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본입찰에서 GS건설이 불참한 이유로 ‘실사 자료’와 ‘기간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최근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초대형 인수‧합병(M&A)의 투명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GS건설 측은 두산인프라코어 본입찰과 관련해 “본입찰 이전에 요구한 만큼 충분한 실사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DICC 소송 관련 구체적 해결방안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GS건설의 불참으로 전일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는 현대중공업지주와 유진기업이 최종 참여하는 2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애초 업계에서는 GS건설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가능성을 낮게 예상했다. 그 동안 다양한 ‘빅딜’에 참여하려 시도했지만 실제로 성사된 사례가 적다는 게 이유다. 특히 우량기업을 위주로 매물을 점검하는 GS건설의 성향에 비춰볼 때, 두산인프라코어는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M&A 참여가 지금까지의 사례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며 GS건설의 완주를 예상했었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가 GS건설의 계열분리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두산그룹 입장에선 기술유출 우려와 DICC 관련 판결을 앞두고 있어 일부 중요 자료는 제공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 FI는 SI(전략적투자자) 대비 특정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만큼 더 광범위한 자료를 요구하는 문제도 있다.
GS건설은 SI지만 기계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다는 점, DICC 소송 우려 등을 고려하면 FI와 같은 수준의 자료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후자는 모든 원매자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요인이다. 두산그룹 측은 “걱정할 것 없다”며 안심시켰지만 뚜렷한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관련업계에서는 실사 자료와 시간 제공을 제한하는 듯한 산은의 M&A 진행 방식이 결국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GS건설 역시 올해 10월 두산인프라코어의 인수전 참여를 선언한 만큼, 원만한 지원이 있었다면 충분한 실사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동일한 이유로 기존 숏리스트에 포함된 FI들도 불만을 표했던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IB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 두산인프라코어 모두 실사 문제가 거론됐다”며 “과거 대우조선해양도 마찬가지였던 만큼 해당 이슈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매각은 이런 문제가 빈번하지 않다”며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구조조정 특수성 탓에 실사 자료 제공 범위를 놓고 의견도 분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사 불충분 문제가 지속 거론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에 따른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종산업 간 결합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도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실사 기간이 다소 길었다는 점은 부정적 요인이다.
IB관계자는 “실사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후 1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며 “코로나19 변수 등을 고려해도 거래가 상당히 지체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HDC현산이 실사 부족에 대한 정당성을 어떻게 입증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