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롯데그룹과 SK그룹이 다수의 계열사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나서면서 주간사 타이틀 획득을 위한 증권사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두 그룹 계열사 상장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예상했다.
◆롯데렌탈 RFP 발송…SK 계열사 10여개 상장 대기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렌터카 업계 1위 롯데렌탈이 다수의 증권사에 상장을 위한 입찰요청제안서(RFP)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렌탈의 상장 추진은 시장 지위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최근 업계 2위인 SK렌터카가 바짝 추격해오는 상황에서, 1위를 지키기 위해 차입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렌탈이 IPO에 성공하면 자금 조달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롯데그룹에서는 롯데렌탈을 신호탄으로 호텔롯데 상장도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 11.1%, 롯데물산 31.1%, 롯데알미늄 38.2%, 롯데렌탈 25.7% 등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호텔롯데의 상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퍼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롯데렌탈이 성공적으로 상장을 마무리하면 덩달아 호텔롯데의 기업 가치도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SK그룹도 최근 계열사들에 대한 IPO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미 ‘알짜기업’으로 알려진 SK아이이테크놀로지(주간사 미래에셋대우), SK바이오사이언스(주간사 NH투자증권)에 대한 주간사 선정이 끝났다.
추가적으로 SK팜테코, SK실트론, SK E&S도 상장 후보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SK텔레콤의 자회사 원스토어와 ADT캡스, 웨이브, SK브로드밴드, 11번가 등도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그룹이 SK바이오팜 ‘IPO 대박’ 이후 기업공개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평가한다. SK바이오팜의 상장 증거금으로만 31조원이 몰려들면서 323.02대 1이라는 청약경쟁률을 기록했고, 상장 이후에도 연일 상한가를 이어갔다.
◆NH·한투·미래에셋 등 선두권 경쟁 본격화
롯데와 SK그룹 계열사들이 대거 상장을 추진하면서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IPO시장 1~3위 증권사의 물밑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IPO을 진행하는 기업은 자사 가치를 높게 평가해 자금 동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증권사를 주간사로 선정한다. 따라서 해당 그룹 계열사의 IPO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증권사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트랙레코드’가 있는 주간사들에 추가 기회가 돌아갈 확률이 높은 구조다.
증권업계에서는 SK그룹 계열사 IPO의 경우 SK바이오팜 상장을 성공시킨 NH투자증권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애초 예상대로 NH투자증권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간사로 선정됐다. 또한 바이오 계열사인 SK팜테코 주간사 선정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SK매직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미래에셋대우가 상장 주간사를 맡았다. 바이오 분야는 NH투자증권이, 반도체와 렌탈 등 다른 분야는 미래에셋대우가 대표 주간사가 될 확률이 높다게 관련업계 전망이다.
롯데그룹의 경우 롯데리츠 상장 주간사였던 한국투자증권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의 경우 과거 옛 대우증권, BOA메릴린치,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등 3곳에서 맨데이트를 확보했는데, 대우증권이 미래에셋증권과 합병하면서 공동 주간사의 한자리가 공백으로 남게 됐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지금까지 계열사 IPO의 주간사를 선정할 때 많은 주간사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선호했다”며 “호텔롯데가 상장을 재추진 하면 먼저 상장주관사를 추가하는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