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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앞엔 장사 없다…끊이지 않는 재벌 형제간 법적 다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범종 기자
2019-09-19 07:52:28

삼성·한진家, 분쟁 당사자 사망 등으로 화해 못해

'미워도 다시 한 번' 다툼 끝낸 금호·롯데·한화

조현준 효성 회장. [[사진=효성그룹 제공]]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1심 선고 이후 재벌가 법적 다툼 배경이 주목 받고 있다. 비 온 뒤 땅이 굳듯 돈독해진 가족이 있는가 하면 갈등의 골을 메우지 못한 경우도 있다.

조 회장은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6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그가 개인 미술품을 효성 아트펀드에 고가로 편입시켜 12억원 손해를 입힌 배임 혐의와 허위 직원을 등재해 급여 받은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사건은 검찰과 조 회장 양측이 항소장을 제출해 2심으로 넘어간다.

이 사건은 동생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2017년 조 회장이 대주주인 계열사 트리니티에셋 매니지먼트 최현태 대표를 상대로 7억원 손해배상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조 전 부사장은 그가 효성 계열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경영 판단이 불합리하지 않다고 봤다.

당시 재판을 두고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형인 조 회장을 겨냥해 소송을 냈다는 관측이 나왔다. 2014년 7월부터 동생이 형을 상대로 고발하기 시작한 효성가 형제의 난 여파다. 조 회장 측은 이번 횡령・배임 재판 과정에서 동생 조 전 부사장이 경영권 욕심으로 무리하게 고발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부사장은 미국 뉴욕주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 아버지 조석래 회장 요청으로 1999년 효성에 입사했다. 2013년 회사를 떠난 뒤 그룹 내부 비리를 폭로하며 소송을 제기해왔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제공]

◆생전 화해 못한 한진・삼성 형제들

살아생전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형제는 지난 4월 눈 감은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가(家) 사례가 유명하다. 창업주 고(故) 조중훈 회장은 슬하에 4남 1녀를 두었다. 2002년 선친이 작고한 이후 조양호 전 회장이 대한항공과 한진그룹, 차남인 조남호, 3남 조수호, 4남 조정호 회장이 각각 한진중공업과 한진해운, 메리츠금융을 물려받았다.

이후 형제는 부친의 유언장 진위 여부, 조 전 회장의 순환출자 구조 완성 등을 둘러싸고 ‘형제의 난’을 치렀다. 소송은 2011년 정리됐지만 이미 강 건넌 감정은 돌아오지 못했다. 조 전 회장 별세 이전 형제들이 공식 석상에서 마주 한 때는 모친 고(故) 김정일 여사가 타계한 2016년이 마지막이었다. 그 사이 형제들은 계열사 물량을 다른 회사로 돌렸다. 대한항공은 메리츠화재와 보험계약을 해지했고, 한진중공업과 메리츠금융은 대한항공을 이용하지 않았다.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5월 아버지 스위스 예금 채권 상속 미신고 재판에서 형제간 다툼이 아쉽고 허무하다고 했다.

삼성가 역시 형제 간 다툼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한때 삼성의 황태자로 불리던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은 2012년 동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4조원대 상속재산을 돌려달라는 취지로 소송했다. 아버지 이병철 삼성 회장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동생이 단독명의로 변경했다는 주장이었다. 형제 간 장외설전은 “건희는 형제지간에 불화만 가중시켜왔고 자기 욕심만 챙겨왔다”(이맹희 회장), “우리 집에서는 퇴출당한 양반”(이건희 회장) 등으로 달아올랐다.

소송은 이건희 회장 승소로 끝났다. 법원은 상속회복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났고 재산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이맹희 회장은 중국에서 폐암 투병을 이어가다 2015년 8월 눈을 감았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사진=아주경제DB]

◆허망한 다툼…등 돌렸다 마주 앉기도

더 늦기 전에 해묵은 싸움을 끝낸 경우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박찬구 형제는 2016년 7년간의 법정공방을 마쳤다. 당초 표면적인 갈등은 회사 경영 방침으로 불거졌다. 창업주 고(故) 박인천 회장의 3남 박삼구 전 회장이 2006년과 2008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를 추진하며 형제 간 마찰이 시작됐다. 인수를 반대한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이후 금호산업 지분 매각과 금호석유화학 지분 확보로 분리경영을 추진했다. 박삼구 회장은 2009년 박찬구 회장을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에서 해임했다. 박찬구 회장은 이듬해 채권단의 분리 경영 결정에 따라 회장직으로 복귀했다.

이후 알려진 송사만 10여건이다. 2014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가 비서실에서 문건을 빼돌렸다며 고소했지만 1・2심 모두 무죄 판결이 나왔다. 금호석유화학이 2015년 박삼구 회장에 의한 손해를 주장하며 그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다.

롯데 역시 올해 집안 다툼을 끝냈다.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은 1995년 부동산 실명제 시행 이후 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 명의로 신탁했던 땅을 회사 명의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반목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 이전에 어쩔 수 없이 부친과 동생 명의로 땅을 샀다는 주장과 아버지가 동생에게 직접 땅을 물려줬다는 주장이 대립했다. 그룹 내 직위에서 해임된 신준호 회장은 법원에서도 패소했다.

회사 규모가 비대해진 롯데는 2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또 다시 ‘형제의 난’을 반복했다. 신 명예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2015년 7월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했다. 신 회장은 이를 무효 행위로 규정하고 맞섰다. 이후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대결에서 잇따라 형을 이긴 신 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뇌물공여와 경영비리 사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며 경영권 전쟁에서 형을 눌렀다.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의 이사직 해임이 부당하다며 롯데 계열사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가 6월 한국과 일본에서 패소했다. 그는 5월 아버지 신 명예회장과 누나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동생 신 회장을 선처해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내고 6월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신 회장 해임안 안건을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먹했던 형제가 다시 부둥켜안기도 한다. 한화그룹 창업주 고(故) 김종희 회장이 1981년 눈 감은 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동생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은 1992년 분가 과정에서 지분 분할 문제 등 유산 분쟁을 시작했다. 주요 계열사 경영에서 밀려난 김호연 전 회장은 형을 상대로 재산권 분할 소송을 제기했다. 아버지 타계 당시 유언이 없었고 자신은 군 복무중이었으나 형이 의사 타진 없이 재산 명의를 임의로 바꿨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김승연 회장은 1981년 당사자 간 합의로 상속재산이 합법적으로 분배됐고 10년 시효가 끝나 ‘상속이 원인무효’라는 주장은 설득력 없다고 맞받아쳤다.

이후 형제는 1995년 할머니 장례식과 어머니 칠순을 계기로 재산 분할에 합의・화해하고 깊은 우애를 보여주고 있다. 두 형제는 집안 행사 때마다 모임을 이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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