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출범과 대우조선해양의 그룹 편입은 정기선 부사장 체제를 공고히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결합심사 등은 차치하더라도 문제는 그 이후다. 대내외 경제환경이 녹록치 않은 만큼 그룹 전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 오롯이 승계만을 위한 지배구조개편이었다는 질타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정기선 부사장의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관련 본계약을 체결했다.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한국조선해양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산은이 한국조선행양의 2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유럽, 중국, 일본 등을 대상으로 한 기업결합승인이 완료되면 한국조선해양은 조선 4사(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해양)를 지배하게 된다.
지배구조개편에 따른 한국조선해양 출범은 크게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우선 ‘통합’을 통한 국내 조선업 경쟁력 강화다. 또 다른 시선은 ‘승계 목적’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소유와 경영 분리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모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최대주주로 25.08%를 보유중이다. 정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부사장은 5.1%(2018년 3월 확보)를 갖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모태사업인 조선 부문은 지난 2014~2015년 대규모 손실 발생 후 2016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전년대비 수익성이 하락했다. 현대오일뱅크를 중심으로 한 정유부문도 작년 실적이 둔화됐지만 조선 부문에 비하면 ‘효자’ 노릇을 했다.
전문경영에서 오너경영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따갑다. 이를 무마할 수 있는 것은 단연 실적 개선이다. 특히 모태사업이자 상대적으로 부진한 조선업의 정상화가 필수다.
그러나 실적 개선을 오롯이 정기선 부사장의 공으로 돌리기 어렵다. 애초부터 그룹 내 알짜사업을 영위하고 있었으며 주요 매출처도 현대중공업 등으로 계열사 영향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결국 정기선 부사장은 한국조선해양 출범 후 변화된 현대중공업그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룹 내 조선부문은 올 들어 신규선박에 대한 공사손실충당금 설정액 감소, 원가절감 노력 등으로 수익성은 개선추세에 있다. 수주잔고도 늘면서 고정비 부담이 줄고 일부 선종의 선가 회복세로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룹 지배구조개편 과정에서 자산 매각,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재무안정성도 나아진 상황이다.
기업결합심사 승인 완료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약 6000억원 내외 자금이 소요될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 지분매각 대금(1조4000억원)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인수 후 대우조선해양의 차입부담과 유상증자 등 추가 자금소요로 재무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해결방법은 조선4사의 실적 개선과 함께 한국조선해양의 가치 상승뿐이다. 자산매각 등으로 방어해왔지만 수익성 저하가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부담 지속으로 그룹 전반 현금흐름은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의 잉여현금흐름(FCF)은 적자전환(-3892억원)했다. 조선부문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정유·화학도 적자 폭이 확대된 탓이다. 정기선 부사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이슈는 제외하고 조선3사의 추가 재무악화는 제한적”이라며 “자구계획 등이 효과적으로 이행되면서 단기적으로 큰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이 편입되면 업황이 좋지 않은 조선업 상황을 고려할 때 개선 가능성은 상당히 더딜 것”이라며 “현대오일뱅크 등 계열사 지분매각 대금을 어디에 사용할지 여부에 따라 그룹 방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