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2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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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국감서 '3대 의혹' 정조준… 관저 안전관리·파인그라스·가덕도 신공항까지
[이코노믹데일리] 현대건설이 올해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 오르면서 윤석열 정부 시절 수행했던 공사 전반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통령실 관저 공사 현장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정황, 대통령실 야외정원 ‘파인그라스’ 하도급 미신고, 가덕도 신공항 사업 포기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정치권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이번 국감은 단순한 안전관리 점검을 넘어 ‘권력과 건설자본의 관계’를 검증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당시 현대건설이 관리·감독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호초소 공사에서는 작업자들이 안전모조차 착용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022년 6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관저 스크린골프장·경호초소 공사에서 근로자들은 추락 방지용 상체식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고, 사다리를 고정하는 아웃트리거나 용접 불티를 차단하는 석면포도 설치되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는 안전관리 감리 인력조차 상주하지 않아, 안전모와 보호장비 착용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하도급 업체 관계자는 “일반 건설현장에서는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으면 출입이 불가능하지만, 관저 공사는 예외였다”며 “현장에 안전장비조차 비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태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산업재해 사건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현장 사진에서 추락 방지시설과 사다리 고정, 전도 방지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정황이 포착됐다. 노동법 분야에서는 원청 역시 안전 보건조처 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한 산안법 제38조에 비춰 현대건설의 책임이 면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또 다른 법률 전문가는 “공사가 급하게 추진된 만큼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 등이 미비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은 “국정감사를 앞둔 상황이라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윤석열 정부 당시 현대건설이 대통령실 야외정원 ‘파인그라스’ 내 건물 공사를 진행하면서 하도급 계약을 건설산업종합정보망(KISCON·키스콘)에 등록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국민 세금이 투입된 공공성 높은 공사임에도 신고 의무를 어긴 채 비공개로 진행돼, 대통령경호처와 현대건설이 공사 사실을 숨기려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현대건설이 발주자(대통령경호처)에게 하도급 계약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며 “관할 기관인 서울시에 행정처분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1억원 이상 공사를 도급받은 원청업체나 4000만원 이상 공사를 하도급받은 업체는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키스콘을 통해 발주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대신 하도급업체 ㈜ㄱ사가 뒤늦게 단독으로 신고했다. 공사 규모는 약 6억~7억원에 달해 명백히 신고 대상이었다. 현대건설은 “경호처의 보안상 지시에 따라 등록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신영대 의원은 “보안을 이유로 공사 내역을 숨긴 것은 명백한 은폐 행위”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국토부의 요청에 따라 관련 서류를 검토 중이며, 하도급 미신고 사실이 확정되면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진행할 예정이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 포기 논란도 국감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가덕도 신공항은 여의도의 두 배가 넘는 666만9000㎡ 부지에 활주로와 방파제 등을 포함한 13조원 규모의 초대형 국책사업으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지난해 네 차례 유찰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올해 5월 사업을 포기했다. 표면적 이유는 공사 기간 84개월 연장 여부였지만,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실 관저 공사 특혜와 맞물린 정치적 결정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지난 7월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건설이 관저 공사를 사실상 무상으로 시공하고, 그 대가로 신공항 사업을 특혜로 따냈다”며 “이후 감사원 재조사와 수사망 확대 속에 회피성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 김윤덕 장관은 “공사 기간 84개월을 고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산시, 여야 의원, 전문가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밝혔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는 국토위와 법사위 양쪽에서 증인으로 채택됐다. 여야 의원들은 관저 공사 안전관리, 파인그라스 하도급 미신고, 가덕도 신공항 사업 포기 등 세 가지 현안을 중심으로 현대건설을 추궁할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실과 밀접한 공사를 수행한 현대건설은 이번 국감의 상징이 됐다”며 “공사의 투명성, 절차, 책임이 모두 검증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감이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기업의 신뢰도를 가늠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며 “현대건설이 이번 세 건의 논란을 어떻게 해명하느냐에 따라 향후 입찰과 평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2025-10-13 10: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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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대재해 건설사 등록말소 추진…과징금·입찰 제한도 강화
[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건설사에 대해 등록을 말소하는 규정을 도입하고, 연간 3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최소 30억원에서 최대 영업이익의 5%까지 제재성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사망사고 다발 기업에 ‘면허 취소’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나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온 만큼, 이번 조치는 기업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성격을 띤다. 정부는 15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관계 부처 합동으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반복되는 사망사고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정부의 감독과 통제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앞서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를 상대로 건설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제한을 언급했으나 현실적으로 영업정지 처분이 한계였던 점을 반영해, 등록 말소와 입찰 제한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았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추진해 최근 3년 내 세 차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건설사에 대해 등록말소 요청 규정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한 노동부 요청 시 건설사 등록말소가 이뤄지도록 건설산업기본법 개정도 추진한다. 영업정지 요건도 강화된다. 현재는 한 사고에서 2명 이상이 사망해야 영업정지 요청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연간 다수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에도 제재가 내려진다. 지금까지는 10명 이상 사망해도 최대 5개월까지만 가능했던 영업정지 기간 역시 확대될 방침이다. 제재적 성격의 과징금도 신설된다.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최소 30억원에서 최대 영업이익의 5%까지 부과된다.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는 대형 건설사의 경우 최대 500억원대 과징금이 현실화될 수 있다. 과징금 규모는 사망자 수와 사고 발생 횟수에 따라 차등 적용되며, 이를 심사할 과징금 심의위원회도 신설된다. 거둬들인 과징금은 산업재해예방보상보험기금에 편입돼 산재 예방에 활용된다. 공공사업 입찰 제한도 강화된다. ‘중대재해 반복’을 입찰 제한 요건에 포함하고, 제한 기간은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법인 분할이나 명의 변경 등을 통한 제재 회피를 막기 위해 제재효력 승계 규정도 신설된다. 민간사업에서도 건설안전 평가 배점이 높아지고, 사고 건설사에 대한 평가 감점 기준이 명확해진다. 여신심사, 보증, 분양 등 자본조달 과정에도 중대재해 리스크가 반영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보증 시 안전도 평가가 도입되며,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건설사는 선분양 제한을 받게 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미분양 매입이나 HUG의 환매 지원 등 정책자금 지원에서도 반복 사고 기업은 심사가 강화되거나 배제될 수 있다. 상장사의 경우 중대재해 발생이나 형사판결 시 즉시 공시가 의무화된다. 중대재해 기업에는 산재보험기금 투자도 제한되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투자 판단 기준인 ESG 평가와 스튜어드십 코드에도 반영된다. 공공기관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기관장 해임 근거도 마련된다. 정부는 강력한 제재와 함께 사고의 구조적 원인 해결을 위한 지원책도 내놓았다. 전체 사망사고의 60%를 차지하는 추락·끼임 사고가 빈번한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내년부터 433억원을 투입해 안전장비 구입 비용을 지원한다. 10인 미만, 50억원 미만 건설현장에서 추락방호망, 신체감지센서 등을 구입할 경우 기존 50~80%였던 보조율을 최대 90%까지 확대한다. 외국인과 고령자에 대한 대책도 포함됐다. 외국인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3년간 외국인 고용이 제한되고, 중대재해성 질병이나 부상 사고가 발생하면 1년간 고용이 제한된다. 대신 장기근속 외국인은 ‘안전리더’로 지정돼 현장 안전교육을 담당하고, 이를 도입한 기업에는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고령 노동자에 대해서는 맞춤형 작업 가이드라인을 보급하고, 고령 친화적 작업환경 조성을 위한 비용도 지원된다. 불법 하도급 개선 방안도 추진된다. 국토부와 노동부는 건설현장 불법 하도급에 대한 합동 단속을 정례화하고, 발주자에게 적정 공사비 산정 의무를 부여해 저가낙찰 관행을 개선한다. 100억원 미만 공사의 낙찰하한율은 2%포인트 상향되고,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책임도 발주자에서 원청으로 확대된다. 공사기간 역시 발주자가 기준을 마련해 전문기관이나 인허가 기관장이 심의·검토하는 절차를 도입하고, 민간공사 표준도급계약서에도 공사기간 산정 기준을 명시한다. 폭염 등 기상재해도 공기 연장 사유에 포함된다.
2025-09-15 21: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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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환 변호사 "속도 강제하는 계약 구조, 건설현장 사고 근본 원인…입법 개선 필요"
[이코노믹데일리] 김용환 법무법인 서한 변호사는 한국 건설 산업에서 반복되는 중대재해의 근본 원인을 ‘속도를 강제하는 계약 구조’에서 찾으며, 실효성 있는 예방 중심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10일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코노믹데일리 2025 건설포럼’에서 ‘건설산업재해 감소를 위한 입법적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의 산재 사망률은 2024년 기준 근로자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0.29명)을 크게 웃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대통령의 건설사 면허 취소 지시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다층적 책임 체계를 두고 있음에도 사고 예방에 실패하는 이유를 “계약 구조 자체가 안전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와 현장소장, 안전관리자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와 원·하청 대표이사에게 의무를 부과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공기 단축을 위해 안전 조치를 무시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특히 계약서상 책임 준공 의무가 불가항력적 사유를 제외하면 어떠한 지연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완공 의무로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안전 점검이나 보강을 위한 공사 중단조차 불가능하고, 사고 위험보다 준공 기한이 우선되는 구조가 고착됐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를 “안전을 고려할 여지가 없는 절대적 완공 의무 체계”라고 규정하며, ‘구조적 안전 경시’가 사고를 유발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기한을 맞추지 못하면 주체별 경제적 손실은 막대하다. 시공사는 PF 대출 원리금을 전액 떠안아 존립이 흔들릴 수 있고, 신탁사는 판례상 대출금 전액을 금융기관에 배상해야 한다. 시행사 또한 분양 지연 시 계약 해제 요구와 대금 반환, 위약금 지급을 부담한다. 분양계약 역시 입주 지연 시 수분양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안전을 이유로 한 공기 연장은 사실상 인정되기 어렵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안전을 이유로 한 공기 연장을 강행법규로 인정해야 한다”며 “도급계약 체결 시 최소 안전 공사 기간 이상을 보장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변호사는 끝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을 범죄자로 만드는 법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사회적 계약이어야 한다”며 “처벌 강화보다 실효성 있는 예방 시스템 구축으로 지속 가능한 안전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2025-09-10 16: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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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6년, 벌금 3%"… 건설사들, 수주 전쟁 속 '생존 전략' 전환
[이코노믹데일리]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건설업계는 하반기 반등을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서울 성수, 여의도, 대치 등 재개발 핵심지를 중심으로 대형 건설사 간 시공권 확보 경쟁이 가열되며,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벌써 31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수주 경쟁과는 별개로 현장 시공 전략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공사 기간을 6년 가까이 설정하는 등 일정에 여유를 두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흐름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업계는 이를 ‘생존을 위한 전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2025년 1~8월 기준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 수주액은 31조6833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27조8700억원)을 뛰어넘었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7조828억원), 현대건설(5조5357억원), 포스코이앤씨(5조302억원) 등 상위 3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정비 3강 체제를 구축했다. 하반기에는 성수전략정비구역, 압구정2구역, 여의도 대교아파트 등 이른바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수주전이 집중될 전망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약 9000세대 규모의 대형 사업지로 현대건설, GS건설, HDC현산이 시공권 경쟁에 나섰으며, 성수2~4지구도 연내 시공사 선정을 추진 중이다. 여의도에서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1호 사업인 대교아파트 재건축이 주목받고 있다. 해당 사업은 지상 49층 4개 동, 총 912세대 규모로 탈바꿈할 예정이며, 삼성물산, GS건설, 롯데건설, DL이앤씨 등 7개사가 현장설명회에 참여했다. 수주 전선이 확장되는 반면, 현장 시공에서는 ‘속도’보다 ‘안정’이 핵심 가치로 떠올랐다. 최근 분양 단지들은 입주 시점을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늦추고 있다. 대우건설이 분양한 부산 ‘서면 써밋 더뉴’는 공사 기간이 68개월, ‘수원 망포역 푸르지오 르마크’는 53개월로 설정됐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평균 공사 기간은 29개월, 올해 상반기는 37개월로 증가한 상황이다. 이는 단순한 일정 지연이 아니라, 건설사가 기후 변화와 파업, 자재 수급 차질 등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폭염·장마 같은 기후 리스크와 노조 문제, 시행사와의 갈등까지 겹치며, 짧은 공기는 더 이상 효율이 아닌 리스크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건설사들은 시행사와의 계약 단계부터 충분한 시공 여유를 반영하며 공기 연장을 표준화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정부의 산업안전 정책 기조와도 맞물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중대재해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예산안에 산업재해 예방 항목으로 1조5000억원을 편성했고, 퇴직 건설기술자와 전문가를 영세 현장에 배치하는 순찰·점검 체계도 확대한다. 경찰청은 전국 시·도청에 산업재해 전담 수사팀을 신설하는 직제 개편을 추진 중이다. 국회 역시 규제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여간(7월 21일~8월 24일) 국회에 발의된 건설 관련 법안은 총 55건이며, 이 가운데 25건이 산업안전 관련 규제 신설 또는 강화 법안이다. 대표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작업중지권 행사 주체 확대, 폭염·한파 포함, 손해배상 면책, 임금 손실 보전 등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건설사명과 사망자 수를 공개하는 건설기술진흥법 개정안, 사망사고 발생 시 연매출의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거나 1년 이하의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건설안전특별법도 발의됐다. 연매출 3%는 대형 건설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을 상회하는 수치다. 업계는 이러한 규제 강화 기조가 오히려 산업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정부가 종합적 산재 예방 대책을 마련 중인 상황에서 국회가 병렬적으로 중복 규제를 밀어붙이면 산업 전반이 경직될 수 있다”며 “단기적 처벌 중심의 입법보다는 구조적 원인 분석과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사들은 지금, 수주 경쟁과 규제 리스크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과거처럼 짧은 공기와 저원가 중심의 경쟁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공사기간의 여유는 곧 품질 확보와 규제 회피를 위한 유일한 방패막이 되고 있다. 2025년 하반기 건설업계는 더 이상 규모만으로 승부하는 시대에 머물 수 없다. 수주 실적과 브랜드 파워를 지키는 동시에, 복합적 외부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함이 건설사의 운명을 가를 열쇠가 되고 있다.
2025-09-04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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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짓눌린 건설업…신규 진입 12% 줄었다
[이코노믹데일리] 건설산업이 ‘규제’와 ‘처벌’이라는 이중 부담에 짓눌리며 산업 기반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수년째 누적된 각종 규제는 좀처럼 풀릴 기미가 없고, 중대재해를 계기로 처벌 수위까지 높아지면서 신규 사업자의 유입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21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키스콘)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8월 13일까지 건설업 신규 등록 건수는 539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172건)보다 12.65% 감소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라는 외생 변수 외에도, 산업 내부의 제도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신규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산업재해를 유발한 건설사에 대한 공공입찰 제한 조치 강화를 공식화하면서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이유로 공공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된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제한된 244건 중 94.7%인 231건은 계약 불이행에 따른 제재였고, 하도급 위반이나 뇌물 제공 등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현행 국가계약법은 산업재해로 2인 이상이 단일 사고에서 동시에 사망해야만 공공입찰 참가 제한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포스코이앤씨처럼 다수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인명사고가 발생한 때도 입찰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관련 기준 정비에 착수했다. 단일 사고 기준을 ‘연간 누적 사망’으로 바꾸거나, 최소 기준을 ‘1명 사망’으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국회 역시 국가계약법·지방계약법 개정을 통해 제재 범위를 지방자치단체 발주 사업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자 생명을 외면한 기업이 제재받지 않는 것은 제도의 구조적 허점이며,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입법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주당 지도부는 관련 입법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으며, 대표이사 책임을 명시하는 개정안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법안도 각각 발의됐다. 건설업계는 제재 일변도의 정책이 신규 유입은 물론, 기존 사업자들의 생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호소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업계는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로 전환을 시도해왔지만, 정부의 정책 기조는 여전히 처벌과 공공시장 퇴출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 전반에 대한 사회적 불신과 규제 기조가 강해지면서 신규 진입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라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중소업체부터 폐업이 이어지고, 전체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우려도 있다”고 경고했다. 건설은 건자재, 장비, 금융, 물류 등 다양한 산업과 직결된 대표적 연계 산업이다. 정부 정책이 처벌에만 머물지 않고, 안전관리 강화와 산업 생태계 복원을 함께 아우르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25-08-2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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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산재 사망사고 직보"…건설사 옥죄는 정부, 구조 개선은 뒷전
[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산업재해 감축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건설업계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 사망사고에 대해 직접 보고를 지시하고, 면허취소까지 언급하자 고용노동부는 경제적 제재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건설사들은 사고 감축의 당위성에는 공감하지만, 시공사에만 책임을 지우는 방식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건설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20대 건설사 CEO 간담회'에서 “최고경영자부터 안전을 직접 챙겨야 한다”며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안전예산의 규모를 늘리고, 전 임원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어 “정부는 안전수칙 위반이나 중대재해 발생 시 다양한 경제적 제재 방식을 논의 중”이라며 “이러한 조치들이 단순한 기업 옥죄기로 받아들여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복잡하다. 이 대통령은 앞서 인명사고가 반복된 포스코이앤씨를 두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최근 DL건설 사고 보고를 받은 직후 “모든 산재 사망사고를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면허취소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사실상 ‘산재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권창준 고용부 차관은 지난 13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사망사고 재발 시 건설업 등록 말소와 공공입찰 제한을 가능케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제는 정부가 시공사에 책임을 집중시키는 반면, 건설 산업의 구조적 병목에 대해서는 근본적 접근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업계는 사고 책임의 범위를 시공사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발주·설계·감리 등 모든 참여 주체가 공동 책임을 지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공공 발주 사업에서는 예비타당성조사 단계부터 공사비 절감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는 지적이다. 최저가 낙찰로 이어진 결과, 안전예산은 줄고 공기는 촉박해진다. 김 장관이 “안전보다 납품기한을 우선시하는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했지만, 정작 그 관행을 조장한 주체가 정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은 2015년 개정된 ‘건설설계관리규제법(CDM)’을 통해 발주자에게도 안전 책임을 명확히 부여했다. 해당 규정은 건설 프로젝트 참여자 전원에게 안전 및 위험 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특히 발주자를 최종 책임 주체로 규정한다. 안전 확보를 위한 예산 편성과 관리 체계를 갖출 의무도 발주자에게 있다. 시공사에 책임을 일방적으로 떠넘길 수 없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또 다른 구조적 문제는 이른바 ‘십장’ 중심의 작업 문화다. 건설업은 공정 특성상 다수의 비정규직과 외주 인력이 투입되는 프로젝트형 산업이다. 십장들이 작업개시서 없이 먼저 작업을 시작한 뒤 다른 현장으로 이동하는 사례는 흔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안전 확보를 위해 작업개시서를 필수로 요구하고 있지만, 일부 십장은 개시서 없이 작업을 먼저 해놓고 다른 현장을 다녀오는 식의 ‘두탕’이 일상화돼 있다”며 “수천 세대 규모 현장에서 이를 완전히 통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작업 방식은 대형사조차 통제하기 어려운 비제도권의 사각지대로, 십장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안 없이는 안전 확보의 실효성 역시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강한 제재 조치는 경각심을 높이는 데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구조적 개선이 수반되지 않는 일방적 제재는 결국 ‘책임 떠넘기기’로 귀결될 수 있다. “사람의 목숨을 지키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는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그 구조 안에서 비용을 아끼게 만든 시스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예외일 수 없다.
2025-08-18 08: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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