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쇼핑을 선호하는 소비자 구매 패턴 변화와 코로나19 사태 등의 여파로 온라인 결제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온라인 결제액 증가가 카드 시장을 넓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카드사들은 온라인 결제에서 점차 비중을 늘려 가고 있는 '간편결제(페이)'와의 경쟁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온라인 결제액은 전년동기 대비 18.4%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도 큰 영향을 끼쳤다. 각 카드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설 명절 직후 일주일간(1월 28일~2월 3일) 온라인 카드결제액은 지난해 설날 직후 동기간 대비 44.5% 증가했고 오프라인 결제는 9.3% 줄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5060세대의 온라인쇼핑이 증가해 온라인 결제에 익숙하지 않던 새로운 고객 유입도 주효했다. 온라인 쇼핑업체 11번가에 따르면 지난 설 명절 직후 일주일간 50대와 60대의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68%, 48% 증가했다. 한번 온라인으로 흡수한 고객들은 꾸준히 온라인 결제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카드사에 유리할 수 있다.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온라인 결제 대부분이 카드로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온라인 결제 증가는 전체 카드승인실적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온라인 결제가 증가하는 가운데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온라인 결제시장의 경쟁자인 '페이' 서비스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로 불리는 간편결제 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간편결제서비스 이용실적은 일평균 535만건, 162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18.2%, 15.8% 증가했다.
소비자 조사 전문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와 한양대학교 유통연구센터가 2017년 7월 시작한 '상품구입 행태 및 변화 추적조사'에 따르면 간편결제는 2017년 4분기 온라인 결제 이용의 17%에 불과했지만 2019년 4분기에는 29%로 크게 늘었다. 반면 신용·체크카드는 72%에서 60%로 감소했다.
현재의 간편결제 서비스는 대부분 카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페이 결제 시 미리 등록한 카드를 사용하는 지급결제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하반기 신용공여기능 시행으로 간편결제사들이 후불결제로 스스로 돈을 빌려줄 수 있게 되면 카드사와 손잡을 필요가 없어진다.
카드사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페이 서비스와 제휴한 각종 상품을 내놓으며 협력에 나서는가하면, 반대로 자체 페이를 출시하며 직접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추세다.
KB금융은 지난 12일 간편결제 플랫폼 'KB페이' 출시를 밝히면서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와의 전면 경쟁에 나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전통 금융사로서는 최초로 간편결제 시장에 나서는 것으로 기존에 금융사가 잡고 있던 지급결제 주도권을 이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반대로 간편결제와의 제휴를 통해 '적과의 동침'을 이어가는 카드사들도 있다. 신한카드, 삼성카드, 우리카드 등의 카드사들은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과 제휴를 맺어 온라인 간편결제 이용 시 할인혜택을 제공하는가 하면, '페이'를 상품 이름에 내세우며 제휴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업체 간 제휴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우리카드와 페이코가 제휴한 체크카드 발급 중단에 이어 지난 13일에는 신한카드가 '신한카드 네이버페이 체크카드' 발급 중단을 알렸다. 네이버가 신한카드 측에 먼저 제휴 종료 요청을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업계는 이러한 현상을 간편결제 서비스의 영향력 확대와 연결시키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와 페이는 경쟁관계에 있다"면서 "현재는 간편결제 업체가 지급수단으로 카드를 이용하기 때문에 카드 이용량 증가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향후 간편결제 업체가 신용기능까지 갖게 되면 업체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