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발표가 코앞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공지능(AI) 생활가전을 앞다퉈 내놓으며 경쟁과 견제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29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있는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그랑데 AI 세탁기·건조기’ 출시 행사를 열었다.
이 제품은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결합해 사용습관을 학습한다. 자주 사용하는 코스와 옵션을 기억해 우선순위를 제안한다. 빨랫감이 잠긴 물에 적외선을 쏴, 탁한 정도에 따라 행굼 횟수를 결정한다. 빨래 무게를 감지해 적정량 세제를 자동으로 투입한다. 이를 통해 전기와 물 소모를 줄일 수 있다. ‘AI 코스 연동 기능’은 앞서 진행된 세탁코스에 따라 건조 방식을 결정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1년간 1200만건이 넘는 소비자 실제 사용자료를 제품에 반영했다. 스마트 기능을 사용하는 최신 세탁기에서 주로 어떤 기능이 쓰이는지도 분석했다. 이렇게 준비된 AI는 빨랫감 무게와 오염도에 따른 적절한 세탁 방식을 제안한다. 이후 사용자 습관에 맞춰 서서히 개인 맞춤화된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수직으로 세우면 건조기 조작화면을 보기 어려운 점도 개선했다. 그랑데 AI 세탁기는 자체 조작화면에서 건조기도 조작할 수 있는 ‘올인원 컨트롤’ 기능이 들어있다. 두 제품을 멀리 떨어뜨려 설치할 경우 와이파이를 통해 연동할 수 있다.
상반기 출시될 ‘갤럭시 홈 미니’를 거실에 두고 빅스비로 세탁을 예약할 수도 있다. 당장 세탁물을 꺼내기 힘들 경우 수거 시간을 알려주면 세탁물이 구겨지지 않도록 관리해준다.
그랑데 AI는 지난해 출시된 비스포크 냉장고에 이은 ‘프로젝트 프리즘’ 두 번째 결과물이다. 세 번째 제품은 상반기 출시 예정이다.
AI로 생활가전을 한데 묶는 방식은 삼성전자가 내세우는 ‘경험의 시대’ 근간이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인 김현석 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소비자들이 1억2000만개 스마트 사물인터넷(IoT) 제품을 설치해 쓰고 있는데 이 가운데 6000만명이 실제로 (AI를) 쓰고 있다”며 “이것은 굉장히 큰 저희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새로운 경험’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며 각 기기가 AI로 사용자 개인을 이해하는 인간중심 혁신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 역시 AI 드럼세탁기와 건조기를 다음 달 출시한다. 세탁기는 AI 다이렉트 드라이브(Direct Drive·DD) 모터를 탑재, 빅데이터 기반으로 의류 양과 재질을 분석해 빨래를 한다. 건조기는 가전관리 애플리케이션 ‘LG 씽큐’에 연동돼 세탁 설정에 따라 건조 코스를 결정한다. AI로 예상 고장이나 필요한 조치도 미리 알려준다.
AI 전자제품 경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이달 초 AI 에어컨을 공개하며 사계절 내내 편리하게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오는 30일 4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4분기 삼성전자 잠정 영업이익 7조1000억원 가운데 CE가 6000억~7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본다.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삼성전자는 4분기 신생활(뉴라이프) 가전 판매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앞서 나온 3분기 CE 영업이익은 55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0억원 낮아졌다. TV 실적이 낮아졌지만 애드워시 세탁기와 프로젝트 프리즘 첫 편인 비스포크 냉장고 판매가 늘어서다
LG전자 생활가전(H&A) 3분기 영업이익은 428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4130억원보다 159억원 늘어난 것이다. 스마트폰 만드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부문이 1612억원 적자를 낸 가운데 가전이 실적 근간임을 보여줬다.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986억원으로 시장 예상치인 2000억원대에 한참 못 미친다. 지속적인 MC 부문 적자 확대가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CES로 건재함을 증명한 가전사업은 향후 성수기 영향으로 수익성 회복을 견인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