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사(제조업체)가 중간 유통채널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유통하는 D2C(Direct To Consumer·소비자직접배송)이 증가하고 있다. 자사 온라인몰이나 오픈마켓 등을 통해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형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면서 향후 D2C를 통한 유통업계의 충성 고객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D2C는 제조업체가 대형마트나 이커머스 등 중간 유통채널을 거치지 않고 자사 유통채널을 이용해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업체는 소비자들의 구매 데이터와 반응을 직접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D2C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외부 유통채널에서는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를 받을 수 없지만, 자사 채널을 활용하면 소비자 빅데이터를 직접 수집·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나이키가 미국 아마존을 떠난 이유는 빅데이터 확보 때문"이라면서 "자사가 판매하는 어떤 제품에 구매 욕구를 느끼는지, 마케팅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 다양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체가 직접 가격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외부 채널에 입점할 때는 MD와 판매가격을 협상하고 수수료를 지불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자사 유통채널을 이용할 경우 이러한 과정을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 수수료가 줄어든 만큼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
충성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도 자사몰 육성 이유로 손꼽힌다. 이커머스 이용 고객들은 상품 가격에 따라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 한 브랜드를 꾸준히 소비하기가 비교적 어렵다. 반면 한 번 자사몰에 유입된 고객은 꾸준히 한 브랜드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CJ제일제당, 한국야쿠르트, 동원 등 식품업계는 유료 멤버십을 도입하고 여러 혜택을 제공하면서 '집토끼'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하림은 지난해 NS홈쇼핑을 통해 D2C 유통 전문 자회사 '글라이드'를 출범하면서 소비자에게 제품을 직접 판매하기 위한 플랫폼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하림은 향후 유통 전반을 이같은 D2C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하림 관계자는 "식품은 일반적으로 유통마진이 높은 편"이라면서 "중간 유통처를 거치지 않고 생산 공장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면 판매가는 낮추고 품질은 높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패션업계도 자사몰을 육성하면서 D2C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한섬 온라인몰 '더한섬닷컴'은 지난해 3분기 499억원의 매출을 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한 수치다. 온라인 매출비중은 전체의 19.1%로 최대치를 나타냈다. 한섬은 자사몰에서 축적한 고객 구매 데이터를 통해 온라인 전용 상품을 기획해 선보이는 등 D2C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22년에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스마트온 센터'를 설립해 자사몰 물류역량을 보다 확대할 계획이다.
원더브라와 플레이텍스 등의 언더웨어 브랜드를 전개하는 그리티도 자사몰 육성에 힘쓰고 있다.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비대면 채널 매출 가운데 자사몰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절반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 또한 기존 로드샵 시스템에서 각종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는 소비자 직접거래 방식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비중을 높이기 위해 이커머스 채널 입점을 늘리는 한편, 생산시설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유통하는 자사몰 비중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 유통 과정 덜어낸 만큼 커지는 '자체 운영' 부담...자본력 중요성도
그러나 아직까지 넘어야 할 관문은 많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자사몰을 론칭한 식품업체들이 많지만 전반적으로는 D2C가 시작 단계라고 보고 있다"라면서 "자체 유통망을 구축해야 하는 만큼 물류 등 해결해야 할 사항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자본력에 따라 물류 시스템, 마케팅 등 D2C 채널 육성과 안정화 역량에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지 않은 경우 자사몰보다는 쿠팡, 11번가 등 대형 이커머스 채널의 '규모의 경제'에 집중하는 것이 매출 증대에 효과적인 경우도 많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매출 비중이 커지면서 직원 복지 차원에서 운영하던 자사몰을 일반 소비자에게도 오픈했지만 사실상 브랜드 페이지 정도의 개념으로 보고 있다"면서 "온라인 경쟁력의 핵심은 가격인데, 자사몰 유통 수수료가 낮다 해도 대형 이커머스에서 나오는 규모의 경제 효과는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브랜드 경쟁력이 D2C의 성패를 가를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결국 기존 인지도에 따라 자사몰 고객 유입 여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할인 행사 등의 마케팅을 펼쳐 고객을 유입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업체의 규모에 따라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는 이커머스가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D2C도 점점 커지는 구조로 갈 것"이라면서 "데이터 수집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코로나19로 온라인몰이 활성화된 점도 기회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자본이나 마케팅 역량 보유 여부에 따라 D2C 매출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