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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냉각 전쟁…AI 시대 데이터센터 생존 전략
[이코노믹데일리] AI 확산과 함께 폭증하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첨단 냉각 기술,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을 주제로 한 전시와 패널 토론은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지난 13~1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5 데이터센터 코리아' 행사장은 한여름 폭염 속에서도 시원했다. 하지만 전시장 내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데이터센터 장비 제조사와 클라우드 기업, 에너지·냉각 기술 전문기업 등 100여 개 이상 업체가 참가했다. 특히 액체 냉각, 프리 에어(Free Air) 냉각, 친환경 전력 솔루션 등 최신 기술이 전시장을 가득 메웠으며 실제 장비를 시연하고 체험할 수 있는 부스에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단순 전시회를 넘어 AI 시대 데이터센터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보는 장이자 한국 산업 경쟁력을 점검하는 시간이었다.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 냉각 문제 현실화 최근 1~2년간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도 폭증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급증했으며 수도권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2020년 3200GWh에서 2025년 4736GWh로 48% 증가했다. 2025년 현재 국내에는 약 147개의 데이터센터가 있으며 설비 용량은 591MW, 연간 약 4000GWh 전력을 소비하는 규모다. 이처럼 전력난과 냉각 문제가 맞물리며 냉각 기술 혁신은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업계 관계자는 AI 모델 하나를 돌리는데 서버 1대당 평균 300kW가 필요하고 연간 수천만 번의 요청(쿼리)을 처리하면 전력 소비가 5GWh 이상에 달한다. 냉각 비용까지 합치면 데이터센터 운영비 절반 이상이 전기요금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을 둘러보면 AI 서버를 위한 고밀도 랙과 고성능 냉각장치가 대세였다. 특히 액체냉각 기술 부스는 발 디딜 틈 없었다. 공기를 이용한 전통적 냉각 방식인 공랭식 대비 냉각 효율이 월등한 액체냉각은 전력 비용 절감과 탄소배출 저감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고효율 신냉각 기술', 데이터센터 성장 견인 한국 데이터센터 업계는 액체 냉각, 프리 에어 냉각, 액침 냉각 등 다양한 신냉각 기술을 도입 중이다. 특히 액체 냉각은 기존 공기 냉각 데이터센터의 전력효율지수가 1.6인 것과 비교했을 때 1.02 수준까지 낮춰 우수한 효율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도입, ESS(에너지 저장장치) 도입도 확대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슈페리컬 인사이츠(Spherical Insights)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그린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7억8790만 달러(약 1조636억6500만원)였으며 2035년까지 약 71억8000만 달러(약 96조9300억원) 규모로 연평균 22.25%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 디지털 엣지(Digital Edge)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 데이터센터는 전력효율지수 1.25 이하로 운영돼 글로벌 평균인 1.55를 상회한다. 현장에서는 LG전자 협력사 이피코리아의 액체냉각 솔루션이 눈길을 끌었다. 이피코리아는 LG전자의 냉각판(콜드 플레이트), 냉각수 분배 장치(CDU) 등 액체냉각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액체냉각 솔루션은 금속 재질의 냉각판을 서버 내 열 발생이 많은 CPU, GPU 등 칩에 직접 부착한 뒤 냉각수를 순환시켜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CDU는 데이터센터 내 칩을 직접 냉각하는 장치로, 핵심 부품 기술력(코어테크)을 바탕으로 안정성과 고효율을 구현했다. 앞서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CDU 개발을 완료하고 연내 글로벌 고객사 AI 데이터센터에 본격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친환경 공조·냉각 솔루션 선도 기업 신성이엔지는 데이터빈과 공동 개발한 액침 냉각 장비 '스마트박스'를 선보였다. 서버를 특수 냉각액에 담가 전력효율지수 1.1 수준의 고효율을 달성하며 냉각 에너지를 50% 이상 절감한다. 이를 통해 전기요금 절약, 탄소배출 저감, IT 장비 장애율 개선까지 가능하다. 또한 팬월 유닛은 외기 도입과 온·습도 제어를 통해 냉각 비용을 절감하는 장비로 미국 냉동공조·열공학 인증기관(AHRI) 인증 프레임과 저전력 고성능 팬을 적용했다. 모듈형 설계로 소형화와 맞춤 제작도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국산 기술·정책 지원 없인 '글로벌 경쟁서 밀릴 우려' 한국 기업들이 기술력 면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아직 해외 인프라 진출에는 제약이 많은 상황이다. 2022년 147개였던 국내 데이터센터 수는 2029년 637개로 늘어날 전망이며 관련 전력 수요는 약 41GW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연평균 약 18% 증가, 7년 만에 4배 이상 확대되는 수치다. 한국형 데이터센터가 글로벌 표준에 다가서기 위해선 산업계 및 정부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현장에서 자주 언급된 단어는 '전력 수급'과 '규제'였다. 특히 국내 대규모 데이터센터 설립 과정에 있어 전력 인프라 확충과 입지 허가 절차가 까다롭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반면 미국과 북유럽의 경우 재생에너지 직구매(PPA) 확대, 기가와트(GW)급 전력 계약 등으로 기업 투자를 유인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망 확충과 재생에너지 연계가 지연되면 AI 인프라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며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친환경·고효율 펌프 기술 선도 기업 효성 굿스프링스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센서 기반 효율화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만 한국의 경우 국내 환경에 맞춘 현지화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 국산 장비 인증 제도 마련이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친환경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 선도 기업 스토브리코리아 관계자도 "액체 냉각 솔루션 수요가 작년 대비 올해 2~3배에서 100배 수준으로 뛰었다. 국내 서버 제조업체 육성과 정책 지원이 병행되면 AI 인프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고효율 기술 채택과 정책이 미래 경쟁력 결정 정부는 재생에너지 목표를 2030년 전력의 20%, 2040년 35%로 확대하고 2050년 탄소중립 및 스마트 그리드 기반 정책을 추진 중이다.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전력 소비 시설이 아닌 국가 디지털 인프라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며,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확대도 진행 중이다. AI 시대의 데이터센터는 기술·전력·냉각·친환경·정책·글로벌 전략이 얽힌 산업의 총합이다. 이번 '2025 데이터센터 코리아'는 이러한 복합적 과제를 한눈에 보여주며 친환경·고효율 기술 도입과 정책적 지원, 국산 기반의 글로벌 진출 전략이 한국 데이터센터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할 것임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체험의 장이 됐다.
2025-08-1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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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2분기 영업익 5216억원…커머스·콘텐츠 사업 성장세 견인
[이코노믹데일리] 네이버가 커머스와 콘텐츠 사업의 고성장에 힘입어 2분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네이버는 2025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2조 9151억원, 영업이익 521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7%, 10.3% 증가한 수치다. 이번 실적 성장은 특히 커머스 부문이 이끌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앱의 성공적인 안착과 멤버십 경쟁력 강화 등에 힘입어 커머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8% 급증한 8611억원을 달성했다. 온-플랫폼 거래액 역시 9.0% 증가하며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주력 사업인 서치플랫폼 역시 AI 기반 신규 서비스와 광고 지면 최적화 효과로 5.9% 성장하며 1조36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콘텐츠 부문은 웹툰의 성장 반등에 힘입어 12.8% 성장했고, 핀테크 부문은 네이버페이 결제액이 20.8조원을 돌파하며 11.7%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전 사업 부문이 고른 성장을 보였다. 네이버는 AI 기술을 플랫폼 경쟁력 강화와 수익화 기회 확대로 연결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방대한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와 쇼핑, 지역 정보 데이터를 AI 기술과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네이버 최수연 대표는 “AI 시대, 전세계적으로 데이터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는 UGC, 쇼핑, 플레이스 등의 콘텐츠와 사용자 패턴 등의 데이터를 보유한 플랫폼으로서 AI 기술을 접목해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화 기회를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네이버는 AI 기반으로 B2C, B2B, B2G를 아우르는 플랫폼 경쟁력 및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중장기 성장을 위한 새로운 사업 레퍼런스를 확보하며 글로벌 확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5-08-08 08: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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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적 발상 전환' 필요한 우리나라 데이터센터 건설
[이코노믹데일리] 얼마 전 ‘소프트텔링ESG’를 통해 인공지능(AI) 붐과 더불어 미국에서 건설이 급증하는 데이터센터가 설치와 운영 비용이 저렴한 특정 지역에 집중돼 물 부족 문제를 야기하고 지역 주민과의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 적이 있습니다. 경기 고양시 일산 서구 덕이동 주민들이 지난해 3월 20일 고양시청 앞에서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지금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이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전력 수급, 지역 반발, 인프라 과부하 등 다양한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환경과 지역 사회, 나라 전체의 균형 발전을 생각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형 데이터센터 건설이 절실한 것으로 보입니다. ◆수도권에 국내 데이터센터 용량 60% 집중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 용량의 60% 이상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몰려 있으며 특히 서울 구로, 경기 고양과 일산 등지에선 신규 건설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이랍니다. 이는 클라우드, AI 수요 급증에 따라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대도시 인근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는 전략과 맞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네요. KT Cloud는 올해 2월부터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총 IT 용량(정보기술 활용에 필요한 데이터 총량) 19.8 MW 규모의 구로데이터센터 건설을 시작했으며, 오는 2028년 4월 완공 예정이랍니다. GS건설 계열 마그나PFV는 2024년 11월부터 경기 고양 덕이지구에서 약 240 MW 규모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산 킨텍스 인근에서는 민간 디벨로퍼가 10만㎡ 이상 규모의 인공지능(AI) 특화형 데이터센터 단지 조성을 준비 중입니다. 이처럼 국내 주요 IT 기업과 대형 투자사들이 접근성과 전력 유리성을 고려해 수도권 중심의 데이터센터 투자에 집중하면서 수도권의 데이터센터 과밀화는 2025년을 기점으로 더욱 빠르게 심화되고 있습니다. ◆‘집중현상’으로 전력 부족, 지역 갈등까지 하지만 이 같은 수도권 집중현상은 심각한 전력 부족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한국전력과 민간 건설사들은 액화천연가스(LNG) 도입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망 연결 지연으로 공사가 무기한 연기되기도 했답니다. 여기에 더해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답니다. 구로구에서 추진 중인 KT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경우 전자파와 소음 우려로 주민들의 반대 시위가 벌어졌고 마그나PFV 역시 민원과 승인 지연으로 공사가 한때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일산에서 추진 중인 민간 디벨로퍼 사업도 초기 승인 절차 단계부터 전력 및 교통 인프라 문제, 인근 지역 주민의 교통 불편 우려 등이 제기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승인이 난 수도권 내 33개 프로젝트 중 17곳은 착공이 미뤄졌거나 공사가 중단된 상태랍니다. 수도권 과밀화에 따른 부작용이 가시화되자 정부는 데이터센터 입지 다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충청, 전라, 경상 등 전력이 여유 있는 지역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1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재로 열린 ‘데이터센터 지역분산 TF 회의’에서 강원, 전남, 경북 등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비수도권 지역에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한 인프라 사전 구축, 전력요금 차등제, 민간 투자 인센티브 확대 방안을 논의한 바 있습니다. 수도권 과밀 해소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 중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월 개정된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통해 일정 규모(5MW 이상) 이상 전력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에 대해 전력 계통의 수용 한계를 초과할 경우 한국전력이 공급을 제한하거나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이와 함께 2024년 11월부터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10MW 이상 전력 사용 시설에 대해 ‘계통 영향 평가’를 의무화해 사실상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려는 정책적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AI 시대 열어야 그렇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수도권 외 지역의 경우 인프라 미비, 인력 확보의 어려움, 접근성 문제 등이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비수도권 선택이 그리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이 AI 시대 핵심 인프라로 부상한 만큼 효율적인 입지 전략과 지속 가능한 분산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수도권 집중현상이 인프라 문제를 넘어 국가 전체 전력망 안정성과 지역 균형 발전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지난달 14일 게재된 한 에너지 전문지 기고문을 통해 “AI 도입 가속화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연평균 3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전력 수요 증가가 수도권에 집중되면 송전망 과부하와 대규모 정전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박 교수는 이어 “전력 여유가 있는 비수도권 지역으로 데이터센터를 분산하고 재생에너지 기반 친환경 전력 시스템을 병행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조언을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AI 선도국이 되기 위해선 데이터센터 확충이 필수지만 앞만 보고 달려가기보다는, “함께 하면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교훈대로 주변 환경과 지역,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2025-08-07 1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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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개인정보보호법...GDPR보다 과도"…'명백성' 조항 개정 촉구
[이코노믹데일리] AI 업계와 법조계가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이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보다 과도하다며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세계적으로 엄격한 규제로 통하는 GDPR보다도 국내법의 일부 조항이 현장에서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해 AI 기술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비판이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AI 시대, 개인정보 입법방향 토론회’에서는 2026년 AI기본법 시행에 앞서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김승원, 김용만, 김현정, 민병덕, 박범계, 박찬대, 이인영, 이정문, 허영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정보통신법학회와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서는 AI 데이터 활용의 족쇄로 작용하는 현행법의 한계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가장 큰 쟁점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인 ‘정당한 이익’ 조항이었다. 현행법은 이익, 자유 등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명백하게’ 우선하는 경우에만 개인정보 처리를 허용하는데 바로 이 ‘명백하게’라는 단어의 모호성과 과도함이 문제로 지적됐다. 발제를 맡은 민경식 베라세이프 변호사는 “유럽 GDPR에도 없는 ‘명백성’ 요건을 국내법이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는 동의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정보 처리자에게 입증을 요구하는 GDPR 수준으로 조항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윤아리 김앤장 변호사 역시 “실무상 활용에 명백한 한계가 있다”며 “명백성 조항은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산업계 현장의 목소리는 더욱 절박했다. 이진규 네이버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규제의 불균형을 지적했다. 그는 “민감정보의 경우 GDPR은 처리 근거가 10가지인데 우리는 단 2가지뿐”이라며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면서 AI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근 메타가 EU와 특정 요건 준수를 전제로 유럽에 AI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듯, AI 시대에 맞춘 유연한 합의와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안 마련을 위한 제언도 쏟아졌다. 강혜경 고려대 박사는 “규제가 강해 보이는 EU AI법조차 혁신 기업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 조항을 두고 있는데 정작 우리의 AI기본법에는 이 내용이 빠져있다”고 꼬집었다. 심우민 경인교대 교수는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적응형 규제 시스템’과 함께 ‘입법 영향 분석 시스템’ 도입을 제안했다. 반면 시민사회 입장을 대변한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현재 체크리스트 수준에 머무는 개인정보 영향평가 제도를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정보주체의 권리 보호 장치 마련을 강조했다. 이날 이성엽 고려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패널 토론에는 심우민 경인교대 교수, 윤아리 김앤장 변호사, 이진규 네이버 전무,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를 비롯해 공진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장, 김직동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과장이 참여했다. 이성엽 교수는 “브뤼셀 효과를 노리는 EU와 마러라고 효과를 노리는 미국 사이에서 제3의 길을 찾는 노력을 지속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2025-07-15 18: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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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강국 도약의 갈림길, '두뇌 유출' 위기 넘어 '한국형 AI'로 활로 찾나
[이코노믹데일리] 대한민국이 인공지능(AI) 기술 패권 경쟁의 격랑 속에서 ‘AI 3대 강국’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내걸었지만 핵심 인재의 해외 유출이라는 암초에 직면하며 국가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반도체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정작 AI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경쟁력에서는 뒤처지고 있다는 냉정한 평가 속에 한국만의 강점을 살린 ‘한국형 AI’ 전략이 생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 전망을 모색해야 할 중차대한 시점이다. ◆ ‘AI 3대 강국’ 청사진… 현실은 ‘두뇌 유출’ OECD 최하위권 새 정부는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AI 산업을 지목하고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3·3·5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최근 공개한 ‘새정부 성장정책 해설서’를 통해 현재 세계 7위 수준인 AI 경쟁력을 3위까지 끌어올리고 2% 이하인 잠재성장률을 3%대로 6~12위 수준인 국력을 5위로 각각 제고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밝혔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은 발간사를 통해 "진짜성장은 저성장과 불평등의 늪에 빠져들어 가는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한 새로운 성장전략"이라며 "저성장을 해결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생존과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기술주도성장 △모두의 성장 △공정한 성장 등 3대 전략 아래 △AI 3대 강국 진입과 미래전략산업 육성 △에너지 전환과 산업 업그레이드 △중소벤처 및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 확립 △지역 성장과 국토 공간 혁신 △공정과 상생의 시장 질서 구축 등 5대 과제를 추진, 경제·산업의 대도약을 이루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청사진 이면에는 심각한 ‘두뇌 유출’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인구 1만 명당 AI 인재 순유출입은 -0.36명으로 OECD 38개국 중 35위라는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AI 인재가 국내로 유입되기보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의미다. 룩셈부르크(8.92명), 독일(2.13명), 미국(1.07명) 등이 AI 인재 순유입 상위 국가인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과학 학술 연구자 유출입 분석에서도 한국은 인재 공급처 역할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해외 과학자의 유입률(2.64%)은 국내 과학자의 유출률(2.85%)보다 낮았으며 ‘전문성을 가진 인력’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2021년 순유출 규모는 -8만4000명으로, 2년 만에 ‘두뇌수지 적자’가 6000명이나 늘어났다. SGI 보고서는 “유능할수록 한국을 떠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이는 결국 국가 연구·개발(R&D) 경쟁력과 기술주권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대졸자의 해외 경제활동 시 1인당 공교육비 손실 2억원 이상, 세수 손실 3억원 이상이라는 분석도 이러한 위기감을 뒷받침한다. ◆ 반도체 ‘총알’은 있지만… AI ‘총’과 ‘사격술’은 부족 글로벌 AI 시장은 이미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으로 재편되고 있다. 양국은 천문학적인 자본과 인재를 쏟아부으며 AI 기술 개발과 생태계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오픈AI의 ChatGPT, 구글의 제미나이, 메타의 라마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중국 역시 바이두의 어니봇, 알리바바의 통이치엔원 등을 앞세워 맹추격 중이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선전은 AI 시대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에 있어 한국의 핵심적 역할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AI의 진정한 경쟁력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특히 거대언어모델(LLM)과 같은 기초 모델 개발 능력과 이를 활용한 서비스 혁신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한국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AI 전문가는 "우리가 반도체라는 훌륭한 '총알'을 만들고 있지만 정작 그 총알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총'과 '사격술'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현재 상황을 빗대어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의 AI 모델은 아직 내수 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특정 서비스에 국한된 경우가 많아 글로벌 경쟁력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인재 유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단기 실적 중심의 평가체계, 경쟁국 대비 낮은 보상, 연공서열 중심의 경직된 인사 문화, 부족한 연구 인프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천구 SGI 연구위원은 “성과와 연동된 급여체계를 만들고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을 강화하는 것은 국내 인력 유출을 막는 것과 동시에 해외 인력이 유입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 위기 극복의 열쇠, ‘한국형 AI’ 전략과 과감한 혁신 미·중의 초거대 AI 경쟁 구도에서 후발주자인 한국이 막대한 자본과 방대한 데이터를 앞세운 스케일 경쟁으로 단기간에 우위를 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냉정한 현실 인식이다. 이에 따라 ‘한국형 AI’ 전략이 유일한 해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와 특화된 데이터를 활용해 차별화된 AI 모델과 서비스를 개발하자는 전략이다. 정부 관계자는 "모든 것을 잘하려 하기보다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집중하여 '작지만 강한 AI 강소국'으로 나아가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이 보유한 양질의 공공 데이터, 제조업·의료·교육 등 특정 산업 분야의 특화된 데이터 그리고 한국어라는 언어적 특수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높은 수준의 의료 시스템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학습시킨 AI는 정밀 진단 및 신약 개발 분야에서, 제조업의 공정 관리 노하우를 학습한 AI는 생산성 향상과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형 AI’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첫번째로 양질의 데이터 확보다. AI 모델의 성능은 학습 데이터의 질과 양에 좌우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데이터 칸막이 현상과 개인정보보호 규제 등으로 데이터 활용이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데이터 댐을 구축하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곳에 물길이 닿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그리고 AI 핵심 인재 양성 및 확보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AI 인력 특히 글로벌 수준의 연구 개발을 이끌 고급 인재 확보를 위해 해외 인재 유치와 함께 국내 대학 및 연구기관의 AI 교육 시스템 혁신이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AI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낡은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신기술·신산업을 적극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규제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네거티브 규제 방식 도입과 AI 윤리 가이드라인 정립을 통해 기술 발전과 사회적 수용성 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2025-06-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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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내년 대화형 AI 에이전트 'AI 탭' 출시…검색부터 예약·구매까지 원스톱
[이코노믹데일리] 네이버가 내년 중 사용자와의 대화를 기반으로 장소 예약이나 제품 구매까지 지원하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 'AI 탭(가칭)'을 선보인다. 이는 네이버가 보유한 블로그, 카페, 지도, 페이 등 다양한 특화 서비스를 AI와의 대화로 매끄럽게 연결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전략으로 글로벌 빅테크 중심의 AI 에이전트 시장 경쟁에 본격 가세한다. 네이버는 12일 서울 서초구 네이버 D2SF 사옥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AI 탭'은 통합검색창과는 별도 페이지로 제공될 예정이며 사용자의 질문 맥락을 깊이 이해하고 추론 과정을 통해 실제 웹페이지나 앱에서 이뤄지는 행동까지 보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5살 아이와 제주도 갈 만한 곳 추천해줘"라고 입력하면 기존 대화나 네이버 서비스 이용 기록 등을 통해 파악한 맥락에 따라 다양한 장소를 추천한다. 이후 특정 장소를 골라 여행 코스를 요청하면 네이버 지도상 최적의 동선을 안내하고 필요시 숙소 주변 다른 장소를 추천하며 예약 가능한 메뉴까지 바로 제시한다. 이는 단순 정보 검색을 넘어 사용자의 최종 행동까지 돕는 AI 에이전트 시대에 부합하는 기능이라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김상범 네이버 검색플랫폼 리더는 "쇼핑, 로컬, 금융 등 네이버가 보유한 버티컬 서비스가 AI 에이전트 시대에 굉장히 유용해질 것"이라며 "사용자 관점에서는 내 데이터를 관리하면서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누가 제일 잘 제공할 수 있냐가 중요한데 이는 네이버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네이버 검색은 이용자의 검색 과정을 하나의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맞춤형 통합 에이전트로 진화할 것"이라며 "생성형 AI 기술 확대로 이용자의 복잡적인 요청이나 질문을 해결하는 단계로 검색 외연이 확장 중"이라고 덧붙였다. AI 에이전트 도입에 앞서 네이버는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면 AI가 관련 내용을 요약해 상단에 보여주는 'AI 브리핑' 서비스의 적용 범위도 대폭 확대한다. 현재 전체 검색어의 약 3% 수준인 AI 브리핑 대상 검색어 비중을 연내 20%까지 늘리고 금융과 헬스케어 등 주제를 추가하는 동시에 문서 번역, 긴 영상 핵심 요약 등 다국어 지원과 멀티미디어 결합 형태로도 선보일 계획이다. AI 브리핑은 기존 통합검색 경험과 향후 등장할 AI 에이전트를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재엽 네이버 검색플랫폼 리더는 "통합검색에서 AI 브리핑을 통해 답변을 일차적으로 받고 답변을 이어가고 싶을 때는 AI 탭을 통해 할 수 있다"며 "AI 탭은 이미지, 블로그 탭 등에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진입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보, 쇼핑, 로컬, 금융 등 각 주제별 DB와 서비스가 결합된 버티컬 검색의 강점을 살린 AI 브리핑은 다양한 에이전트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버는 AI 중심의 검색 환경에서도 콘텐츠 창작자와의 상생을 위한 'AI 하이라이트 프로젝트(가칭)'도 준비 중이다. AI 브리핑에 인용된 창작자 콘텐츠에 'AI 픽'이라는 배지를 부여하거나 AI 검색에 최적화된 출처를 모아 소개하고 창작자 구독이나 카페 가입 등으로 이어지는 사용자 경험(UX)을 개발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양질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네이버는 오랜 기간 자체 검색 엔진을 개발·운영하며 축적한 검색 인프라, 한국 이용자에 특화된 방대한 데이터, 그리고 강력한 버티컬 서비스 생태계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사용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예약, 구매, 결제 등 최종 단계까지 끊김 없이 지원하는 지능형 검색 서비스로 진화, AI 시대 검색 패러다임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다.
2025-06-12 16: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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