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92건
-
함영주·양종희標 ESG 경영 눈길…하나 '채권' vs KB '투자' 경쟁
[이코노믹데일리]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각각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그룹의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경쟁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함영주 회장은 ESG 채권 발행을 통한 녹색 금융 확대를, 양종희 회장은 투자 중심의 ESG 리더십 강화를 앞세우며 금융사 간 지속 가능 경쟁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도 ESG 경영 비중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먼저 하나금융은 발행 자금이 친환경 및 사회적 가치 창출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ESG 채권 부문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ESG 금융은 크게 채권·여신·투자로 나눠 관리하고, 2030년까지 총 60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ESG 채권 25조원, ESG 여신 25조원, ESG 투자 10조원 씩이다. 이 중 여신부문은 지난해까지 26조6000억원 가량을 공급하며 목표치를 초과 달성 했고, 채권은 8조24억원을 발행하면서 전체 대출채권의 약 20%를 차지해 업계 1위를 기록했다. 또한 에너지 효율 개선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사업장의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42% 감축하고, 2050년엔 탄소중립을 달성한단 목표다. 아울러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부합하는 여신에 우대 금리 적용, 신재생에너지 발전 및 폐기물 재활용 등 친한경 산업에 대한 대출·투자 집행 등 친환경 프로젝트와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에 자금을 배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 이사회 내 전담기구를 설치해 지속적으로 전략을 실행하고 있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현재 ESG 담당 임원 주도로 지속 가능 경영 실무위원회를, ESG 담당 부서장 및 실무자 주도의 지속 가능 경영 실무협의체도 각각 운영하면서 관계사별 다양한 아이템 발굴·관리에 나서는 중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ESG 경영 활동의 추진 현황과 성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22년부터 정량화된 재무 가치로 측정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며 "측정 결과를 경영 전략 및 의사결정에 반영함으로써 고객·주주·임직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높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 구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ESG 상품·투자·대출 규모 확대를 위해 2030년까지 ESG 금융 5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한 'KB Green Wave 2030' 기회 대응 전략과, 2050년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중장기 위험 대응 전략인 'KB Net Zero S.T.A.R.'를 기반해 녹색 금융 투자 확대와 자산 포트폴리오 관리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ESG 상품·투자·대출 규모는 33조2000억원으로, 이미 2030년 목표치(50조원)의 66.4%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은 금융지주 최초로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설치해 그룹 차원의 ESG 전략을 총괄하고 있으며, 계열사별 협의체 및 전담조직 운영을 통해 대응 활동을 지원 중이다. 아울러 고탄소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 내 ESG 투자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 실행 주체 역할을 맡아 녹색 전환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ESG 우수기업대출, KB 태양광발전사업자 우대대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각 산업 부문의 탄소중립에 이르는 속도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만든 '부문별 탈탄소화 접근법'은 SBTi(과학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 방법론 중 유일하게 산업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평가할 수 있어 금융 부문에 가장 적합하단 설명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기회 대응 전략과 위험 대응 전략을 연계해 추진하며, 수익 기반의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기후 리스크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ESG 경영은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단순 마케팅 차원이 아닌, 리스크 관리와 장기 수익성 확보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과 KB금융이 ESG 부문에서 리더십을 보이는 건 결국 글로벌 투자자 신뢰 확보와 직결될 것으로도 관측된다. ESG 경영 성과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기업에 투자할 때 보는 대표적 기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ESG 금융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를 위한 필수 요소"라며 "미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2025-09-03 06:43:00
-
-
-
"기후위기 대응책 배터리 산업"...지속가능한 산업 성장 방안은
[이코노믹데일리]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기후 위기 대응과 신성장 동력의 핵심인 만큼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형평성을 고려한 정의로운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탄소중립 시대 배터리 산업의 역할 토론회'는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논하기 위해 개최됐다. 정의로운 전환은 지속가능한 경제 및 사회로 전환을 뜻한다. 이날 토론회에는 주최자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송명일 한국기후변화학회장, 송준호 배터리 산업지원센터장, 김선애 국민대 연구교수, 이성용 LG 에너지솔루션 지속가능협력 팀장 등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박지혜 의원은 "배터리 공급 과정에서 화재 가능성 우려 등으로 배터리 사업 보급을 위해 설계했던 법과 제도들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회적 인식을 잘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라도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관심과 개선 촉구가 중요"하다고 말하며 토론회의 문을 열었다. 이어 송용일 학회장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계획에서 핵심이 될 전기차를 언급하면서 "전기차에 반드시 탑재되는 배터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정책이 활발히 논의돼 변화하는 기후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배터리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의 배터리 산업의 질적 성장과 기술 고도화를 강조했다. 첫 주제 발표를 맡은 송준호 배터리 산업지원센터장은 우리나라 전기차용 배터리는 중국에 비해 해외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양적 성장 경쟁에서 질적 성장 경쟁으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그는 "품질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술 고도화 추진이 필요하다"며 "생산 과정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강점을 지닌 전기차 배터리 기술 특허를 무기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애 국민대 교수는 '정의로운 전환'을 중심으로 발표를 이어갔다. 경제성장, 이익 창출, 사회 인권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지속 가능한 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김 교수는 "배터리 등 친환경 신산업의 확산은 기회와 도전"이라며 "새로운 고용과 기술 개발을 창출하는 동시에 기존 산업 노동자의 일자리 전환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재정 투입과 사회적 대화는 물론 법제적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공급망 순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폐기 배터리 공급망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폐기 배터리 관리가 미비해지면 환경 파괴는 물론 보건 불평등, 부정부패로까지 이어진다"며 "기업에도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기업, 정부, 환경단체 등의 정의로운 전환 현황과 실천 방안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성용 LG 에너지솔루션 지속가능협력팀장은 "기업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규제 및 보호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터리 패스포트, 탄소발자국 조항 등 탄소 저감 규정을 최소한으로도 못 지키면 판매가 제한되는 강력한 조항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임현교 탄소중립녹생성장위원회 과장은 무탄소 전환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 이끌어내기 위해 "지역, 업종, 기업 등 모든 이해 관계자가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비용과 편익이 공정하게 분배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산출, 그리고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며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2025-08-27 17:20:05
-
-
-
-
AI가 키운 전력 수요…해법은 '에너지 고속도로'
[이코노믹데일리]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망 병목 현상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재생 전력의 지역 편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 고속도로(초고압 송전망)' 정책 실효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격히 증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 1월 발간한 '전력시장보고서(Electricity Market Report 2024)'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약 415TWh로 이는 세계 전체 전력 사용량의 1.5% 수준에 해당한다. IEA는 해당 수치가 2030년까지 945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나 전체 전력의 약 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2% 이상 성장했으며 AI 학습과 추론에 최적화된 고성능 서버 확산으로 증가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가 공동 발표한 '미국 데이터센터 에너지 전망(2024)' 자료는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2014년 58TWh에서 2023년 176TWh로 세 배 넘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국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IDC의 지사인 한국IDC는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5년 4461MW에서 2028년 6175MW로 약 4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으며 이 추세가 이어지면 2029년에는 8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수도권 집중 현상이다. 산자부가 2023년 발표한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 자료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약 70%가 수도권에 몰려 있으며 신규 데이터센터 증가 추세가 이어지면 2029년에는 수도권 비중이 8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자부 관계자는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단기간 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수도권 중심의 전력 공급 구조를 개선하고 안정적인 전력망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집중, 신재생 공급 불균형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신재생 에너지가 수요 충당 해법으로 떠오르지만 현실적으로 생산지와 소비지가 불일치한다는 문제가 있다. 전력 공급 구조의 불균형이 심화할수록 데이터센터 산업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수도권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신재생 에너지 생산지와의 불균형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지역 간 전력 불일치는 향후 데이터센터 산업 성장과 안정적 전력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의 77.9%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2019년 대비 실제 전력 사용량은 48% 증가했다. 문제는 신재생 에너지가 풍력·태양광 중심으로 지방에 편중돼 있어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과 공급지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태양광은 내륙, 풍력은 해안·제주에 집중돼 있는 반면 수요는 수도권에 몰려 있어 송전망 확충 없이는 안정적 공급이 어렵다. 결과적으로 초고압 송전망 구축과 같은 정책적 개입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정부, '에너지 고속도로'로 대응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고압 직류송전(HVDC), 스마트그리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서남권 풍력·태양광 발전 단지를 수도권과 주요 산업단지에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2030년까지 송전 선로를 30% 이상 확충하고 2040년대에는 전국을 연결하는 U자형 네트워크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전력 손실 최소화를 위한 첨단 기술도 적용된다. 관련 산업계도 준비에 나섰다. LS전선, HD현대일렉트릭 등은 초고압 직류송전 케이블·변압기 등 핵심 장비를 개발 중이며, 정부 정책 추진 기대감에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 등 학계도 초고압 직류송전,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 AI 기반 스마트그리드 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업계 기대와 파급 효과 정부의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은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산업 모두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EY한영은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생성형 AI의 상용화가 데이터센터 수요를 급증시킬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전력 인프라·에너지·건설 등 관련 산업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지난 4월 발표한 정책브리프 'AI로 인한 전력 수요의 폭발적 증가와 대응방안'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향후 5~10년 내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동욱 중앙대학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에너지 고속도로는 초고속 인터넷망처럼 국가 산업 구조를 바꿀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5년 내 실행력 있는 투자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AI 시대, 국가 경쟁력의 동맥 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은 현실이 됐다. 데이터센터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며 안정적이고 친환경적인 전력망 없이는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재생에너지 생산지와 소비지를 연결하고 초고압 송전망·스마트그리드·에너지저장장치를 연계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가능하게 한다. 결국 AI 시대 국가 경쟁력은 첨단 전력 인프라 확충에 달려 있다.
2025-08-20 11:18:37
-
-
전력·냉각 전쟁…AI 시대 데이터센터 생존 전략
[이코노믹데일리] AI 확산과 함께 폭증하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첨단 냉각 기술,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을 주제로 한 전시와 패널 토론은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지난 13~1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5 데이터센터 코리아' 행사장은 한여름 폭염 속에서도 시원했다. 하지만 전시장 내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데이터센터 장비 제조사와 클라우드 기업, 에너지·냉각 기술 전문기업 등 100여 개 이상 업체가 참가했다. 특히 액체 냉각, 프리 에어(Free Air) 냉각, 친환경 전력 솔루션 등 최신 기술이 전시장을 가득 메웠으며 실제 장비를 시연하고 체험할 수 있는 부스에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단순 전시회를 넘어 AI 시대 데이터센터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보는 장이자 한국 산업 경쟁력을 점검하는 시간이었다.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 냉각 문제 현실화 최근 1~2년간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도 폭증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급증했으며 수도권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2020년 3200GWh에서 2025년 4736GWh로 48% 증가했다. 2025년 현재 국내에는 약 147개의 데이터센터가 있으며 설비 용량은 591MW, 연간 약 4000GWh 전력을 소비하는 규모다. 이처럼 전력난과 냉각 문제가 맞물리며 냉각 기술 혁신은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업계 관계자는 AI 모델 하나를 돌리는데 서버 1대당 평균 300kW가 필요하고 연간 수천만 번의 요청(쿼리)을 처리하면 전력 소비가 5GWh 이상에 달한다. 냉각 비용까지 합치면 데이터센터 운영비 절반 이상이 전기요금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을 둘러보면 AI 서버를 위한 고밀도 랙과 고성능 냉각장치가 대세였다. 특히 액체냉각 기술 부스는 발 디딜 틈 없었다. 공기를 이용한 전통적 냉각 방식인 공랭식 대비 냉각 효율이 월등한 액체냉각은 전력 비용 절감과 탄소배출 저감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고효율 신냉각 기술', 데이터센터 성장 견인 한국 데이터센터 업계는 액체 냉각, 프리 에어 냉각, 액침 냉각 등 다양한 신냉각 기술을 도입 중이다. 특히 액체 냉각은 기존 공기 냉각 데이터센터의 전력효율지수가 1.6인 것과 비교했을 때 1.02 수준까지 낮춰 우수한 효율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도입, ESS(에너지 저장장치) 도입도 확대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슈페리컬 인사이츠(Spherical Insights)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그린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7억8790만 달러(약 1조636억6500만원)였으며 2035년까지 약 71억8000만 달러(약 96조9300억원) 규모로 연평균 22.25%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 디지털 엣지(Digital Edge)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 데이터센터는 전력효율지수 1.25 이하로 운영돼 글로벌 평균인 1.55를 상회한다. 현장에서는 LG전자 협력사 이피코리아의 액체냉각 솔루션이 눈길을 끌었다. 이피코리아는 LG전자의 냉각판(콜드 플레이트), 냉각수 분배 장치(CDU) 등 액체냉각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액체냉각 솔루션은 금속 재질의 냉각판을 서버 내 열 발생이 많은 CPU, GPU 등 칩에 직접 부착한 뒤 냉각수를 순환시켜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CDU는 데이터센터 내 칩을 직접 냉각하는 장치로, 핵심 부품 기술력(코어테크)을 바탕으로 안정성과 고효율을 구현했다. 앞서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CDU 개발을 완료하고 연내 글로벌 고객사 AI 데이터센터에 본격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친환경 공조·냉각 솔루션 선도 기업 신성이엔지는 데이터빈과 공동 개발한 액침 냉각 장비 '스마트박스'를 선보였다. 서버를 특수 냉각액에 담가 전력효율지수 1.1 수준의 고효율을 달성하며 냉각 에너지를 50% 이상 절감한다. 이를 통해 전기요금 절약, 탄소배출 저감, IT 장비 장애율 개선까지 가능하다. 또한 팬월 유닛은 외기 도입과 온·습도 제어를 통해 냉각 비용을 절감하는 장비로 미국 냉동공조·열공학 인증기관(AHRI) 인증 프레임과 저전력 고성능 팬을 적용했다. 모듈형 설계로 소형화와 맞춤 제작도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국산 기술·정책 지원 없인 '글로벌 경쟁서 밀릴 우려' 한국 기업들이 기술력 면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아직 해외 인프라 진출에는 제약이 많은 상황이다. 2022년 147개였던 국내 데이터센터 수는 2029년 637개로 늘어날 전망이며 관련 전력 수요는 약 41GW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연평균 약 18% 증가, 7년 만에 4배 이상 확대되는 수치다. 한국형 데이터센터가 글로벌 표준에 다가서기 위해선 산업계 및 정부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현장에서 자주 언급된 단어는 '전력 수급'과 '규제'였다. 특히 국내 대규모 데이터센터 설립 과정에 있어 전력 인프라 확충과 입지 허가 절차가 까다롭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반면 미국과 북유럽의 경우 재생에너지 직구매(PPA) 확대, 기가와트(GW)급 전력 계약 등으로 기업 투자를 유인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망 확충과 재생에너지 연계가 지연되면 AI 인프라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며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친환경·고효율 펌프 기술 선도 기업 효성 굿스프링스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센서 기반 효율화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만 한국의 경우 국내 환경에 맞춘 현지화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 국산 장비 인증 제도 마련이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친환경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 선도 기업 스토브리코리아 관계자도 "액체 냉각 솔루션 수요가 작년 대비 올해 2~3배에서 100배 수준으로 뛰었다. 국내 서버 제조업체 육성과 정책 지원이 병행되면 AI 인프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고효율 기술 채택과 정책이 미래 경쟁력 결정 정부는 재생에너지 목표를 2030년 전력의 20%, 2040년 35%로 확대하고 2050년 탄소중립 및 스마트 그리드 기반 정책을 추진 중이다.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전력 소비 시설이 아닌 국가 디지털 인프라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며,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확대도 진행 중이다. AI 시대의 데이터센터는 기술·전력·냉각·친환경·정책·글로벌 전략이 얽힌 산업의 총합이다. 이번 '2025 데이터센터 코리아'는 이러한 복합적 과제를 한눈에 보여주며 친환경·고효율 기술 도입과 정책적 지원, 국산 기반의 글로벌 진출 전략이 한국 데이터센터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할 것임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체험의 장이 됐다.
2025-08-15 06:00:00
-
-
-
전기차가 친환경? 폐배터리 재활용 없인 '그림의 떡'
[이코노믹데일리] 정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실현을 앞두고 전기차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초기 판매된 전기차 배터리 사용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폐배터리 대란 현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어 향후 대량으로 쏟아질 폐배터리 처리에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확대와 충전 인프라 확충을 본격화하면서 폐배터리 처리 문제는 시급한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탄소중립 전략의 핵심축인 전기차 보급 확대가 오히려 환경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 재활용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사용 후 배터리 처리 과정에서 별도의 탄소 배출과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8일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폐배터리 발생량은 2025년 약 8300개에서 2030년 8만개 이상으로 급증해 10배 이상 증가가 예측되고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또한 국내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2023년 약 269억 달러(약 3조6315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10.5% 성장해 2030년에는 543억 달러(약 7조3305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약 8년 또는 16만㎞ 주행 후 성능이 급격히 떨어져 교체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2016~2018년 사이 출시된 전기차들의 배터리가 2025~2030년부터 본격적인 회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폐배터리 본격 회수 시대 도래…재활용 기반은 '걸음마 단계' 관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에도 국내 산업 생태계는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 제도 및 설비, 민간 투자가 미흡한 상황이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배터리 제조사는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파일럿 라인을 운영하거나 전문업체와 협업을 추진하며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SK온은 환경부와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 구축 협약을 체결하고 향후 폐배터리에서 니켈·코발트·리튬 등 핵심 원소재를 추출해 양극재 생산에 재투입하는 순환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성일하이텍, 중국 화유코발트 등 글로벌 재활용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리사이클 기반의 원재료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포스코그룹이 추진하는 '이차전지 리사이클 생태계' 조성의 한 축으로 니켈 회수 및 정제 기술을 통한 양극재 생산 내재화를 추진 중이다. 성일하이텍은 연간 수만 톤 규모의 폐배터리 처리 공장을 국내외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유럽과 북미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다만 산업 전반으로는 대응이 더디다는 평가다. 중소기업 위주의 영세한 산업구조로 인해 기술력 확보와 대량 처리 능력이 떨어지며 민간 차원의 대규모 투자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폐기물'로 묶인 사용 후 배터리…정책·제도 사각지대 재활용 산업 기반이 취약한 이유는 제도적 한계 때문이다. 현행법상 사용 후 배터리는 폐기물로 분류돼 다수의 규제를 받는다. 이로 인해 회수·운송·보관 단계부터 까다로운 절차가 요구되고 민간 기업이 자유롭게 자원화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용 후 배터리는 기존 폐기물 관리 체계로는 산업적 활용이 어렵다"며 "자원순환과 산업육성을 함께 고려한 새로운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선 관련 법령 개정과 부처 간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부처 간 역할을 정립하고 통합적인 법 제정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5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배터리 순환이용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순환자원 인증제 도입(2027년 예정) △재활용업체 인프라 확대 △배터리 소재의 원료 수급 안정화 △전 주기 통합관리체계 구축 등 14개 과제가 담겼다. 폐배터리를 단순 폐기물이 아닌 '미래 국가 핵심 자원'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재활용 산업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 수립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입법안이나 인센티브 정책은 나오지 않았다. 해외는 이미 순환경제 체계 구축…국내는 규제로 발목 반면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은 정책적 지원과 제도 정비를 통해 배터리 리사이클링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 중이다. 미국은 전기차 산업 육성과 친환경 공급망 강화를 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미국 내 생산된 배터리 소재·부품을 사용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친환경 기조는 약화됐지만 주(州)별 전기차 보조금 등에 힘입어 전기차 생산은 여전히 증가 추세에 있다. EU는 배터리 원산지 및 구성 정보를 관리하기 위한 '디지털 배터리 패스포트'를 2027년부터 의무화하고 2031년부터는 니켈(15%), 리튬(12%), 코발트(20%)의 일정 수준 이상을 재활용 소재로 사용하도록 법제화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 CATL,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 GEM을 중심으로 전국 단위 회수 및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했다. GEM은 폐배터리에서 리튬·니켈·코발트 등 원재료를 회수해 CATL 등 주요 배터리 기업에 공급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민간 기업과 연계를 통해 자국 산업 보호와 배터리 소재 수출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배터리 완성품 산업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지만 원재료 수급과 재활용 분야에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는 상황에서 대응이 늦어질 경우 배터리 강국이란 위상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해 12월 13일 발표한 '폐배터리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폐배터리 산업 활성화를 위해 △공공구매 확대 △전용 HS코드(물품 분류번호) 신설 △사용 후 배터리 관리 체계 정비 등 3대 제도 개선 과제를 제안한 바 있다. 전기차 늘수록 폐배터리도 폭증…탄소중립 발목 잡을라 전문가들은 폐배터리 리사이클이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닌, 미래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과제라고 강조한다. “지속 가능한 배터리 순환체계 구축을 위해선 정부 차원의 정책적 유인책과 대기업 중심의 선도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임한권 울산과학기술대학(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성능이 저하돼 사용이 어려워지지만 이를 곧바로 폐기하기보다는 재사용하거나 소재를 회수해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환경적·경제적 측면 모두에서 필수적"이라며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향후 시장성이 클 뿐 아니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기차는 주행 중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가 발생하며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광물은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 따라서 자원 재활용 시 신규 채굴을 줄이고 탄소배출도 억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기차 폐배터리는 단순 폐기물이 아닌 미래산업 경쟁력과 탄소 감축의 핵심 자원인 만큼 정부는 법·제도 정비와 함께 적극적 지원책을 마련하고 기업은 기술 혁신과 투자 확대를 통해 폐배터리 자원순환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 열쇠는 결국 협력과 실행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2025-08-09 08:00:0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