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7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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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자율주행의 갈림길, 가장 위험한 적은 테슬라도 구글도 아닌 내부다
[이코노믹데일리]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위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돈의 문제도 인재의 문제도 아니다. 정작 치명적인 건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내부 경영진의 집단적 자기기만이다. 지금 현대차가 마주한 경쟁자는 더 이상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가 아니다. 테슬라, 구글(웨이모), 애플. 이들은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데이터 기업이자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자동차를 ‘기계’가 아니라 ‘움직이는 컴퓨터’로 정의하는 세력들이다. 이 싸움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 승부는 이미 끝난다. 문제는 현대차 내부에 여전히 “우리는 제조에서 강하다”, “안전과 품질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완성도 없는 자율주행은 브랜드를 훼손한다”는 말들이 아무렇지 않게 오간다는 점이다. 겉으로 보면 모두 맞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지금 이 국면에서는 치명적으로 빗나간 판단이다. 자율주행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완성도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현실에 던져졌는가다. 테슬라가 완벽해서 시장을 장악했는가. 구글의 자율주행은 처음부터 안전했는가. 애플이 언제부터 완성형 제품만 내놓았는가. 아니다. 그들은 불완전한 상태로 시장에 들어갔고, 데이터를 쌓으며 실패를 반복했고, 그 속도로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반면 현대차를 둘러싼 부회장, 사장, 고위 임원들은 여전히 ‘리스크 관리’라는 이름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을 하고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기존 성공 공식에 매달리며, 자율주행을 늘 ‘미래의 과제’로 미루는 데 익숙해져 있다. 이게 가장 위험하다. 전국시대 법가 사상서인 『관자』는 이 상황을 단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때를 잃으면 만사가 늦는다(失時 則萬事遲). 한 번 흐름을 놓치면, 이후의 모든 선택은 만회가 아니라 추격에 그칠 뿐이다. 자율주행은 바로 그런 영역이다. 정의선 회장이 이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존중”하는 순간, 현대차의 자율주행 미래는 사실상 접힌다. 역사는 늘 같은 방식으로 이를 증명해 왔다. 삼성 스마트폰의 성공은 임원들의 합의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의 일방적인 결단과 강제적인 속도전에서 시작됐다. 반대로 LG전자의 실패는 “좀 더 지켜보자”, “시장 반응을 본 뒤 판단하자”, “우리는 다르게 가자”는 임원들의 집단적 신중함에서 출발했다. 지금 현대차 내부 분위기는 성공 직전의 삼성보다 실패 직전의 LG에 훨씬 가깝다. 자율주행은 ‘완성형 기술’의 경쟁이 아니다. 데이터 축적량의 경쟁이고, 실전 주행 경험의 경쟁이며, 플랫폼을 먼저 차지하느냐의 싸움이다. 뒤늦게 뛰어든 주자는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선두를 따라잡기 어렵다. 그런데도 현대차 경영진 다수는 자율주행을 여전히 ‘언젠가 해야 할 연구개발 과제’ 정도로 취급한다. 이건 무지라기보다 책임 회피에 가깝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고서가 아니라 실행이고, 위원회가 아니라 결정이며, 합의가 아니라 명령이다. 자율주행 조직을 기존 사업부에서 완전히 분리하라. 외부 기술을 사오는 데 주저하지 말라. 실패는 용인하되, 지연은 용납하지 말라. “안전”을 말하는 순간, 동시에 “속도”를 요구하라. 그리고 무엇보다 정의선 회장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을 둘러싼 ‘편안한 조언자들’부터 경계해야 한다. 조직의 관성에 가장 깊이 젖어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회장님을 위해서”라는 말을 가장 먼저 꺼낸다. 그러나 대기업의 몰락은 늘 그런 사람들 곁에서 시작됐다. 테슬라는 현대차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구글은 한국 대기업의 의사결정 속도를 고려하지 않는다. 애플은 단 한 번도 기존 산업의 논리를 존중한 적이 없다. 이 싸움은 속도의 싸움이고, 결단의 싸움이며, 고독한 리더십의 싸움이다. 정의선 회장이 임원들의 눈치를 보는 순간, 현대차는 자율주행 시대의 주인공이 아니라 부품 공급사로 밀려날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은 점잖게 말할 시간이 아니다. 부회장과 사장들을 다독일 시점도 이미 지났다. 기존 관성을 깨고, 밀어붙이며, 강제로 속도를 높여야 한다. 역사는 늘 잔인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자율주행 시대에 살아남는 기업은 가장 준비된 기업이 아니라 가장 먼저 움직인 기업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책임은 결국 정의선 회장 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2025-12-17 09: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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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통' 이호성 하나은행장, 기업금융 드라이브…리딩뱅크 탈환 정조준
[이코노믹데일리]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들의 전통 수익원이 압박받는 가운데 올해 취임한 이호성 하나은행장이 기업금융 중심의 영업 전략으로 실적 개선을 이끌며 내년 '리딩뱅크' 경쟁 구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했다. 특히 기업대출 잔액이 177조19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6.6% 증가하면서 영업 지표 개선을 견인했다. 주요 시중은행 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유일하게 0.2%p 증가했다. 건전성 관리 부담이 큰 가계대출 의존도를 낮추고, 기업여신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대출 영업 확대에도 건전성 지표인 3분기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전년 동기(16.11%)보다 0.43%p 늘어난 16.54%를 기록하며 타 은행보다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같은 실적은 이호성 행장의 현장 중심 리더십과 맞닿아 있다. 영업 일선에서 잔뼈가 굵은 이 행장은 취임 직후부터 주요 기업 고객을 직접 만나고 전국 현장을 방문하며 기업금융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장해 왔다. 아울러 주요 업종·중견·중소기업 대상 맞춤형 금융 지원을 강화하면서 기업여신 영업력이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9월엔 미국 상호관세 여파로 직·간접 피해가 우려되는 중소·중견 수출기업을 직접 방문해 경영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이와 함께 '관세 대응 및 금융지원 상담창구'를 전국 영업점에 신설해 전방위 지원에 나서고, 본부부서 전문가가 직접 기업을 찾아가 상담을 지원하는 '현장 컨설팅'도 동시에 운영하도록 지시했다. 현재 하나은행은 영업지원그룹 내 '손님관리시스템부'를 통해 고객 관리 프로세스를 지속 점검하고 개선 과제를 발굴하면서 전행적 영업문화 개선과 내실있는 고객 관리를 하고 있다. 또 본점 조직을 슬림화해 영업 현장 지원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운영 효율성도 높였다. 기업고객을 위한 고객 중심 서비스도 확대했다. 이 행장 취임 직후 내놓은 '외화지급보증서 비대면 발급 서비스'는 수출입금융 '3無(무방문, 무인, 무서류)화'를 목표로 고객 거래 편의성은 높이고 영업점 업무는 줄였다. 금융권 최초의 '비대면 인공지능(AI) 수출환어음매입 심사' 도입으로 해외 진출 초기 수출 기업이 쉽게 수출 서류의 하자 여부를 보완할 수 있게 했다. 또 특화 브랜드 '하나더소호'를 통해 소상공인 고객 대상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이 행장은 1992년 하나은행에 입행한 후 지점장, 영업본부장, 영업그룹장 겸 부행장 등을 거치면서 영업 일선에서 활약해 왔다. 은행 그룹장 시절엔 행원부터 지점장까지 직원들에게 본인의 영업노하우와 리더십에 관한 강의를 여러 차례 진행한 '영업통'으로 불린다. 이후 2023년 하나카드 대표 시절 해외여행 특화 카드 '트래블로그'를 흥행시키며 고객 중심 상품기획 역량을 인정받은 바 있다. 올해부터 하나은행장 자리에 오른 이 행장의 이런 경험과 성과가 은행에서도 안정적 수익 기반을 만들기 위한 고객 중심 사업모델 구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22~2023년 연속 리딩뱅크를 차지했던 하나은행이 지난해부터 신한은행에 왕좌 자리를 내줬지만, 이 행장의 기업금융 강화 전략이 성과를 내면서 내년 선두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연간 당기순이익 3조6954억원을 거두며 1위를 차지했고, 하나은행은 3조3564억원으로 2위에 그쳤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은행장이 직접 현장으로 뛰어드는 솔선수범으로 고객이 먼저 찾는 대표 은행을 만들겠다는 이 행장의 의지에 맞춰 전 직원이 고객 중심 영업 마인드로 임하고 있다"며 "영업 중심의 조직 전환과 기업 문화로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1등 은행으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말했다.
2025-12-05 06: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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