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3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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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준공'의 배신… 1500억 적자 늪에 빠진 신탁사들, '줄소송' 공포 덮쳤다
[이코노믹데일리] 부동산 호황기 시절, 금융계열 신탁사들의 외형 성장을 견인했던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책임준공)'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미분양 사태로 시공사가 쓰러지자 그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은 신탁사들이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법원이 책임준공 의무를 엄격하게 해석해 신탁사에 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업계에서는 "4분기 이후가 진짜 지옥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마이너스의 손' 전락한 신탁사… 3분기 누적 손실만 1530억 26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14개 부동산신탁사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총 15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신탁업계가 이처럼 대규모 동반 적자를 기록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금융지주 계열사들의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 우리자산신탁은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1846 원에 달해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 70억 원 흑자였던 회사가 불과 1년 만에 회복 불능 수준의 적자 수렁에 빠진 셈이다. 이외에도 교보자산신탁(-714억원), KB부동산신탁(-292억원) 등 주요 회사들이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고, 무궁화신탁(-216억원)과 코리아신탁(-139억원)도 적자 대열에 합류했다. 이 같은 실적 쇼크의 근본 원인은 단연 '책임준공'이다. 책임준공은 시공사가 부도 등으로 기한 내 건물을 짓지 못하면 신탁사가 대신 건물을 완공하거나, 손해를 배상하겠다고 대주단에 확약하는 상품이다. 2022년 이후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체력이 약한 중소 건설사들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이들이 시공하던 지방 물류센터와 지식산업센터 현장의 부실이 고스란히 신탁사로 전이된 것이다. ◆ 법원, 신탁사에 "기한 못 맞추면 원리금 다 물어내라"… 소송 리스크 현실화 단순한 실적 악화보다 더 큰 문제는 4분기 이후 예고된 '법적 리스크'다. 최근 법원은 책임준공 약정을 지키지 못한 신탁사에게 가혹하리만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인천 원창동 물류센터 PF 대주단이 신한자산신탁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신탁사는 575억원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5월 평택 어연리 물류센터 소송(256억 원 배상 판결)에 이은 연이은 패소다. 법조계와 건설업계는 이를 두고 "사실상 신탁사가 PF 대출의 연대보증인 역할을 하라는 판결"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건물을 어떻게든 완공하면 책임을 다한 것으로 봤지만, 최근 판결은 기한을 하루라도 넘기면 PF 대출 원금과 연체이자까지 모두 물어내라는 식"이라며 "이런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자본력이 약한 중소형 신탁사부터 줄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제 살 깎아먹기… 신탁계정대 8.8조 육박, M&A 시장도 '찬물' 신탁사들의 유동성도 급격히 말라가고 있다. 신탁사가 사업비 조달을 위해 고유계정(자기자본)에서 빌려준 돈인 '신탁계정대' 총액은 3분기 기준 8조8355억원으로, 작년 말(7조7016억원) 대비 1조 원 넘게 급증했다. 사업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아 신탁사가 제 돈을 태워 막고 있다는 뜻으로, 이는 잠재적 부실 덩어리다. 이러한 부실 리스크는 M&A(인수합병)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당국의 경영개선명령을 받고 매물로 나온 무궁화신탁의 경우, 일부 원매자가 관심을 보였으나 숨겨진 '우발 채무'(소송 리스크) 탓에 발을 빼는 분위기다. 재무제표에 당장 잡히지 않는 수백, 수천억 원대의 소송 패소 비용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호황기에 리스크 관리 없이 수수료 따먹기식 영업에만 몰두했던 신탁사들의 '안전불감증'이 결국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책임준공발 소송전이 본격화될 경우, 국내 부동산 PF 시장은 또 한 번 거대한 구조조정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2025-11-26 07: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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㉒신춘호 농심 창업주 "내 이름 걸고 팔 수 없다면, 제품이라 할 수 없다"
[이코노믹데일리] 누구에게나 별이 빛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찰나의 결단으로 산업의 지형을 바꿨습니다. 이 기획은 한국을 움직인 리더들의 결정적 순간을 되짚으며, 위기와 전환의 시대에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다시 조명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1930년 겨울, 울산에서 태어난 신춘호 회장은 한국 식품 산업사의 한 페이지를 홀로 새겼습니다. 1965년, 그는 롯데공업, 지금의 농심을 세우며 “한국에도 우리 입맛에 맞는 라면을 만들겠다”는 결심 하나로 창업의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당시 국내 시장은 일본 제품이 독점하다시피 했고, 제조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일본 기술을 모방하거나 그 흐름을 따르던 시절, 신 회장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습니다. 1970년대 중반 개발실 회의 자리에서 그는 “내 이름을 걸고 팔 수 없다면, 제품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을 남기며 품질 중심 경영을 더 강화했습니다. 이 발언은 이후 농심 연구·생산 전 부문의 기준이 됐습니다. 그 정신은 1986년, 신라면 개발 과정에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연구진이 매운맛과 진한 국물 비율을 놓고 수십 차례 의견 충돌을 겪던 어느 저녁, 그는 개발실을 찾아와 “한국인의 맛은 결국 고추와 정성에서 나온다”며 ‘진한 고추장식 매운맛’을 최종 방향으로 결정했습니다. 이 선택은 농심의 역사를 바꾼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식 담백한 라면이 주류였던 시장에서 신라면은 이례적인 맛이었으나, 출시 1년 만에 국내 시장을 재편하고 농심을 업계 1위로 끌어올렸습니다. 신 회장의 별의 순간은 국내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 후반, 미국 캘리포니아 공장 설립을 놓고 그룹 내부 의견은 갈렸습니다. “라면이 어떻게 해외에서 팔리겠느냐”는 회의론이 컸습니다. 그러나 그는 1997년 미국 출장을 마친 뒤 임원회의에서 “라면도 하나의 요리다. 제대로 만들면 세계 어디서도 통한다”며 ‘고급 라면 전략’을 공식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매운맛을 낮추라는 현지화 압력에도 그는 “정체성을 잃으면 시장도 없다”며 끝까지 국산 레시피를 유지했습니다. 이 결단은 훗날 신라면을 미국·중국·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판매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킨 결정적 전환점이 됐습니다. 물론 실패도 있었습니다. ‘후루룩국수’, ‘보글보글’ 등 기대보다 성과가 저조한 제품들이 연이어 나와 내부 위기감이 고조되던 시기, 그는 “실패는 과정일 뿐, 포기는 실패다”라는 말을 남기며 연구개발 투자를 오히려 확대했습니다. 그의 장기적 시각은 신라면·너구리·짜파게티 같은 장수 브랜드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좋은 제품은 소비자에게 배신하지 않는다.” 신 회장이 평생 강조한 이 문장은 연구소·공장·경영진 누구에게나 일종의 철학처럼 받아들여졌고, 농심의 문화가 됐습니다. 신 회장의 별의 순간은 단순히 제품을 만든 시점이 아니라, ‘품질 중심’이라는 한마디 철학이 한국 라면 산업 전체를 변화시키고 세계 식탁을 향한 문을 연 그 결단에 있습니다. 그가 떠난 뒤에도 그의 말은 여전히 농심의 기준점으로 남아 있습니다. 장인정신, 품질 중심, 그리고 정체성을 지키는 고집. 고(故) 신춘호 회장이 남긴 별은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신라면 한 그릇”을 통해 빛나고 있습니다
2025-11-22 11: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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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이 답이다
[이코노믹데일리] 한국 산업의 10대 수출 주력 업종이 모두 5년 뒤 중국에 뒤처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충격적인 결과다. 철강·디스플레이만이 아니다. 반도체·전기전자·선박 등 우리가 ‘전통적 강자’라고 믿어온 분야까지 중국이 한국을 앞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중국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해답은 역설적으로 분명하다. 중국 시장을 다시 읽고, 그 속에서 초격차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과의 경쟁은 결국 중국을 이해할 때 풀린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1000대 기업 중 2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미·일·중 경쟁력 현황 및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철강·일반기계·이차전지·디스플레이·자동차 및 부품 등 5개 업종은 이미 중국이 한국을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전기전자·선박·석유화학·바이오헬스는 현재 한국 우위지만, 2030년이 되면 이들 분야마저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기업 현장에서 나왔다. 응답 기업의 62.5%는 올해 한국의 1순위 수출 경쟁국으로 중국을 꼽았고, 2030년에는 68.5%로 더 높아졌다. 기업들은 한국의 경쟁력을 100으로 놓고 비교했을 때 중국의 현재 수준을 102.2로 평가했다. 2030년 전망치는 112.3이다. 미국과 비슷한 수준(112.9)까지 접근한다는 의미다. 이 수치는 단순한 설문 결과가 아니다. 한국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 그리고 압도적인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 제조업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다. 더 심각한 신호는 브랜드 경쟁력이다. 그동안 한국은 기술과 품질뿐 아니라 ‘K’로 대표되는 독자 브랜드 가치로 차별화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중국의 브랜드 경쟁력이 2030년이면 한국을 넘어설 것이라는 응답이 다수였다. 가격경쟁력(130.7→130.8), 생산성(120.8→123.8), 정부 지원(112.6→115.1), 전문인력(102.0→112.4), 핵심기술(101.8→111.4)뿐 아니라 브랜드(96.7→106.5)까지 모두 추월한다는 전망이다. 이미 중국은 ‘싼 제품’에서 ‘좋은 제품’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고, 브랜드마저 추격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답은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니다.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하려면 ‘중국을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중국 시장을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을 경쟁국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기술이 산업화되는 곳이 중국이며, 대규모 내수와 공급망이 결합된 이 시장은 한국 기업에게 위협이자 동시에 기회다. 삼성·SK·현대차·LG 등이 최근 800조원에 달하는 '통큰' 투자를 국내에 단행하기로 한 것은 단순히 미국과의 관세 협상 후속 조치가 아니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반도체 HBM, 전고체 배터리, AI 데이터센터, 로봇 등 차세대 산업에서 초격차를 확보하지 못하면 중국의 추격을 방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전문가들도 같은 진단을 내놓는다. KAIST 유회준 교수는 “기술을 산업화로 연결하는 능력이 중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양적·질적 투자가 초격차 유지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미 제조·기술·정책이 일체화된 거대한 산업 플랫폼이다. 정부 지원 점수(112.6→115.1)가 상징하듯 정책적 속도가 다르고, 기술 채택과 상업화의 스케일도 한국과 비교할 수 없다. 한국 기업이 중국을 외면하면 결국 세계 시장을 일부 포기하는 결과가 된다. 중국 시장에서의 성패는 곧 글로벌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결국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중국을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세계 최대의 산업 실험장으로 활용할 것인가. 중국 시장과의 전략적 결합은 한국 제조업이 초격차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중국의 추격 속도가 빨라질수록, 우리는 더 깊이 더 정교하게 중국 시장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중국 시장을 외면하면서 중국을 이기는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제조업의 다음 10년은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 달려 있다. 중국 시장이 답이다. 문제는 그 답을 우리 방식으로 다시 쓰는 용기와 전략이다.
2025-11-18 1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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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동 신한지주 회장, 테더 고위진과 면담…주요 금융사 스테이블코인 관심 급증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주요 금융사들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8일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T 발행사 테더의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하며, KB국민은행도 이번 주 테더측과 만날 예정이다. 진 회장은 8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 본사에서 테더의 마르코 달 라고 부사장과 퀸 르 아태지역 총괄, 안드레 킴 중남미 매니저를 만난다. 이번 면담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업계 동향 전반과 양사 간 인적 네트워크 구축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진 회장의 스테이블코인 업계와의 접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2일에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의 히스 타버트 사장과 만나 현안을 논의한 바 있다. 특히 진 회장은 이달 1일 열린 신한금융지주 창립 24주년 행사에서 "플랫폼 기업과 디지털화폐의 확산으로 은행 예금 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강조해 디지털화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KB국민은행도 테더와의 접촉에 나선다. 조영서 KB국민은행 부행장이 이번 주 마르코 부사장 등과 미팅 일정을 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부행장은 인공지능·디지털 전환을 담당하고 있어 스테이블코인과 관련된 기술적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NH농협금융도 먼저 움직였다. 농협금융의 블록체인·가상화폐 담당 실무진은 지난 5일 퀸 르 아태지역 총괄 등과 이미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테더 고위 관계자들의 이번 방한은 한국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을 보여준다. 테더측은 신한지주, KB국민은행, NH농협금융 등 주요 금융사 외에도 핀테크 업체 토스, 고려대학교와도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는 테더가 한국 시장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핵심 거점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금융사뿐만 아니라 핀테크 업체와 학계까지 포괄하는 미팅 일정은 생태계 전반에 걸친 협력 기반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내 금융사들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의 접촉을 늘리는 배경에는 디지털화폐의 급속한 확산에 대한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으로 기존 은행의 예금 중심 비즈니스 모델이 도전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진 회장이 최근 공개적으로 "은행 예금 기반 위협"을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금융사들은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디지털화폐가 기존 금융 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선제적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쇄 면담이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 향후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고위 관자는 “스테이블코인의 한국 시장 진출과 관련된 규제 대응, 기술적 협력, 서비스 연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현재 국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규제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실질적인 사업 협력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2025-09-08 11: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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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스테이블코인 정책 실패, 금융업계만 '희생양'
[이코노믹데일리] 이재명 정부 출범 8개월, 디지털 금융 혁신의 핵심 현안인 스테이블코인 정책은 완전히 표류하고 있다. 가상자산 기본법은 국회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고 금융위원회는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규제만 강화하려 한다. 그 사이 국내 금융기관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위기감에 떠밀려 법적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것이 바로 무능한 정부가 만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현실이다. 이재명 정부의 스테이블코인 정책 지연은 단순한 행정적 문제가 아니다. 이는 철저한 정치적 계산의 결과다. 가상자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의식해 선제적 규제에만 골몰하면서, 정작 산업 경쟁력은 안중에도 없다는 얘기다. 최근 금융권 고위 간부는 "KB국민은행이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를 '검토' 중이라고? 신한은행이 블록체인 결제 시스템을 '구축' 중이라고? 이런 식의 반쪽짜리 대응으로는 이미 치킨게임이 시작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라며 "하나은행의 가상자산 거래소 협력 방안 '모색'이나 미래에셋증권의 파생상품 출시 '사전 작업'은 모두 정부 눈치를 보며 발 빼기 쉬운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는 말을 한 기억이 난다. 카드업계의 신한카드와 현대카드, 보험업계의 각종 보장성 상품 개발도 마찬가지다. 모두 명확한 법적 프레임워크 없이 '먼저 하면 손해'라는 식으로 소극적 대응에 그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정부 정책 실패의 직접적 피해자들이다. 해외 사정을 보면 우리 정부의 무능함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EU는 이미 MiCA(암호자산시장법)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 규제 체계를 완성했다. 일본은 개정 자금결제법으로 스테이블코인을 합법화하며 아시아 디지털 금융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도 연방 차원의 통합 규제는 없지만, 뉴욕주 비트라이선스 같은 실효성 있는 지역별 제도로 시장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금융투자(IB)회사인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 같은 월가 대형 은행들이 앞다퉈 가상자산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정부가 혁신 친화적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여전히 '규제 샌드박스'라는 1990년대식 발상에 머물러 있다. 금융위의 가이드라인은 '하지 말라'는 얘기만 있고 '어떻게 하라'는 구체적 방향은 전무하다. 이것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헤쳐 나가겠다는 건가. 더욱 한심한 것은 이재명 정부의 이중적 행태다. 입으로는 '디지털 뉴딜 2.0'을 외치며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과 금융위원회가 서로 다른 소리를 내고 있으니, 업계가 혼란에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만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가히 시대착오적이다. 100% 준비금 예치 의무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니 이는 혁신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이런 식으로는 테더(USDT)나 USD코인(USDC) 같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에 영원히 종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들은 '투자자 보호'와 '금융안정성'을 운운하지만, 이는 자신들의 무능함을 감추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제대로 된 규제 체계를 만들 능력이 없으니 아예 막아버리겠다는 것 아닌가. 결국 이재명 정부의 스테이블코인 정책 실패는 국가 경쟁력 전반의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싱가포르는 이미 아시아 디지털 자산 허브로 자리 잡았고, 홍콩도 적극적인 정책 전환으로 관련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우리만 뒷전에서 구경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라도 사업에 나서는 것은 이들이라도 생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추진되는 사업들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낼 리 만무하다. 결국 또 다른 '갈라파고스 현상'만 양산할 뿐이다. 이제라도 이재명 정부는 각성해야 한다. 완벽한 규제 체계 완성을 핑계로 계속 미루다가는 한국은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 영원한 후진국으로 전락할 것이다. 당장 스테이블코인 시범 사업부터 허용하고, 과감한 규제 혁신에 나서야 한다. 금융업계의 절망적 현실은 모두 정부 정책 실패의 산물이다. 정치적 계산에만 매몰되어 국가 미래를 저당 잡힌 이재명 정부의 책임이 막중하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정책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디지털 금융 산업은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를 것이다.
2025-09-02 08:2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