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사장은 이날 오전 임직원에게 보낸 메세지에서 "선진국들은 보호무역주의 강화 차원에서 철강 수출품의 관세부과 및 수입량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움직임이 향후 회사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선제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에 나선 데 이어 일본이 수출규제를 강행하는 등 위협적인 대외환경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
국내 상황도 녹록치 않다고 우려했다. 당진제철소 고로 조업정지와 관련해서다. 안 사장은 "충남도의 고로 10일 조업정치 처분으로 고로 중단 위기가 있었으나 노사가 합심해 중앙심판위에서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며 "조업정지 취소로 완전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녹록치 않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4.1%로 급감해 수익을 논하기 전 미래 투자여력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브라질 광산댐 붕괴, 서호주 싸이클론 피해 등으로 철광석 가격이 71% 급등하는 등 하반기 최악의 경영위기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현대제철이 처한 이 같은 대내외 경영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노사 협력'이라고 안 사장은 말했다. 그는 "노사간 협력과 이해만이 현재와 같은 사면초가의 경영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으며 최고의 철강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조속히 처리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 사장은 "올해가 현대제철의 새로운 노사관계 원년으로 기록될 수 있도록 이번 (임단협)교섭에서 노사 합심해 위기를 헤쳐나가자"고 말했다.
안 사장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경쟁사 포스코에서 영입해온 인물이다. 파격적인 인사였다. 그러나 파격적인 성과를 보여주기에는 대내외적 환경이 뒷받쳐주지 못했다. 전세계 철광석 공급량의 절반가량을 담당하는 호주와 브라질에서 공급차질이 빚어져 철광석 가격은 지난 4월 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상승은 실적부진으로 이어졌다. 현대제철은 2분기 영업이익 2326억원을 기록, 전년동기 대비 38.1% 감소했다.
지난 5월에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고로를 개방하면서 플리더 밸브릉 개방해 대기오염을 유발시켰다며 충청남도가 조업정지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제철 노동조합은 전날 열린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70.1% 찬성으로 파업까지 가결했다. 앞서 현대제철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사측이 수차례 불참했다는 이유로 파업 찬반투표를 예고한 바 있다. 안 사장이 이날 내보낸 '노사 협력' 메세지는 노조의 마음을 움직이고 현대제철의 내부 결집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