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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과 정의는 왜 사라졌나
[편집자 주] 형사사법 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면서, 법조 현장에서 오랫동안 반복돼 온 관행과 판단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제도의 변화는 눈에 띄지만, 그 제도가 실제로 작동해 온 과정과 그 영향이 충분히 돌아봤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연재는 개별 제도나 입법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검찰·법원·변호사로 이어지는 법조 시스템 전반에서 축적돼 온 현실을 차분히 따라가고자 한다. 사법 절차가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돼 왔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이 제도 변화를 이해하는 데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코노믹데일리] 형사사법 절차의 마지막 판단은 법원이 내린다.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됐는지, 구속이 필요하다고 판단됐는지와 관계없이 최종적으로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것은 판결이다. 그만큼 법원의 판단은 형사 절차 전반의 정당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법원 판단을 둘러싼 논란은 오래전부터 반복돼 왔다. 비슷한 사건에서도 결론이 엇갈리고, 같은 혐의에 대해서도 결과가 달라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문제 제기다. 다만 이러한 현상 자체는 제도의 취지와 무관하지 않다. 형사 재판은 1심과 2심, 3심으로 이어지는 다심제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 서로 다른 법관이 독립적으로 판단하도록 한 장치다. 판단이 언제나 같다면 다심제를 둘 이유도 없다. 증거의 해석과 진술의 신빙성, 법리 적용은 각 재판부가 헌법이 보장한 법관의 독립에 따라 판단하도록 돼 있다. 논란이 이어지는 지점은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같은 사건에서 결론이 갈렸을 때, 그 차이가 어떤 기준과 논리에서 비롯됐는지가 충분히 설명되고 있는지다. 판결이 서로 다른 결론에 이르렀을 경우, 그 차이가 당사자에게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설명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단계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된다. 구속영장은 범죄 혐의의 소명과 도주 또는 증거 인멸의 우려를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돼 있다. 다만 실제 판단 과정에서는 혐의의 성격과 사건의 경과, 수사의 진행 상황 등이 함께 고려된다. 같은 사안이라도 판단이 달라질 여지는 제도적으로 예정돼 있다. 여기에는 절차적 이유도 있다.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영장 단계와 본안 재판은 통상 서로 다른 재판부가 맡는다. 영장 단계에서는 구속 필요성만을 살피고, 본안 재판에서는 유·무죄만을 판단한다. 판단의 대상과 범위가 다르다 보니, 왜 수사 단계에서는 구속이 필요하다고 판단됐는지, 왜 법원은 그 판단을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설명이 본안 판결문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구속 판단을 다시 문제 삼을 수 있는 제도적 통로는 마련돼 있지만, 그 판단이 본안 재판의 맥락 속에서 한 흐름으로 정리되도록 설계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지적된다. 무죄 판결이 내려진 이후에도 질문은 남는다. 수사 단계에서의 구속 판단이 재판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그 판단이 최종 결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설명은 판결의 결론 속에 흡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판결문은 유·무죄의 이유를 밝히지만, 그 이전 단계의 판단이 적절했는지까지 되짚는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그 결과 수사와 재판의 판단은 서로 다른 영역에 머무르게 된다. 수사 단계의 판단은 수사 단계에서 끝나고, 재판은 재판의 논리로만 설명된다. 무죄가 선고돼도 “그렇다면 왜 구속됐는가”라는 질문에 제도적으로 답해 주는 장치는 제한적으로만 작동한다. 판단의 경과는 기록으로 남지만, 그 판단이 어떻게 형성됐고 어디에서 달라졌는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설명하는 과정은 충분히 제도화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법원은 개별 사건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기관이지, 수사 관행 전반을 평가하는 주체는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사법부의 역할은 법률과 증거에 따라 결론을 내리는 데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그 경계가 분명할수록, 수사와 재판 사이에서 발생하는 판단의 단절 역시 그대로 남게 된다. 판결의 예측 가능성은 사법 신뢰와 직결된다. 판단이 달라질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라 하더라도, 그 차이가 어떤 이유에서 비롯됐는지를 당사자가 이해할 수 없다면 법은 안정적인 규범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법관의 독립과 판결의 설득력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작동해야 할 요소다. 형사사법 절차는 수사로 시작해 판결로 끝난다. 그 마지막 판단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 때, 앞선 모든 절차의 정당성 역시 의문에 놓이게 된다. 판결의 기준과 판단의 맥락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는 법원 스스로에게도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남아 있다.
2026-02-06 14: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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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판결이 남긴 질문...사법의 시간은 누구를 위해 흐르는가
하나은행 채용 비리 사건으로 기소됐던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하나의 법률적 결론에 그치지 않는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확정됐지만 사건의 핵심이었던 업무방해 혐의는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결과적으로 함 회장을 수년간 따라다녔던 가장 무거운 사법 리스크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판결문을 덮는 순간, 또 다른 질문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든다. 과연 이 결론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긴 시간이 필요했는가 하는 물음이다. 사건의 출발은 2015~2016년이다.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의 점수 조작과 성별 차별 의혹이 수사로 이어졌고 1심과 2심을 거쳐 대법원 판단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함영주라는 개인은 물론 하나금융이라는 조직 전체는 ‘사법 리스크’라는 불확실성을 안은 채 경영을 이어가야 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법정 안에서는 분명히 작동한다. 그러나 시장과 여론, 조직 내부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최고경영자가 형사 재판의 당사자가 되는 순간, 그 재판의 결론과 무관하게 기업의 전략과 의사결정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사법 절차가 길어질수록 그 부담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으로 누적된다.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특히 문제 삼은 대목은 항소심의 판단 방식이다. 1심은 채용 담당자들의 일관된 진술과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함 회장이 합격권 밖 지원자를 합격시키도록 위력을 행사하거나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새로운 증거가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판단을 뒤집어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를 두고 “합리적인 사정 변경 없이 1심의 판단을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히 한 사건의 결론을 바로잡는 차원을 넘어 형사재판에서 증거 판단과 심증 형성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다시 확인한 판결이다. 형사사법의 기본 원칙은 분명하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돌아가야 한다. 특히 1심의 사실인정을 뒤집으려면 그 판단이 논리와 경험칙에 명백히 반하거나 중대한 오류가 있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상급심은 판단의 수정자가 아니라 또 하나의 추정자가 될 위험에 놓인다. 이 과정이 길어질수록 사건은 법정 밖에서도 계속 살아 움직이고 사회 전체의 피로도는 누적된다. 물론 이번 판결이 모든 혐의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 대법원은 2심의 유죄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는 당시 금융권 전반에 퍼져 있던 성별 채용 관행에 대해 사법부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돼 왔던 차별 구조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묵인할 수 없다는 선언에 가깝다. 다만 이 지점에서도 질문은 남는다. 구조적 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와 특정 개인의 형사 책임을 어디까지 묻는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1심은 관행적 구조 속에서 개인의 직접적 개입과 책임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고, 대법원 역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증명 부족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왜 수년간 형사 재판의 궤도를 벗어나지 못했는가. 사법의 시간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고대 로마의 법언인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은 피해자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피고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무죄든 유죄든, 결론에 이르기까지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면 그 자체로 이미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기업 경영에서 불확실성은 가장 비싼 비용이다. 투자와 인사, 중장기 전략은 모두 ‘혹시 모를 사법 리스크’를 전제로 조정되고 그 부담은 결국 시장과 경제 전반으로 확산된다. 해외 사례는 다른 선택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 연방 검찰은 대기업 최고경영자가 연루된 형사 사건에서 기소 단계부터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 유죄 입증 가능성이 충분히 높지 않다면 형사 기소 대신 민사 제재나 행정 처분으로 방향을 돌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무리한 기소가 사법 신뢰와 시장 안정성을 동시에 훼손할 수 있다는 경험적 학습의 결과다. 일본 역시 최근 기업 범죄에서 개인의 형사 책임을 묻는 기준을 한층 엄격히 하고 있다. 명확한 지시와 공모, 이익 귀속이 입증되지 않으면 조직 책임과 개인 책임을 구분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비춰보면 우리 사법 시스템은 여전히 “일단 법정으로 가져가자”는 관성이 강해 보인다. 수사와 기소 단계에서 충분히 걸러질 수 있었던 사안이, 재판이라는 긴 터널로 진입하면서 사회적 비용을 키운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법부의 판단뿐 아니라 그 이전 단계에서의 판단 역시 함께 성찰돼야 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사회가 혼란에 빠질 때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것으로 ‘정명’을 들었다. 이름과 역할이 바로 서야 질서가 회복된다는 뜻이다. 사법 시스템도 다르지 않다. 수사는 수사답게, 기소는 기소답게, 재판은 재판답게 작동해야 한다. 어느 한 단계가 자기 역할을 넘어서면 그 부담은 개인과 사회 전체로 전가된다. 함영주 회장은 이번 판결로 사법적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소모된 시간과 비용, 그리고 사회적 에너지는 이미 지나간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을 하나의 결론으로만 남기지 않는 것이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어디에서 판단이 지연됐는지, 그리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를 묻지 않는다면 다음 사법 리스크는 언제든 다시 등장할 수 있다. 사법의 권위는 엄정함에서 나오지만 신뢰는 속도와 일관성에서 완성된다. 이번 판결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의미는 유·무죄의 경계선이 아니라, 사법의 시간이 과연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일 것이다.
2026-01-30 10: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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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중형에 드러난 법원 판단… 윤석열 내란 1심 향방
[이코노믹데일리]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법부가 처음으로 ‘내란’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중형이 선고되면서, 계엄 선포의 최종 책임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 책임이 어디까지 인정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21일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전직 국무총리가 형사재판에서 선고와 동시에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번 판결의 의미는 형량 그 자체보다 사건의 성격 규정에 있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 선포와 포고령 발령이 “형법 제87조가 규정한 내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이 12·3 비상계엄을 사법적으로 ‘내란’으로 판단한 첫 사례다. 재판부는 계엄 선포와 동시에 공개된 포고령에 대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의회 민주주의, 영장주의, 언론·출판의 자유 등 헌법 질서를 소멸시키려는 목적에서 발령됐다”며 국헌 문란의 목적을 인정했다. 군 병력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관위 등을 점거하고 출입을 통제한 행위에 대해서도 “다수인이 결합해 위력을 행사한 폭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2·3 계엄의 성격에 대해서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그 추종 세력에 의해 위로부터 실행된 내란”으로 규정하며 “친위 쿠데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계엄이 짧은 시간 안에 종료되고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민과 일부 정치인, 위법한 지시에 저항한 군인과 경찰의 대응 때문”이라며 “내란 성립이나 형을 정하는 데 고려할 사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 전 총리에 대해서는 국정의 2인자로서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견제하고 불법 계엄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방기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은닉하고, 계엄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처럼 보이기 위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폐기했으며, 헌법재판소에서 위증한 점을 중형 사유로 들었다. 특검의 구형량은 징역 15년이었으나 재판부는 이를 상회하는 형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특검이 처음 적용한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로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내란죄는 우두머리, 중요임무종사, 부화수행으로 역할별 구성요건이 정해진 필요적 공범 범죄로 일반적인 방조범 개념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한 전 총리는 방조범이 아닌 내란 중요임무종사 정범으로 처벌됐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유죄 판단이 내려지면서, 계엄 선포의 최종 책임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 책임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번 판결은 12·3 비상계엄을 형법 제87조의 내란으로 규정하고, 그 성립 요건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한 법원의 시각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놓고 보면, 윤 전 대통령 사건은 세 갈래 판단 가능성 위에 놓여 있다. 먼저 내란 우두머리에 대해 예정된 법정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다. 형법상 내란 우두머리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 원칙적 형이다. 재판부가 12·3 계엄을 ‘내란’이자 ‘친위 쿠데타’로 규정한 판단을 그대로 대입할 경우, 계엄 선포의 직접 주체에 대해서도 이 형의 범위가 문제 된다. 특검이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한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 다음은 법정형 범위 안에서 양형을 달리하는 판단이다.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계엄이 단기간에 종료된 점이 양형 단계에서 어떻게 반영될지가 쟁점이 된다. 다만 한 전 총리 판결에서 재판부는 계엄이 조기에 종료된 사정을 내란 가담자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판단이 유지될 경우, 유기징역을 선택하더라도 장기간 실형이 문제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쟁점은 내란 우두머리로서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이 통치행위의 범주에 속하고, 군과 경찰의 폭동 실행에 대해 직접적인 지휘·통제 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 전 총리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종사를 인정한 이번 판결은, 계엄 선포의 직접 주체인 대통령의 책임을 그보다 좁게 설정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판단 방식은 과거 판례에서도 반복돼 왔다. 1979년 12·12 군사반란과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 조치에 대해 대법원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내란 혐의를 인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국헌 문란의 목적과 군을 동원한 폭동 여부를 판단의 중심에 두었다. 이번 한 전 총리 판결 역시 포고령의 목적과 국회·중앙선관위 점거 등 군·경 동원 행위를 판단의 핵심 요소로 삼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기일은 2월 19일로 예정돼 있다. 이 재판은 한 전 총리 판결에서 드러난 법원의 판단 기준이 계엄 선포의 최종 결정권자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가르는 절차가 된다.
2026-01-21 17: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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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징역 23년 선고 후 법정구속
[이코노믹데일리] 헌정 질서를 흔든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법부가 사건의 성격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당시 국정 최고 책임자 중 한 명이었던 국무총리의 형사 책임을 정면으로 판단했다. 비상 상황에서의 절차 관여가 어디까지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둘러싼 판단이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내란 중요임무종사와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위증 혐의를 인정해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선고 직후 구속 필요성에 대한 별도 심문을 거쳐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전직 국무총리가 법정에서 곧바로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12·3 내란’으로 명명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포고령 발령 일련의 행위가 형법상 내란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한 전 총리에게 적용된 혐의 역시 대부분 유죄로 인정됐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한 전 총리의 법적 지위와 역할에 대한 평가였다. 한 전 총리는 당초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는 내란죄의 법적 성격을 문제 삼았다. 내란죄는 우두머리, 중요임무 종사, 부화수행 등 역할에 따라 구성요건이 나뉘는 필요적 공범 범죄로, 일반적인 방조범 개념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특검팀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고,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선택적으로 병합해 판단해 달라며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를 허용했고, 최종적으로 한 전 총리를 방조범이 아닌 중요임무종사 정범으로 판단했다. 이 법리 판단이 형량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무총리의 헌법적 책무를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민주적 정당성과 그에 대한 책임을 부여받은 국무총리로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헌법을 수호·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12·3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아래 이러한 의무를 외면하고 그 일원으로 가담하기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로 인해 대한민국은 자칫하면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가 유린됐던 과거로 회귀해 독재 정치의 수렁에 빠질 위험에 처했다”며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실감과 상처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허위공문서 작성과 위증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해제 이후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작성된 사후 선포문에 윤석열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서명한 뒤 이를 폐기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는 비상계엄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시도로 판단됐다. 또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부분에 대해서도 위증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보다 사후적으로 자신의 안위를 도모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징역 15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며 이를 상회하는 형을 선고했다. 법정구속 결정 역시 범죄의 중대성에 더해 증거인멸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내란죄의 구성요건과 공범 성립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고위 공직자가 비상 상황에서 취한 행위가 내란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관련 사건 재판에서도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총리 측은 항소를 예고했다. 항소심에서는 내란 중요임무종사 인정 여부와 양형의 적정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판결은 비상 상황을 이유로 한 권한 행사라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의 한계를 넘을 경우 형사 책임이 문제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사례로 남게 됐다.
2026-01-21 15:5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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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에 맡긴 안전, 재범은 예고돼 있었다
[이코노믹데일리] 아동 성추행과 살인으로 징역 15년을 복역한 전과자가 출소 이후 다시 성범죄를 저질렀다. 법원은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남성에게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하고 전자발찌 부착과 신상정보 공개,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좋고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판결문만 보면 엄정해 보이지만, 결론은 또다시 한 자릿수 실형이었다.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로 설명하기 어렵다. 사법부의 양형 판단과 국가의 관리 방식이 동시에 한계를 드러낸 결과다. 형벌의 목적은 범죄 예방에만 있지 않다. 범죄의 무게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응보 역시 형벌의 핵심이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와 살인은 우리 형사법 체계에서 가장 무거운 범주에 속한다. 사회가 형벌에 기대하는 것은 교정의 가능성 이전에, 그 행위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예방의 관점에서도, 응보의 관점에서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재판부는 재범 위험을 분명히 인정했고,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형량은 다시 7년대에 머물렀다. 살인을 수반한 아동 성범죄 전력이 있는 피고인에게 반복적으로 내려지는 이 수준의 형벌이 과연 죄값에 부합하는지, 사법부 스스로 답해야 할 대목이다. 응보가 흔들리면 예방도 작동하기 어렵다. 형벌이 범죄의 무게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법은 규범으로서의 권위를 잃는다. 중대한 성범죄 전과자가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는데도 비교적 단기간의 실형에 그친다면, 법이 그 범죄를 얼마나 중대하게 평가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재범 억제라는 형벌의 예방 기능도 설 자리를 잃는다. 국가의 책임도 분명하다. 사법부가 형량 판단에 머무는 동안 행정은 전자발찌라는 단일 수단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 전자발찌는 범죄를 차단하는 장치가 아니다. 이동 경로를 확인하고 사후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관리 수단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해 사실상 전자발찌 부착이 관리의 핵심인 것처럼 작동해 왔다. 이번 사건에서 전자발찌는 억제 수단이 아니었다. 피고인은 이를 착용한 상태에서 피해자에게 접근했고, 범행을 반복했다. 이는 전자감독만으로 충분하다는 국가의 판단이 현실과 괴리돼 있었음을 보여준다.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전자발찌에 안전을 맡겨온 국가의 인식 문제다. 해외에서는 접근이 다르다. 일부 국가는 성범죄를 단순 범죄가 아니라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정신적 이상 상태로 보고, 형기 종료 이후에도 재범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면 장기 격리나 강제 치료를 병행한다. 인권 논란이 뒤따르지만, 재범 위험을 인정하고도 다시 사회로 돌려보내는 모순만큼은 피하려 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책임이 분산돼 있다. 법원은 형량의 한계를 이유로 사회 방어를 행정에 넘기고, 국가는 사법 판단을 이유로 전자감독에 머문다. 그 사이 형벌의 응보적 기능도, 예방적 기능도 모두 반쪽에 그친다. 그 공백은 반복되는 피해로 채워진다. 성범죄 재범은 우연이 아니다. 재범 위험을 인정하면서도 죄책에 상응하는 형벌과 실질적 격리를 선택하지 않은 사법부의 판단, 전자발찌에 기대 최소한의 관리에 머문 국가의 대응이 겹쳐진 결과다. 사회 복귀를 전제로 한 판단이 반복되는 한, 같은 유형의 사건은 계속해서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2026-01-19 16: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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