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7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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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이 길을 열고, 경제에 이어 정치가 뒤따라
외교 관계의 온도는 회담장에서 먼저 감지되는 것 같지만 실제 변화는 공항과 거리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관광은 늘 가장 먼저 움직이고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다. 그런 점에서 2026년 한국이 약 60만명에 이르는 베트남 관광객을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은 단순한 관광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한–베 관계가 민간 차원에서 이미 상당한 깊이에 이르렀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의 관광 회복 속도는 제각각이었지만 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회복세는 비교적 빠르고 안정적이었다. 베트남은 이미 한국에 있어 ‘가깝고 중요한 나라’라는 인식이 관광이라는 일상적 영역에서 먼저 자리 잡고 있다. 이 흐름은 경제와 정치 교류로 자연스럽게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11월 말 기준으로 한국을 방문한 베트남 관광객 수는 50만8000명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6.9% 증가한 수치이며 연말까지는 약 55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대비 9% 증가한 규모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거의 근접했다. 단순한 반등이 아니라 구조적 회복에 가깝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2026년에는 약 60만명의 베트남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수치는 관광 산업의 관점에서도 의미가 크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동의 빈도가 곧 관계의 밀도라는 점이다. 한 나라 국민 60만명이 다른 나라를 찾는다는 것은 이미 심리적 장벽이 상당 부분 허물어졌다는 뜻이다. 지난 26일 하노이에서 열린 ‘코리아 트래블 나이트 2025’ 행사는 이런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관광공사 베트남 지사가 주최한 이 자리에는 현지 여행업계, 항공사, 미디어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행사에서는 지난 1년간 한국 관광 활성화에 기여한 현지 파트너들에게 ‘한국관광상’이 수여됐고 양국 간 협력 성과가 공유됐다. 이 행사가 의미 있는 이유는 형식이 아니라 내용에 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 오간 대화의 주제는 ‘한류의 인기’ 같은 추상적 이야기가 아니라 직항 노선 확대, FIT(개별 여행객) 상품 구성,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수요의 질적 변화같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들이었다. 이는 베트남 관광시장이 이미 감성적 호기심의 단계를 넘어 실질적 소비와 반복 방문의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한국관광공사가 베트남 시장에서 FIT 중심 전략과 K-컬처 연계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체 관광 중심의 초기 단계에서 벗어나 개별 여행객이 스스로 일정을 설계하고 지역을 탐색하는 단계로 접어들면 관광의 질은 달라진다. 베트남의 젊은 세대 관광객들은 더 이상 서울의 몇몇 명소만을 소비하지 않는다. 지방 도시, 소도시, 음식과 일상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관광이 단순 방문을 넘어 문화 이해와 생활 경험의 단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변화는 일회성 유행이 아니라 관계의 장기적 기반이 된다. 관광을 통해 형성된 친숙함은 경제 교류와 인적 교류의 토양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MICE 분야의 성장이다. 올해 한 해 동안 총 345개의 베트남 기업이 한국으로 단체 관광을 조직했고 이를 통해 4만1166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는 전년 대비 12.7% 증가한 수치다. MICE 관광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다. 이는 기업의 신뢰, 산업 이해, 협력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베트남 기업들이 한국을 회의와 포상 관광, 전시회 목적지로 선택한다는 것은 한국 산업과 제도, 환경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다. 실제로 한 중견 제조업체 관계자는 “베트남 기업인들의 한국 방문 이후 협력 논의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한다. 회의실에서의 계약보다 현장에서의 경험이 더 큰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다. 한–베 관계의 특징은 정치가 앞서기보다 민간이 먼저 길을 열어왔다는 점이다. 관광, 유학생, 근로자, 기업 교류가 쌓이면서 정치적 관계도 자연스럽게 안정돼 왔다. 관광객 증가는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상호 이해가 깊어질수록 감정적 오해는 줄어들고 외교 현안도 보다 현실적으로 다뤄질 수 있다. 이는 특정 이슈에 대한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관계 전체의 탄력을 높여준다. 베트남 관광객 60만명 시대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양국 사회가 서로를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관광은 소비로 끝나지 않는다. 관광객은 투자자와 사업 파트너로 성장한다. 실제로 베트남 기업인들 중 상당수는 한국 방문을 계기로 협력 사업을 구체화한다. 반대로 한국 기업들도 베트남 시장을 ‘먼 나라’가 아닌 ‘익숙한 이웃’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앞장서기보다 흐름을 정비하는 것이다. 항공 노선, 비자 제도, 지역 관광 인프라, 정보 제공 같은 기본 조건이 갖춰질 때 민간 교류는 스스로 확대된다. 외교 성명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관광객의 선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람들이 어디를 찾고 어디를 다시 찾는지는 관계의 실제 온도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준다. 2026년 베트남 관광객 60만명이라는 전망은 한–베 관계가 이미 상당히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섰다는 증거다. 이는 경제 협력 확대, 정치적 신뢰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이다. 관광은 조용하다. 그러나 그 힘은 결코 작지 않다. 회담장에서의 악수보다 공항에서의 환영이 관계를 더 오래 지탱하는 경우도 많다. 베트남 관광객의 증가는 한–베 관계가 보여주는 가장 건강한 신호 중 하나다. 이 흐름을 과도하게 정치화할 필요도, 성급히 의미를 부풀릴 필요도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사람이 먼저 움직일 때 관계는 지속된다는 사실이다. 관광이 먼저 길을 열고 경제가 뒤따르며, 정치가 그 위에 자리 잡는 것. 이것이 한–베 관계가 보여주는 가장 상식적인 발전 경로다. 지금의 숫자는 그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2026-01-04 13: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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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이재현 회장 UAE 방문, 중동 글로벌 현장 경영
[이코노믹데일리]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6일부터 약 일주일간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정부 유력 인사들과 사업적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중동 시장 확장 가능성을 점검했다. 올해에만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유럽 등 글로벌 광폭 행보를 보인 이 회장이 종착지로 중동을 선택한 것이다. 이번 현장 경영에는 이미경 CJ 부회장, 김홍기 CJ주식회사 대표, 윤상현 CJ ENM 대표, 이선호 CJ주식회사 미래기획그룹장 등 그룹 주요 경영진이 동행했다. 17일 CJ그룹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은 먼저 UAE 행정청장이자 국부펀드 무바달라의 CEO인 칼둔 알 무라바크를 만나 문화 및 경제 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칼둔 행정청장은 지난 한-UAE 정상 회담시 양국 협력을 주도한 핵심 인물로, 이회장과는 지난 9월 영국 현장경영에서도 만난 바 있다. 이어 모하메드 알 무라바크 아부다비 문화관광부 의장, 압둘라 알 하마드 UAE 국립 미디어 오피스 의장과도 면담을 가졌다. 미디어, 콘텐츠, 관광, 스포츠 등 문화 분야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현지 협력 가능성과 사업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CJ는 정부 기관 및 현지 미디어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KCON 등 라이브 이벤트를 추진하고, 콘텐츠 제작 및 투자 지원, 글로벌 제작 인프라 구축 등에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이 회장은 동행한 그레고리옙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 및 현지 임직원들과 만나 식품 할랄 성장 전략 등을 집중 논의했다. 지역 거점인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으로 할랄 식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국가 및 라인업 확대 통해 중동 K-푸드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잠재력 높은 중동 시장에서 K 웨이브를 절대 놓치지 말고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 가야한다”며 “전 세계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리딩하는 글로벌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성장에 대한 절실함을 갖고 신영토 확장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중동 지역을 찾은 것은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 문화부의 공식 초청으로 방문한 이후 일년 여 만으로, 그만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CJ그룹은 지난달 한-UAE 정상회담시 식품과 뷰티 사업 관련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식품 분야에서는 CJ제일제당이 UAE 기업 ‘알 카야트 인베스트먼츠(Al Khayyat Investments, AKI)와 양해 각서를 교환했다. AKI는 식품을 비롯해 헬스케어, 리테일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비비고 등 K푸드 유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CJ올리브영은 UAE 기반의 중동 대표 헬스케어 유통사인 ‘라이프헬스케어그룹(Life Healthcare Group, LHG)’과 손잡았다. LHG는 UAE 전역에 500개 이상의 오프라인 드럭스토어 매장과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있어, K뷰티의 현지 입지 확대에는 최적의 파트너다. CJ는 이번 현장 경영을 계기로 중동 지역에서 식품, 엔터테인먼트, 뷰티 등 주요 영역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할랄 인증을 받은 ‘비비고 김스낵’과 ‘볶음면’을 중동 지역 전략 제품으로 선정하고, AKI와 협력해 현지 주요 유통 채널 입점 확대를 추진한다. 올리브영은 보유한 상품 소싱력과 LHG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망 K뷰티 브랜드의 시장 진출 및 판매 확대를 지원할 계획이다. CJ ENM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설립한 법인 ‘CJ ENM Middle East’를 기반으로 현지 방송사 및 콘텐츠사들과 협력, 라이브 콘서트 및 현지 스타 IP 발굴 등 사업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 16일에는 살렘 빈 칼리드 알 카시미 UAE 문화부 장관 및 압둘라 사이프 알 누아이미 주한 UAE 대사를 비롯한 UAE 문화부 관련 인사들을 필동 CJ 인재원에서 접견했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프리미엄 콘텐츠 제작 및 투자, AI 기술 활용, K뷰티 수출 협력 등에 대해 논의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은 올해 아시아, 미주, 유럽을 거쳐 중동까지 직접 글로벌 주요 거점을 살피며 글로벌 미래 성장 동력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라며 “2026년에는 신시장 확장에 더욱 속도를 높여 전세계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리딩하겠다”고 밝혔다.
2025-12-17 10: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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