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은 지난 2015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에서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약속했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현장에서 시범서비스를 적용해 그 가능성을 봤고 지난 4월 4년 전 그 약속을 현실화시켰다.
그러나 KT는 올 2분기 5G 통신에 대한 투자비용이 영업이익의 두 배를 넘어서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대신 5G 요금제 가입자 증가에 따른 매출과 가입자당월매출(ARPU)이 1년 만에 반등하면서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통신사 간 점유율 격차가 줄어들면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수많은 논란과 의혹도 끊임없이 황 회장을 따라다니며 퇴진압박에 시달려왔다. 업계는 그가 아름다운 완주를 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는 연결기준 2분기 매출은 6조985억원, 영업이익은 288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증가지만 영업이익은 27.8% 감소했다.
4월 시작한 5G 사업이 성과를 보이며 전체 매출을 키웠다. 그러나 5G 네트워크 투자와 마케팅 비용이 늘면서 이익은 줄었다. 2분기 임금단체협상 종료에 따른 인건비 소급분 500억원도 일회성 비용으로 발생한 탓이다.
재무적투자(CAPEX) 비용도 5G 상용화로 크게 늘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추가지출 비용만 5137억원에 이른다. 5G 상용화가 단기 실적에 악재가 된 셈이다. 2분기 마케팅 비용은 7116억원으로 2018년 2분기 5919억원 대비 20.2% 늘었다. 2분기 CPEX는 전년 동기(4080억원)보다 두배 가까이 증가한 8020억원을 집행했다.
이 같은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수 있었던 것은 황 회장의 확신 때문이다. 그는 5G 기술이 사회, 산업적으로 괄목할만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혁신 플랫폼 사업 성장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1953년 부산에서 태어난 황 회장은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공과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메사추세츠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전기공학 박사를 받고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책임연구원, 인텔의 자문위원을 맡았다. 삼성전자에 영입된 그는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2배씩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을 주창하면서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이끌기도 했다.
지난 2014년 KT 회장에 취임한 그는 세계 최초 5G시범 서비스 시연 외에도 국내 최초 기가인터넷 상용화(2014년),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 출범(2017년) 등의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황 회장은 고액 연봉과 막대한 성과급, 불법 정치자금사건, 아현화재로 인한 통신 마비 등 수많은 논란 속 장본인으로 끊임없이 퇴진 압박에 시달려왔다.
황 회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그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자 또 ‘KT현상’이 일고 있다. KT는 2002년 민영화됐다. 그러나 정부출범 때마다 낙하산 인사가 관례화됐기 때문에 차기 회장선임을 놓고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지난 2018년 평가보상위원회에서는 이강철, 김대유 신임 사외이사를 둘러싸고 황창규 회장 이후 문재인 정권 코드에 맞추기 위한 임명이라는 논란도 있었기 때문이다.
KT도 차기 회장 선출에 대한 공모를 준비중이다. 차기 회장 선임프로세스를 만들었으며 2019년 주총을 통해 정관까지 개정했다. CEO추천위원회에 집중돼 있는 권한을 분산했다.
회장 선임 프로세스를 지배구조위원회에서 회장 후보군의 조사‧구성, 회장후보심사위원회에서 회장 후보자를 심사하고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를 확정해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방식이다. 지배구조위원회를 중심으로 사내 회장 후보자군 구성 및 조사를 진행중에 있다. 공개모집 및 전문기관 추천 등을 통해 내외부 모두를 고려한 최적의 차기회장 후보자군을 발굴하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반대파에서는 지배구조위원회 멤버가 황 회장의 사람이라며 이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또 이사회 전체 운영 총괄도 황 회장 비서실장을 지낸 삼성 출신 경영지원부문장인 김인회 사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획대로 차기 최고 CEO가 선출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결국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막대한 출혈을 감안하고도 추진한 5G 점유율 판도도 하반기 뒤집어질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6월 기준 3위 사업자 LGU+(29%)의 빠른 추격이 2위인 KT(31.4%)는 물론 1위 SK텔레콤(39.7%)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SK텔레콤은 전체 점유율에 비해 큰 폭 감소했고 KT는 현상유지인 반면 저가 요금제로 승부를 건 LGU+만 유일하게 점유율이 올랐기 때문이다.
황 회장의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가운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