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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유통산업 규제] ② "대형마트 1곳 폐점하면 주변상권 매출 285억원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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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유통산업 규제] ② "대형마트 1곳 폐점하면 주변상권 매출 285억원 감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강지수 기자
2020-12-10 10:16:08

마트 폐점 앞둔 일대 상권선 "같이 죽을 판"…대형마트 폐점하면 주변 상권 매출 5%까지 하락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전통시장 입점해 매출↑활성화 이끌어…"집객효과 컸다"

삼척중앙시장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매장 전경. [사진=이마트 제공]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대형마트 규제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규제를 버티다 못한 매장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집객효과'를 누리던 일대 상권 매출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도봉구 롯데마트 등 올 하반기 폐점을 앞둔 마트 일대 상권에서는 "마트 폐점으로 매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우울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형마트뿐 아니라 복합쇼핑몰, 백화점 등으로 규제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대형마트 폐점하면 주변 상권 매출 5% 하락

한국유통학회가 올해 1월 발표한 '대규모유통업체의 출점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폐점할 경우 인근 중소상인들의 매출액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2018년 폐점한 이마트 부평점 인근의 신용카드 가맹점 결제와 고객의 카드 이용 데이터,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이마트 부평점 폐점 2년 전 매출액을 100으로 봤을 때 부평점 인근(0~3㎞) 슈퍼마켓 매출액은 폐점 1년 103.08을 기록했다. 그러나 폐점 1년 이후에는 101.34로 폐점 2년 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돌아갔다.

반면 이보다 먼 3~6㎞ 거리에 있는 슈퍼마켓은 폐점 1년 전 103.26에서 폐점 1년 후 107.59까지 매출액이 늘어났다. 대형마트가 주변 상권에 집중돼 있던 고객이 폐점으로 인해 다른 상권으로 빠져나갔다는 분석이다.
 

[사진=한국유통학회 제공]


대형마트 점포 폐점 후 1㎞ 반경에 있는 주변 상권 매출이 약 5%까지 하락했다는 연구 통계 결과도 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지난 9월 한국유통학회로부터 제출받은 '유통규제 10년 평가 및 상생 방안' 연구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폐점 2년 전의 매출이 100일 때 폐점 후 대형마트 반경 0~1㎞ 거리에 있는 상가의 매출은 4.82%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경 1~2㎞에 있던 상가의 매출은 2.86% 감소했다. 2~3㎞, 3~4㎞ 구간 매출은 각 5.62%, 2.49% 증가했지만 폐점 전 연간 성장률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둔화됐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대형마트 1개점 폐점 시 0~3㎞ 범위의 주변 상권에서 285억 원의 매출이 감소하는 셈이다.

연구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주변 상권의 직간접 고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마트의 직접 고용인력뿐만 아니라 입점 임대업체, 용역업체, 수많은 납품업체에도 영향을 미쳐 대형마트 1개 점포가 문을 닫을 경우 945명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주변 상권의 매출 감소 영향으로 반경 3㎞ 이내의 범위에서 429개의 일자리도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대형마트 1개 점포가 문을 닫으면 총 1374명의 고용이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한 의원은 "대형마트 규제 정책대로라면 마트 폐점이 주변 상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하지만 실증적 분석 자료를 보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과거 오프라인 대형유통과 중소유통 간 경쟁에서 현재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유통 간 경쟁 구도로 바뀌었지만 유통산업정책은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대기업 유통점포, 전통시장 활성화 이끌었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제천 중앙시장점. [사진=이마트 제공]


대기업 유통점포가 전통시장 안에 들어서면서 활성화를 이끈 사례도 있다. 전국 15개 매장을 운영 중인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전통시장 공실에 들어선 이후 손님을 유인하는 핵심 시설로 자리잡았다.

이마트 상생스토어는 이마트 자체상표(PB) 상품을 판매하는 노브랜드 전문점으로 시장 주력 제품인 신선식품은 판매하지 않고 있다. 입점시 노브랜드 전문점 외에도 아이들을 위한 키즈라이브러리, 카페 등 고객 쉼터, 시장 환경 개선 사업 등을 동시에 진행해 전통시장을 잘 찾지 않는 젊은 고객의 방문도 유도했다.

2016년 당진 어시장에 처음 선보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입점 이후 시장 매출 증가를 이끌어냈다. 2013년 당진어시장 매출액을 100으로 봤을 때 2016년 매출액은 113.25, 2017년은 132.91로 전년보다 각각 10.99%, 17.36% 증가했다. 당진어시장 공용주차장 월 평균 이용 고객 수도 2016년 50.8%, 2017년 54.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입점한 월배시장 또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입점 이후 점포 매출 평균이 약 30% 증가했다. 문화센터와 사회적기업 홍보관, 카페, 장난감 놀이터 등 다양한 시설을 신설하면서 2030 젊은 주부들의 발길이 이어진 것이란 분석이다.

◆ 복합쇼핑몰 등 '목적형 매장' 주변 상권 활성화

일각에서는 쇼핑뿐만 아니라 레저를 함께 제공하고 있는 복합쇼핑몰이 기존 전통시장 보호를 위한 유산법 규제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프라인을 찾는 발길이 점점 뜸해지면서 이러한 '목적형 매장'이 주변 상권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후 쇼핑 수요 상당부분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오프라인 고객 발길 잡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기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소상공인이라는 오프라인 간의 경쟁구도가 구시대적이란 비판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상당부분 넘어가면서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 등 목적형 매장은 사람들의 오프라인 발길을 이끌고 주변 상권을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상권은 공동 운영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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