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은 29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직 의원의 입장문을 대신 밝혔다. 이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이스타항공 창업자로서 번민과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며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홀딩스 주식을 이스타항공 측에 모두 헌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상직 의원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지분 39.6%(약 41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제주항공-이스타항공 간 인수합병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 된 임금체불 액수를 웃도는 규모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5개월 간 임직원 임금을 체불한 상태로 체불임금 규모는 약 25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스타항공 매각을 위해 승부수를 띄우면서 제주항공을 압박한 것이다. 실제로 이스타항공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제주항공이 인수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수 차례 강조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는 "이상직 이스타항공 창업자와 가족들의 통큰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제주항공이 당초 약속한대로 진정성을 가지고 인수작업을 서둘러주시기를 1600명 임직원들과 함께 강력하게 촉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항공과의 M&A가 진행되면서 이스타항공은 정부 지원대상에서도 배제돼 시간만 보내고 있다"며 "금명간 인수에 대한 확실한 의사 표명을 해주시길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스타항공 근로자 대표 측도 "창업주 결정은 이스타항공의 발전을 위한 용단이라 생각한다"며 "이제는 제주항공이 답할 차례"라며 제주항공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이어 "제주항공과의 인수체결 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제주항공은 딜클로징을 미루고 있고 회사와 임직원 고통은 전가되고 있다"며 "조속히 협상 테이블에 나와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은 양사의 거래 종결시한이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지난 4월 말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납입일을 이달 30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측은 해외 기업결합심사 등 선결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에 거래 종결시한도 미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스타항공 측은 인수협상을 연장할 경우 존립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여기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대주주가 임금체불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겠다는 의사를 표한 이상 매각 불발로 이스타항공이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제주항공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체불 임금은 현금 외 방법으로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 의원이 헌납한 지분은 체불 임금을 넘는 규모지만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는 점은 여전히 제주항공을 협상장에 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