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종목들이 상장 직후 잇따라 주가가 하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에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가치가 높게 책정되길 바라기 때문에 주간사가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해 IPO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전문투자자 참여를 유도해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하고, 기관투자자들이 주식을 장기보유하도록 유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빅히트 주식 환불 소동…기업 가치 고평가 논란 점화
최근 주식 관련 각종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이번에 주식 거래를 처음 시작한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을 환불받고 싶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상장 직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IPO 대어'를 제외한 나머지 성적표는 더 초라하다. 공모가 아래로 시초가가 형성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주가가 하락해 오히려 손실이 나타나는 경우도 다반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국내 증시에 입성한 29개 상장사 중 첫날 시초가 아래로 주가가 떨어진 곳은 무려 20곳, 평균 낙폭은 -19.65%로 나타났다. 해당 업체들은 단기차익조차 노리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처럼 대부분 IPO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당시 기업 가치를 산정할 때부터 고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반적으로 상장 준비 기업은 상대가치 평가방법을 활용하는데. 빅히트는 EV/EBITDA(시장가치/세전영업이익)를 이용했다. 비교기업은 JYP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 YG PLUS, 네이버, 카카오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들 종목의 EV/EBITDA 평균은 42.36배로 산출됐다.
일각에서는 EV/EBITDA가 적용되는 분야는 통신, 화학 등 장치산업인데도 엔터테인먼트 업종에 평가를 진행한 것이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높은 가치 기업과 버금가도록 평가를 받도록 만드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빅히트 뿐만 아니라 'IPO 대어'로 손꼽히던 SK바이오팜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바이오주의 매수심리와 투기심리가 작용했다는 평가가 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배틀그라운드' 외 수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고평가가 됐다는 논란이 많았다.
익명을 요청한 증권사 연구원은 "IPO를 진행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신들의 기업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받고 상장했을 때 최대 한도의 자금을 끌어올 것을 요구한다"며 "IPO 주간사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증권사들의 제안서를 확인하고 승낙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입맛에 맞는 증권사를 고르기 때문에 가장 기업을 고평가 해주는 증권사를 선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엔젤·벤처투자자 IPO 참여·공모주 장기 보유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창업초기기업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 엔젤·벤처투자자가 IPO 시장에 참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보람 한국금융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초기 투자자와 IPO시장 투자자간 정보 비대칭 문제를 완화하고, 초기 투자자에 의해 공모가가 높게 산정되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금이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공모주를 장기간 보유하도록 유도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금까지는 의무확약보유기간이 끝나자마자 차익실현을 위해 주식을 매도하면서 주가가 하락했지만, 장기간 보유했을 때 혜택이 주어진다면 주가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기관투자자가 IPO 전에 결정되는 공모가격으로 공모주식 일부를 장기투자하고, 그 대가로 공모주식 배정을 확약받는 '코너스톤 인베스터' 제도나 공모주를 장기보유하면 세금을 감면하는 등의 정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