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은 9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 소재 롯데케미칼 ECC(에탄크래커)・EG(에틸렌글리콜) 공장 준공식에서 “세계 수준의 석유화학 시설을 미국에 건설·운영하는 최초의 한국 석유화학회사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회사 발전은 물론 한국 화학산업의 미래를 위해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공장 준공으로 롯데케미칼은 연간 글로벌 에틸렌 생산규모 약 450만t으로 국내 1위, 세계 7위권에 들어설 전망이다. 이제 롯데는 유가변동에 따른 리스크 최소화와 안정적인 원가 경쟁력을 구축해 원료・생산기지・판매지역 다변화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게 됐다. 연초 신 회장이 강조했던 선진국 시장 사업 확대 전략이라 볼 수 있다.
이날 준공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해 한미 양국의 에너지 협력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31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가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준다며 추켜세웠다.
정치적인 입장에서 현 정권 국무총리와 미국 대통령의 응원은 전 정권의 국정논단과 관련된 신 회장 입장에서 명예회복의 기회가 됐다.
신 회장은 2016년 6월 기공식 이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렸다. 지난해 2월 70억원 뇌물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 선고를 받았지만 10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대법원은 사건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
롯데가(家) 형제의 난 역시 신 회장의 고충에 무게를 더했다. 창업주인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2015년 7월 동생인 신 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했다. 이후 주총 대결에서 잇따라 승기를 거둔 신 회장은 집행유예 반년만에 에너지 사업에 새 역사를 쓰게 됐다.
특히 숱한 위기에도 이날 준공을 이끌어낸 신 회장의 뚝심 경영이 주목받는다. 주요 기업들이 2014년 저유가로 셰일가스가 원가경쟁력을 상실하자 프로젝트를 줄줄이 취소했지만 신 회장과 최고 경영진이 사업을 밀어부쳤다고 롯데 측은 설명했다.
이번 공장 건설은 그간 유통과 식음료 중심이던 롯데그룹이 석유화학 선두주자로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신 회장의 광폭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그는 지난 1월 신년사에서 “우리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위험 앞에 서 있다”며 임직원의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빠른 실패 경험을 축적해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자는 주문도 했다.
한편 신 회장은 집행유예 직후인 지난 연말 베트남 총리 면담과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조성 기공식을 이어갔다. 그는 재판과 수감으로 잃어버린 기회를 되찾아오듯이 롯데의 석유산업 지도를 꾸준히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