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하기로 하고 매각 주간사에 크레디트스위스(CS)를 선정했다. 두산건설에 이어 두산중공업 계열사 정리를 본격화 하며 경영 정상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매각 대상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7%로 매각대금은 6000억∼80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두산그룹은 지금까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산 매각을 지소적으로 추진해왔으나 이번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은 다소 이례적인 행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두산그룹 측은 현재까지 두산솔루스와 모트롤BG, 두산타워, 골프장 등 그룹 내 비중이 적은 계열사 및 부동산 자산 매각에 초점을 맞쳐왔는데 그룹 내 알짜로 꼽히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은 파격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선순위 매물이던 두산건설, 두산솔루스 등의 매각 협상이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며 지지부진하자 우량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 마저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그룹 경영 정상화에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동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굴삭기시장 호황 수혜를 누리고 있으며 지난 2016년 이후 3년 연속 흑자 기조의 견실한 기업으로 회복되고 있다"며 "매각이 성사되면 그룹 유동성 회복을 위한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기계와 엔진을 생산하는 계열사로 지난해 매출액은 8조1858억원, 영업이익은 8404억원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이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등 자구안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관계사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재무적 지원을 진행한 바 있다. 따라서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 시 향후 그룹 내 자회사 지원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51.05%는 매각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은 매각대금을 활용,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밥캣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106억원(개별 기준)으로 전년(41억원)보다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밥캣을 제외하고 매각 시 두산인프라코어가 매물로써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산그룹은 또 두산건설 매각 작업을 높이기 위해 일부 자산과 부채를 신설회사 밸류그로스에 넘기는 물적분할을 단행했다. 그동안 두산건설 통매각을 추진해왔지만 여의치 않자 팔릴 만한 자산만 떼어내 파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그동안 두산건설 인수를 희망하는 원매자들 사이에서는 미수채권 등 부실자산까지 인수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잠재적 부실을 없애기 위한 방안으로 분할 매각을 선택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잠재적 부실 요소를 없애고 남은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이뤄진 분할”이라고 설명했다.
분할 후 두산건설은 자산 2조2300억원, 부채 1조7800억원이 된다. 밸류그로스는 자산 2500억원, 부채 800억원이다. 신설회사 주식 중 보통주 69.5%는 두산건설이 갖고 종류주식 30.5%는 두산건설 레저사업을 분사한 두산큐벡스에 800억원에 매각한다.
이번 매각은 채권단이 두산중공업에 3조6000억원을 지원한 대안책으로 제시한 재무구조 자구안 실행의 일환이다. 채권단은 지원 당시 그룹 측에 자산 매각을 통한 3조원 규모의 자금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한편 또 다른 알짜 자회사인 두산솔루스 매각은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솔루스는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지분 가격을 두고 협의를 진행했으나 결렬됐다. 이후 공개매각으로 전환했지만 경쟁입찰은 추진하지 않고 있다. 또 두산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두산솔루스 지분은 61.3%(3960만주) 중 53.7%(2125만주)가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이뤄져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