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갤럭시 폴드와 노트10으로 쌍끌이 흥행에 도전한다.
삼성전자는 2일 “모바일 생태계의 연결성을 한 차원 높일 새로운 갤럭시를 공개한다”며 다음달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삼성 갤럭시 언팩’ 행사를 예고했다.
이번 언팩 행사에는 갤럭시 노트10 출시가 유력하다. 언팩 예고 영상에는 노트10에 탑재될 것으로 보이는 펜이 카메라 렌즈를 그리는 모습이 담겼다.
노트10 공개 행사 말미에는 갤럭시 폴드 출시일도 공개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애플이 키노트(제품 발표회) 말미에 ‘원 모어 띵(One more thing…)’을 화면에 띄우는 전통을 참조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다.
상반기 출시 예정이던 폴드는 미국발 화면 결함 논란 이후 시장 진입이 미뤄졌다. 제품은 디스플레이 보완이 끝나 양산을 기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갤럭시 노트 출시와 함께 주목받은 부분은 고동진 사장의 뒤늦은 고백이다. 고 사장은 최근 ‘인디펜던트’ 등 외신과의 회동에서 준비가 덜 된 폴드 출시를 자신이 밀어 붙였다고 밝혔다. 화웨이 폴더블폰 ‘화웨이X’을 견제해야 하는 압박감이 컸음을 보여준다. 화웨이도 폴더블폰 출시를 미뤘다. 인터뷰에서 그는 폴더블폰에서 놓친 부분이 있지만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드 출시일에 차질이 생기면서 삼성전자는 두 제품 출시가 시선 분산이 아닌 시너지로 이어지기를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담달폰(다음달 나오는 폰)으로 불리게 된 갤럭시 폴드가 250만원대 가격을 극복하고 시장에 안착하려면 삼성폰 수요 상당부분을 흡수해야 한다. 하반기 프리미엄폰 교체 수요가 갤럭시 노트로 쏠릴 경우 갤럭시 폴드 흥행에 걸림돌이 된다. 다만 갤럭시 노트는 펜 중심 기기이므로 사용 목적이 확연히 갈려 충성 고객 이탈은 적을 수도 있다.
갤럭시 폴드가 처음엔 비난을 샀지만 ‘새 시대 맏형’이 될 기회는 열려있다. 제품이 부담스런 두께와 4대 3 화면비, 높은 가격을 극복하고 시장에 안착할 경우 아이폰 이후 처음으로 제품군의 ‘원형’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고 사장의 역전 드라마도 이어지게 된다. 2016년 고 사장이 소개했던 갤럭시 노트7은 홍채인식 보안과 결재로 주목받았다가 배터리 발화로 수조원대 손실을 냈다. 이듬해 갤럭시 노트8이 출시 37일만에 100만대가 팔리며 와신상담의 사례로 남았다. 다만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 노트9은 이전작과 달라진 점이 많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5G 원년에 갤럭시 10주년작인 갤럭시 S10은 다시 호평을 받으며 불티나게 팔렸다. 갤럭시 S10은 출시 50일도 안돼 100만대 넘게 팔렸다.
이런 점에서 고 사장의 고백은 제품 보완에 대한 자신감이자 두 갤럭시 흥행의 예고편이 될 수 있다. 악재를 딛고 두 제품 모두 흥행가도를 달리게 되면 고 사장은 불리한 상황을 두 배로 뒤집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