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가 직영주유소 매각 공시를 올린지 2주 만에 현대오일뱅크와 코람코자산신탁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통보했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직영주유소 매각, AJ렌터카 인수 등의 행보를 보이면서 사업구조개편에 속도를 내고있다. 최 회장이 이 같은 변화를 꾀하는 이유는 '수익성 저하'가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SK네트웍스 사업부는 크게 유통, 소비재, 상사로 나뉜다. 유통 부문은 스마트폰과 석유제품(주유소) 유통 사업이다. 소비재 부문은 SK렌터카, AJ렌터카, 스피드메이트, SK매직 등의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상사 쪽에서는 철강, 화학 무역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중 최 회장이 인수한 SK매직(전 동양매직), AJ렌터카 부문이 전체 수익성을 개선하면서 SK네트웍스 사업구조 중심축이 '종합상사'에서 '렌탈사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재무유동성↓ 부채비율↑···재무안정성 저하
SK네트웍스는 최근 수년간 1%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매출이다. 2014년 22조4000억원에 이르는 매출은 지난해 13조900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금융비용을 비롯해 중단영업 손실을 계속 반영해 올해 6월 말 기준 당기순이익은 5억원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재무유동성은 지급능력, 신용능력을 판단하기 위해 쓰이는 신용분석적 관점에서 가장 중요하다. 비율이 클수록 그만큼 기업 재무유동성은 크다. 통상 200% 이상으로 유지되는 것을 이상적으로 본다. 그러나 SK네트웍스는 2015년 92.1%에서 올해 6월 말 69.9%까지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25.6%에서 336.9%로 늘어나는 등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순차입금비율은 51%에서 177%로 늘어나면서 재무안정성 지표가 악화됐다.
NICE신용평가는 SK네트웍스의 'EBIT/매출액 0% 지속'을 등급하향 트리거로 제시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EBIT/매출액' 1.0%로 0%를 벗어났으나 아직은 안심할 수 없다.
◆CAPEX 등 현금흐름 개선 시급
올 6월 말 기준 SK네트웍스 사업부문별 매출비중은 글로벌 32.52%, 정보통신 38.21%, 렌터카 10.76%, MOST 9.01%, 스피드메이트 2.20%, SK매직 5.42%, 기타 1.88%다.
SK네트웍스는 영위사업 특성에 기인하는 운전자금 변동, 사업 양수도, 렌탈자산투자 등 자금소요 영향으로 자금조달 전 현금흐름 변동성이 다소 크게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부문은 본원적으로 국내외 경기, 환율, 물동량 등 외부 요인에 따른 실적변동성이 높고 기타부문의 호텔 사업은 2016년 중 면세점 철수 영향으로 사업경쟁력이 약화됐다.
현금흐름도 좋지 않다. 잉여현금흐름은 수년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때문에 SK네트웍스는 현금흐름과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매출액 비중이 9% 정도인 직영주유소 정리에 나섰다. 에너지 사업은 과거 SK네트웍스 주력 사업으로 한때 40%를 넘는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SK그룹 내 SK에너지와도 중복되고 특히 경쟁력이 점점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SK네트웍스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바로 현금흐름이다. 호텔 리모델링, 렌터카 사업 확대 등 투자가 지속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SK매직과 AJ렌터카 등 가전, 차량 렌탈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을 잇달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렌탈사업은 반(半)금융업으로 불릴만큼 안정적 수익이 보장된다.
SK매직 매출비중도 5%로 SK네트워크 내 비중이 크지 않지만 순이익(150억원)은 전 사업부문 중 가장 높다. AJ렌터카도 같은 기간 69억원의 순수익을 내면서 전사 수익을 견인하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웅진코웨이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도 같은 이유다. 연간 5700억원의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웅진코웨이를 인수한다면 현금흐름 개선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주유소 매각 대금 활용도 주목
업계는 SK네트웍스가 이번에 매각한 주유소 대금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2016년과 지난해 각각 SK매직과 AJ렌터카를 인수할 때 기존 사업(패션 사업, LPG충전소 사업, 유류 도매 사업)을 매각해 자본을 확충했다.
특히 SK네트웍스는 이번 자산유동화를 통해 337%(올 상반기 기준)에 이르는 부채비율을 낮추는 등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게 됐다. 지난해 말 2조원 수준이던 SK네트웍스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올 상반기 현재 4조6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급격히 불어난 상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SK네트웍스는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사업구조가 선명하지 않았다"며 "사업구조 개편으로 향후에는 'SK네트웍스는 렌탈비즈니스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렌탈업은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다"며 "사업포트폴리오 업그레이드 효과를 가시화하며 영업이익이 두 배 증가한 3분기 양호한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