 이질적인 집단이 하나의 정치 체계로 유지되는 이유는 ‘중국 문명’이라는 상위 개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국경은 단순한 법적 선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던 공간, 문화적으로 연결됐다고 믿는 지역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것이 중국이 영토 문제에서 국제법보다 역사 서사를 앞세우는 이유다. 대만, 티베트, 신장, 홍콩 문제를 중국이 일관되게 ‘내정 문제’로 규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의 시각에서 이 지역들은 독립된 정치 단위가 아니라 문명 질서의 일부다. 이런 문명 인식은 중국의 집착과 강경함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다. 외부의 시선에서 보면 중국은 사소한 문제에도 과잉 반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국 내부 논리에서는 전혀 사소하지 않다. 문명의 연속성과 통합이 위협받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경제적 손해나 국제적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이 원칙에서는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문명국가로서의 중국은 시간 개념에서도 다르다. 서구 국가들이 단기 성과와 선거 주기에 따라 움직인다면 중국은 수십 년, 때로는 수백 년 단위의 시간을 전제로 정책을 설계한다. 오늘의 손해가 내일의 통합과 안정을 보장한다면 감수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정책은 느려 보이지만 방향성은 놀라울 만큼 일관된다. 한국 사회가 중국을 이해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국가 감정’을 중국에 그대로 투영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국가에 대한 감정과 정부에 대한 평가가 비교적 분리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국가, 문명, 정권이 강하게 결합돼 있다. 중국인 다수에게 중국 공산당은 단순한 정치 조직이 아니라 문명을 관리하는 주체로 인식된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중국 내부 여론을 오독하게 된다. 중국의 역사 인식 역시 문명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중국에게 역사는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도구다. 과거에 속했던 지역과 민족을 현재의 중국 문명 안으로 편입시키는 작업은 단순한 역사 해석이 아니라 정치 행위다. 동북공정과 같은 역사 논쟁이 학술을 넘어 외교 문제로 비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 중국의 이런 태도를 종종 역사 왜곡이나 제국주의적 발상으로만 규정한다. 물론 비판할 지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비판과 이해는 구분돼야 한다. 중국이 왜 그토록 역사와 영토 문제에 집착하는지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대응은 감정적 반발에 그칠 수밖에 없다. 감정적 대응은 중국의 문명 논리를 흔들지 못한다. 문명국가로서의 중국은 대외 관계에서도 독특한 태도를 보인다. 중국은 주변 국가를 대등한 파트너로 보기보다는 자신을 중심으로 한 질서 속에서 위치를 설정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것은 현대 국제 질서와 충돌하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자연스러운 사고방식이다. 중국은 평등한 국가 간 관계보다는 위계적 질서를 더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이런 인식은 한국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은 한국을 감정적으로 좋아하거나 싫어하기보다 전략적 가치와 문명 질서 속 위치로 판단한다. 한국이 중국의 핵심 이해관계와 충돌하지 않을 때는 우호적이지만 문명 통합이나 체제 안정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하면 단호해진다. 한국이 느끼는 ‘온도 차’는 여기서 비롯된다. 중국을 문명국가로 이해하는 것은 중국을 정당화하거나 옹호하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정확한 이해는 현실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중국이 어떤 선에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는지 어떤 영역에서는 타협이 가능한지를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외교와 경제, 안보 전략 수립에 필수적인 전제다. 중국을 서구식 국가로만 바라보면 우리는 계속해서 놀라고 분노하게 된다. 그러나 중국을 문명국가로 이해하면 놀라움은 줄어들고 예측 가능성은 높아진다. 예측 가능성은 전략의 출발점이다. 중국을 아는 것이 곧 중국에 끌려다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확히 아는 것이야말로 중국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중국은 앞으로도 자신을 문명으로 규정하며 움직일 것이다. 이 흐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국의 선택지는 분명하다. 감정과 이념을 앞세워 중국을 단순화할 것인가 아니면 구조와 논리로 중국을 이해할 것인가. 중국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중국을 인정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의 판단력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중국은 국가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문명이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중국은 더 이상 막연한 공포의 대상도 무시해도 되는 이웃도 아니다. 분석 가능한 존재가 된다. 그리고 분석 가능한 대상은 결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2026-01-02 15:03:18
-
-
BNK금융, 6개 자회사 대표 윤곽…부산은행장에 김성주
[이코노믹데일리] 부산은행장을 비롯해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의 2기 체제를 함께 이끌어갈 자회사의 대표가 내정됐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 자회사CEO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는 이날 전체 회의를 열고 부산은행장 최종 후보로 김성주 BNK캐피탈 대표를, BNK캐피탈 대표 최종 후보로는 손대진 부산은행 부행장을 선정했다. 1962년생인 김성주 부산은행장 후보는 경남 거창고, 동아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부산은행에 입행한 뒤 부산은행 IB사업본부장, 여신영업본부장과 BNK금융지주 리스크관리부문장(전무), BNK신용정보 대표를 거쳐 2023년부터 BNK캐피탈 대표를 역임했다. 1966년생인 손대진 BNK캐피탈 대표 후보는 부산 혜광고, 부산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부산은행에 입행한 뒤 여신영업본부 상무, 투자금융그룹 상무, 여신지원본부 부행장보, 고객기획본부 부행장보를 역임하고 지난해 말부터 부산영업그룹장(부행장)을 맡았다. 아울러 자추위는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신명호 BNK투자증권 대표, 김영문 BNK저축은행 대표, 정성재 BNK벤처투자 대표, 박일용 BNK시스템 대표 등 4명에 대해선 유임하기로 했다. 자추위 추천에 따라 부산은행을 비롯한 6개 자회사는 오는 31일 각각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열고 최종 후보들의 적격성을 검증한 뒤 임시주주총회을 통해 차기 대표를 선임할 예정이다. 김성주 차기 부산은행장과 손대진 차기 BNK캐피탈 대표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2027년 말까지 2년이며, 이후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다. 유임된 신명호 BNK투자증권 대표 등 자회사 4곳 대표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연말까지다.
2025-12-30 15:4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