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은 이런 모습에 재미를 느꼈다. 그래서 같은 거짓말을 세 번이나 반복했다. 그런데 어느 날 정말로 늑대가 나타났다. 이때 양치기 소년은 도움을 요청했지만, 어른들은 더 이상 이 소년의 말을 믿지 않았다. 아무도 소년을 도우러 가지 않았다. 결국 마을의 모든 양이 늑대에 의해 죽었다.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사태'를 지켜보며 이솝 우화 '양치기 소년'이 떠올랐다. 소년이 무모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양들이 모두 목숨을 잃진 않았을 것이다. '인보사 사태' 역시 거짓말이 발단이다.
인보사는 골관절염을 치료하는 세포유전자치료제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해 2017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주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293유래세포)란 사실이 3월 말 공개됐다.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개발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결국 거짓말이 문제였다. 사실대로 허가를 신청했다면 허가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거짓 자료를 냈고, 거짓말의 후폭풍은 일파만파 퍼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거짓말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우선 정부와 회사 말만 믿고 한번 치료에 700만원에 달하는 인보사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다. 환자들은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주사제를 비싼 돈을 주고 맞은 셈이다. 인보사는 지금까지 3700여 차례 투여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거짓말을 호재로 인식한 주식 투자자들도 큰 손실을 보게 됐다. 만약 코오롱티슈진이 상장폐지된다면 주주들의 손실은 훨씬 더 커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티슈진의 이웃 회사들도 치명타를 입었다.
'인보사 사태'의 여파로 두 달간 코스닥 제약업종의 시가총액은 2조8000억원 가까이 증발했다. 코스닥시장 제약업종 지수(종가 기준)는 지난 3월 29일 9699.30에서 5월 29일 8558.65로 11.76%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 하락률(-5.19%)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코스닥 제약업종의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32조9960억원에서 30조2020억원으로 2조7940억원가량 감소했다. 이 기간 코스닥 전체 시총 감소액(14조9690억원)의 19%가량을 차지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시총은 3월 29일 8582억원에서 5월 29일 2282억원으로 줄었다. 코오롱티슈진 주가 역시 3월 29일 3만4450원에서 5월 28일 8010원으로 76.75% 떨어졌다. 이 기간 시총은 2조1021억원에서 4896억원으로 1조6214억원 줄었다.
인보사 사태로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로 바이오주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보사 사태가 불 난 바이오업계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인보사 사태'를 두고 제2의 황우석 사태란 비판까지 나온다. 황우석 교수는 사람의 난자에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추출했다는 거짓 논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 사태가 실수에서 비롯된 거라면 일말의 동정이라도 받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의도적인 거짓말은 용서 받을 수 없다. 거짓말로 인해 실제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본 당사자가 느낄 분노는 엄청날 것이다.
누가 뭐래도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티슈진은 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이다. 회사를 믿었던 환자와 투자자는 양떼다. 회사의 무모한 거짓말에 환자와 투자자는 큰 고통을 겪게 됐다.
양치기 소년을 도와줄 동네 어른들은 더 이상 없다. 소년이 직접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코오롱티슈진의 소액주주들은 대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어느 정도 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지만,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과 손해가 쉽게 보상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코오롱생명과학 사내이사였던 이웅열 전 회장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환자와 투자자들이 입은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최대한 보상해야 한다.
물론 바이오업계에도 사죄하고, 업계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더 이상 거짓말이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거짓말에 대한 대가가 결코 적지 않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려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