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당초 알려진 연임 고사의 의사를 접고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됐다. 후보군은 김 회장을 비롯해 함영주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 디지털리테일그룹 부행장,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 등 4명이 선정됐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차기 회장 최종후보군(숏리스트)을 이들 4명으로 압축했다. 회추위는 앞서 14명의 잠정후보군(롱리스트)에 대한 면밀한 검증을 거쳐 비전과 중장기 경영전략, 기업가 정신, 경력, 전문성 등을 평가해 숏리스트를 구성했다.
업계의 관심은 그간 연임에 나서지 않고 후계구도 양성에 주력하겠다고 밝혀 온 김 회장의 거취에 집중된다. 하나금융 안팎에서는 김 회장의 뒤를 이어 공식 서열 2위 함 부회장이 무난히 입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특히 함 부회장이 채용비리와 사모펀드 사태 등에 연루되면서 법률 리스크에 노출된 것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결국 조직의 안정을 우선한다는 목표로 회추위는 김 회장의 후보군 편입과 4연임을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 지배구조 내규에 따라 최고경영자의 나이는 만 70세로 제한된다. 회추위는 올해 만 69세인 김 회장에게 기대를 걸며 내년 주총까지 약 1년의 임기를 더 맡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 모습이 비쳐지고 있다.
김 회장과 함 부회장을 제외한 박 부행장, 박 전 행장의 경우 내부서열과 출신 등의 사유로 후순위로 밀렸다는 분석이 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함 부회장이 회장직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김 회장이 후보군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며 "함 부회장의 법률 리스크를 피하면서 현직 프리미엄에 무게를 싣는다는 인식을 강하게 내비치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윤성복 하나금융 회추위 위원장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최종 후보군을 확정했다"며 "그룹의 조직 안정을 꾀하기 위한 후보들을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회추위는 숏리스트 후보들을 상대로 심층면접 등을 거쳐 이달 내 최종 후보자를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