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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뒤흔드는 '6대 글로벌 규제'...탄소·재생에너지·독성물질 어쩌나
※ '강철부대'는 철강·조선·해운·방산 같은 묵직한 산업 이슈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붉게 달아오른 용광로, 파도를 가르는 조선소, 금속보다 뜨거운 사람들의 땀방울까지. 산업 한복판에서 만나는 이슈를 '강철부대원'처럼 직접 뛰어다니며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주말, 강철부대와 함께 대한민국 산업의 힘을 느껴보세요! <편집자주> [이코노믹데일리] '6대 글로벌 규제'가 제조업을 뒤흔들고 있다. CBAM(탄소국경조정제도)·IRA(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이니셔티브)·FEOC(외국우려기관 규정)·EU REACH(유럽 화학물질 등록·평가·허가 제도)·TSCA(미국 독성물질관리법) 등의 규제가 2025~2026년을 기점으로 본격화되면서 기업 부담이 늘어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향후 기업들이 규제 관련 '인증·보고'에 시달리게 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배터리 : IRA·FEOC, '중국산 배제'라는 절대 조건 29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산업은 IRA와 FEOC 규제가 만드는 구조적 지각변동의 한복판에 있다. IRA는 북미 판매 전기차에 적용되는 세액공제를 중국 등 우려국 배제를 전제로 설계한 법으로,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부품 공급망을 미국·우방국 중심으로 재편하도록 유도하는 성격을 갖는다. FEOC(외국우려기관) 규정은 중국·러시아 등 일부 국가 정부의 지배·통제 아래 있는 기업이 관여한 배터리 부품(2024년 이후)과 핵심광물(2025년 이후)이 들어간 차량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으로, 세액공제를 받으려는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중국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장치다. 지난 2024년부터 배터리 부품, 2025년부터는 리튬·니켈·코발트 등 핵심광물이 FEOC와 연관될 경우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양극재·음극재·전해질·바인더 등 세부 소재까지 공급망을 재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북미 합작공장 증설과 동시에 호주·캐나다·미국 등으로 원료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광물 채굴부터 정제·가공까지 이어지는 전 단계에서 중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공급망을 재편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업계의 공통된 고민으로 꼽힌다. 원료 추적 시스템 구축, 북미 인증 대응 인력 운영 등 새로 생긴 규제형 비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철강 : CBAM 내년 정식 시행…'탄소 할당서'가 새로운 통화 철강업계는 CBAM의 정식 시행을 앞두고 탄소 배출량 산정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 CBAM은 EU 역내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등 고탄소 품목에 대해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량을 산정해 EU 배출권거래제(ETS) 가격에 연동한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로, 사실상 '탄소 관세' 역할을 한다. 2026년부터는 수입업자가 제품 1톤당 실제 내재배출량을 국제 기준에 맞춰 신고하고 그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제출해야 한다. 포스코는 포항·광양 제철소의 탄소 계량 체계를 개편하고 수소환원제철(HyREX) 등 친환경 공정 전환 로드맵을 EU 기준에 맞춰 재정비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전기로 기반 공정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편이지만 슬래그·부생가스 처리 과정에서의 배출량 산정이 새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EU ETS 가격이 톤당 80유로(약 11만6000원) 수준일 때 탄소배출량 2톤을 가정한 철강 제품 1톤을 수출하면 약 160유로(약 23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다. 석유·화학 : REACH·TSCA, '전 성분 공개' 시대 석유화학업계는 REACH·TSCA 등 탄소·안전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먼저 REACH는 EU가 모든 화학물질의 등록·평가·허가를 의무화한 제도로 제품에 사용되는 성분의 독성·노출 정보를 상세한 기술문서로 제출해야 하는 강력한 화학 규제다. TSCA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신규 화학물질의 위해성을 사전 심사하는 제도로 핵심 절차인 PMN(사전제조신고)을 거칠 경우 승인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어 글로벌 제품 출시 일정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이 같은 규제 강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화학 기업들도 REACH·TSCA 관련 전담 조직을 보강하거나 물질 데이터베이스(MSDS·독성 DB) 정비 작업을 확대하는 등 내부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VHC(고위험성 물질) 리스트 확대와 미국 PMN 심사 강화로 인해 등록·평가에 필요한 문서 준비량이 크게 늘어난 만큼 유럽·미국 규제 대응 인력과 외부 전문기관 활용이 과거보다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전자 : RE100, '탄소 아닌 전력 게임' 전자업종에서는 탄소 절감보다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두드러진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국내에서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가입해 목표를 선언했다. 다만 이들 기업 국내 사업장에서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여전히 낮아 해외 사업장 대비 'RE100 실질 이행'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24년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1만 GWh를 넘겼지만 전체 전력 대비 재생에너지 비중은 30%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재생에너지 확충 속도가 전력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제약으로 꼽힌다. 대규모 PPA(전력구매계약) 체결을 추진해도 발전 프로젝트 부족, 인허가 지연, 전력망 병목 등으로 실제 조달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글로벌 고객사의 기준 강화도 부담이다. 애플·구글 등 주요 IT 기업들은 협력사 ESG 평가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율 비중을 높이고 있어 RE100 로드맵 이행 속도가 경쟁력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외부 제약에 더해 산업 자체의 전력 집약적 특성도 국내기업의 RE100 전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반도체가 초고전력 산업이라는 특성 역시 장애물로 작용한다. 미세공정 전환으로 전력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과제가 되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규제 대응 속도'가 새 경쟁력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전선은 더 이상 공장에 있지 않다. 규제 문서 한 장이 공장 증설 하나보다 무거워진 시대, '규제의 산업지도'를 읽는 역량이 향후 10년 한국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할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다음 전선은 공장이 아니라 관청이다. 보고서 한 장이 설비 하나의 가치보다 무거워진 시대. 강철부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엔 이제 '규제의 산업지도'가 펼쳐지고 있다.
2025-11-2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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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경쟁 "누가 웃고, 울게 되는가"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유통시장에서 ‘초저가 경쟁’은 핫한 단어일 것이다. 대형마트는 ‘반값’, 편의점은 ‘초특가 PB’, 이커머스는 ‘원가 이하 판매’까지 다양한 '초저가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가격 인하 경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출혈적 저가 전쟁에 가깝다. 문제는 이 경쟁이 업계 전체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초저가 경쟁이 심화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소비자 심리의 급격한 변화다. 고금리·고물가가 장기화하며 소비자는 상품의 품질이나 브랜드보다 ‘절대 가격’을 우선하는 형태로 이동했다. 비교 검색의 편리함을 극대화한 이커머스 환경은 이러한 가격 중심 소비패턴을 더욱 고착시키고 있다. 소비자가 가격만으로 구매 결정을 내리기 시작한 순간, 가격 경쟁은 방향성이 아닌 숙명이 됐다. 유통업체 자체의 차별화 역량 부족도 원인인 하나다. 대형마트는 오프라인 경쟁력을 재정립하지 못한 채 온라인과 가격으로 맞붙고, 편의점은 점포 수 경쟁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했다. 이커머스 시장 역시 로켓배송·당일배송·무료배송 경쟁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며 결국 ‘싸게 팔아 고객을 붙잡는 구조’로 회귀했다. 차별화할 상품과 서비스가 없으니 남은 카드는 가격뿐이었다. 마지막으로 플랫폼 간의 시장 점유율 싸움이다.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렸고, 네이버는 포인트 적립과 검색 기반 유입을 무기로 막강한 생태계를 구축했다. 여기에 온·오프라인 유통 대기업까지 참여하면서 시장 전체가 ‘점유율이 곧 생존’이라는 공식 아래 초저가 경쟁에 매몰됐다. 출혈을 감수하고라도 고객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심리가 경쟁을 더욱 부추긴 셈이다. 문제는 이런 경쟁의 끝이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초저가는 소비자의 단기 만족을 이끌 수 있지만, 기업에게는 수익 악화·인력 축소·서비스 저하를 불러온다. 이미 일부 업체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배송 인력을 구조조정하며, 협력사 단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결국 이러한 악순환은 소비자에게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에 초저가 경쟁은 단기적으로 더 강해질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AI 기반 가격 모니터링, 다이나믹 프라이싱, PB 강화 등 기술적·전략적 카드가 더해지며 가격 전쟁의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소 유통업체와 영세 브랜드는 더욱 큰 압박을 받을 것이다. 자본력을 기반으로 한 대형 플랫폼 중심의 시장 재편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다른 흐름이 등장할 수 있다. 경쟁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면 소비자는 다시 ‘차별화된 가치’를 찾기 시작한다. ‘지속가능성’, ‘스토리 있는 브랜드’, ‘믿을 수 있는 품질’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다. 프리미엄 전략과 초저가 전략이 양극화되는 흐름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확인된 현상이다. 현재 국내 유통시장은 가격 경쟁이라는 거대한 실험대 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싸게 파는 것 말고,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가?”이다. 초저가 경쟁의 승부는 가격표가 아닌 ‘차별화된 전략’에서 갈릴 것이다.
2025-11-24 14: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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