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6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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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시네마·메가박스 전격 합병 추진…국내 극장가 지각변동 예고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영화상영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롯데컬처웍스(옛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중앙은 8일 전격적으로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기업결합 심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극장 산업이 생존을 위한 인수합병(M&A)이라는 거대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양사가 성공적으로 결합할 경우, 총 스크린 수는 1682개에 달해 현재 업계 1위인 CJ CGV(1346개)를 넘어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극장 체인이 탄생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점유율 확대를 넘어, 상권 중복 문제 해소, 프리미엄 상영관 확대, 운영 효율화는 물론, 양사가 보유한 콘텐츠 제작 역량의 시너지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국내 극장 산업은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실상은 침체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2024년 전체 관객 수는 약 1억2312만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설상가상으로 2025년 1분기 누적 관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0%나 감소하며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특히 한국 영화의 관객 이탈은 심각한 수준이다. 2025년 상반기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꼽혔던 봉준호 감독의 '미키17'마저 관객 300만명을 간신히 넘기는 데 그쳐, 영화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관객의 극장 외면 추세가 고착화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로 남았다. 이러한 관객 감소의 배경에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약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고화질 콘텐츠를 제공하며 관객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처럼 전 세계적인 흥행작이 극장이 아닌 OTT를 통해 공개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여기에 평균 1만 원을 훌쩍 넘는 영화 관람료와 부대비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 그리고 중간 규모 영화 및 다양성 영화의 위축 등 콘텐츠 약화 현상도 관객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극장 산업의 재편 움직임은 비단 국내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 최대 극장 체인 AMC엔터테인먼트는 2016년 카마이크 시네마 인수를 시작으로 영국의 오데온 & UCI 시네마스 그룹, 북유럽의 노르딕 시네마 그룹까지 차례로 흡수하며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왔다. 또한 2020년 미국 법무부가 영화 배급과 상영 겸업을 금지했던 '파라마운트 판례'를 폐지하면서 소니픽처스가 2024년 극장 체인 알라모 드래프하우스를 인수하는 등 제작사의 극장 소유도 가능해진 상황이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추진되는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합병은 단순한 기업 결합을 넘어 국내 영화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신과 함께' 시리즈, '한산: 용의 출현' 등을 성공시켰고, 메가박스 산하의 플러스엠은 '서울의 봄', '범죄도시' 시리즈라는 강력한 흥행작들을 배출한 바 있다. 양사의 콘텐츠 제작 및 배급 역량이 결합될 경우, '기획-제작-배급-상영'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수직계열화 플랫폼 구축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가장 큰 관건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다. 거대 공룡 극장 체인의 탄생으로 인한 스크린 독과점 심화 및 소비자 선택권 축소 우려는 심사 과정에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한 제작과 배급, 상영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이 자칫 영화의 다양성을 해치고 독립·예술영화 생태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2025-05-09 10: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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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망 무임승차 논란 재점화… '공유지의 비극' 경고음 커지는데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통신망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 '망 이용료' 갈등이 인공지능(AI) 시대 개막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구글, 넷플릭스 등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무임승차'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용자 편익을 기준으로 합리적인 망 이용 대가를 산정해야 한다는 새로운 해법이 제시됐다. 천문학적인 데이터 소비가 예상되는 AI 시대를 앞두고 지속 가능한 디지털 생태계를 위한 '공정한 분담' 원칙 정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AI 시대 대형 플랫폼의 이용자 피해 유발과 국내 산업 무임승차, 위기와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는 글로벌 빅테크의 지배력 확대 속에서 국내 인터넷망이 처한 현실과 대안 모색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발제를 맡은 변상규 호서대 문화영상학부 교수는 "과거 망 중립성 원칙이 지금도 유효한지 고민해야 할 때"라며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 '공유지의 비극'을 막기 위해 상생해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 트래픽은 폭증, ISP 수익성은 악화… '망 중립성'의 딜레마 '망 중립성' 원칙은 인터넷상의 모든 콘텐츠나 트래픽이 차별 없이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이념이다. 인터넷 초창기 혁신과 성장을 이끈 핵심 동력이었지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와 같이 막대한 데이터를 소비하는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현재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약 42%를 구글(유튜브), 넷플릭스, 메타 단 3개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유발하는 막대한 트래픽 처리를 위해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ISP)들은 국제 회선료, 전용선 증설 등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정당한 망 이용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변 교수는 "CP(콘텐츠 제공사)들이 망 이용료를 내지 않는 '무임승차'는 CP에 트래픽 관리 책임을 부여하지 않아 공공재의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ISP들의 재정 상태는 악화되는 추세다. 변 교수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약 8년간 이동통신사의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이 감소하고 있다"며 "이는 유통되는 통신량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요금 인상이 어려워 발생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역대 데이터 중 가장 트래픽이 많고 AI 시대가 되면 트래픽이 훨씬 증가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는데 ISP의 재정 상태는 열악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망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인터넷 품질 저하와 같은 이용자 피해로 귀결될 수 있다는 '공유지의 비극'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고다. ◆ '이용자 편익' 기반 새로운 해법 제시… "상호 기여도 따져 분담해야" 변 교수는 기존의 매출이나 비용 기반 산정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며 ISP와 CP가 서로에게 제공하는 '효용 편익', 즉 '상호 기여도'를 기준으로 망 이용료를 산정하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이용자는 인터넷 가입자인 동시에 유튜브와 같은 CP의 서비스 이용자이므로 양측이 서로에게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비용을 분담하자는 논리다. 변 교수가 유튜브와 유무선 인터넷 이용자 7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는 흥미롭다. 조사에 따르면 통신사는 유튜브 이용자 1명에게 월 평균 8073원의 편익을 제공하는 반면 유튜브는 이동통신 이용자에게 월 평균 2412원의 편익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속인터넷 이용자 대상으로는 통신사 8398원, 유튜브 2291원의 편익 제공) 변 교수는 "소비자의 편익은 상품에 대한 지불 의사액의 최대값이므로 편익의 범위 내에서 대가 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방식은 각 서비스가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실질적인 가치를 반영하여 보다 합리적인 대가 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를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용자 한 명의 정확한 서비스 이용 시간, 실제 이용자 수 등 객관적인 데이터 확보가 선결 과제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토론에서 "구글이 우리나라 망 사용의 전체 30%를 차지하지만 네이버는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망 사용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유튜브하고 넷플릭스는 현재 법인세조차 안 내고 있는데 어찌 보면 이 회사들이 (우리나라로부터) 1000억원 이상의 국가 보조금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으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또한 플랫폼 문제를 국가 전략적 자산 차원에서 접근하는 글로벌 추세를 언급하며 단순한 시장 논리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음을 지적했다. ◆ 플랫폼 책임 강화 요구… 정부 역할론 부상… "법·제도 정비 통해 갈등 해결해야" 망 이용료 논란과 더불어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강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김명수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튜브의 프리미엄 요금 대폭 인상(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3% 인상) 사례를 들며 "플랫폼들이 요금 책정에 대해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허위 정보 유통, 서비스 장애 발생 시 플랫폼 기업들이 책임감을 갖고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AI 시장은 막대한 데이터와 자본력이 요구돼 소수 대형 플랫폼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AI 환경에서도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법 제도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용자와 플랫폼 사업자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디지털서비스법(DSA)과 같이 대형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를 견제하고 책임을 강화하는 글로벌 규제 흐름과도 맥을 같이한다. 전문가들은 망 이용료 갈등 해결과 건전한 디지털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변 교수는 "기업 간 갈등이 법적 소송이나 시장 지배력에 의해 해결되지 않도록 정부가 법 제도를 정비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소송이 2심에서 합의로 종결되면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한 점을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다만 규제 도입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플랫폼 규제 이슈가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통상 조약에 어긋나거나 해외 사업자만 차별적으로 규제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정보 보호, 저작권 침해 등 국제적으로 보편적인 규범에 대해서는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통해 해외 사업자의 이행을 유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결국 망 이용료 문제는 단순히 기업 간의 이해관계를 넘어 AI 시대를 맞는 대한민국의 디지털 경쟁력과 주권 그리고 이용자 후생과 직결된 중차대한 사안이다. '이용자 편익' 기반의 합리적인 비용 분담 원칙을 모색하는 동시에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섬세하고도 단호한 정책적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2025-04-10 16: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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