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SK와 현대차그룹의 협력이 “시간문제였던 일”이라고 말한다. 현대차그룹에게는 수소 사업과 닯은 LNG 밸류체인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SK의 노하우와 인프라가 매력적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SK그룹은 현재 수소 밸류체인 구축을 위해 자금 마련과 기술·설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주)와 플러그파워 경영진은 지난 25일 온라인 투자 기념식을 개최하고, 아시아 합작회사 설립을 포함한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SK㈜와 SK E&S는 지난달 약 1조 8500억원을 투자해 플러그파워 지분 약 10%를 확보, 최대주주가 됐다.
SK와 플러그파워는 연내 합작법인 아시아JV(Joint Venture)를 설립하고, 2023년까지 수소 사업 핵심 설비를 대량생산 할 수 있는 생산기지를 국내에 건설하기로 했다.
플러그파워는 △차량용 연료전지(PEMFC) 기술 △전해조 구축 기술 △액화수소플랜트·수소충전소 건설 기술 등 다수의 수소 관련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전해조는 물에 전력을 공급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의 핵심 설비다.
SK그룹은 플러그파워와의 협력 외에도, 관련 계열사를 총 동원해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수소 사업 추진단’을 출범하고 △그룹 인프라를 활용한 수소 대량 생산 체제 구축 △수소 생산–유통–공급에 이르는 밸류체인 운영 △수소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기술 회사 투자·파트너십 등을 목표로 삼았다.
SK그룹 수소 밸류체인의 핵심은 SK E&S다.
지난 10년간 LNG 밸류체인을 성공적으로 구축해왔고, 액화기술까지 보유한 E&S를 필두로 수소 밸류체인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액화기술은 수소가 기체 형태로 운송·충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막고, 안정성을 대폭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SK그룹은 E&S를 중심으로 오는 2023년부터 연간 3만톤 규모의 액화수소 생산설비를 건설, 수도권 지역에 액화 수소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E&S는 천연가스를 활용해 2025년부터 25만톤 규모의 ‘블루 수소’를 추가로 생산할 예정이다.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뽑아낼 때 이산화탄소 등 불순물이 생기는데, 이 불순물을 정제한 순도 높은 수소가 바로 ‘블루수소’다.
SK E&S는 연간 300만 톤 이상의 LNG를 직수입하고 있는 국내 최대 민간 LNG 사업자로, 천연가스의 대량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은 수소 사업에서 큰 무기가 된다.
장기적으로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물 분해 방식으로 만든 ‘그린 수소’ 생산 사업에 진출해 친환경 수소 공급 체계를 완성하겠다는 것이 SK그룹의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은 E&S에 부생 수소를 공급할 예정이다.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생산되는 수소로, 지금까지는 유통과 가공 문제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SK이노베이션 산하의 SK인천석유화학은 수도권에 인접해 수소의 장거리 운송에 따른 비용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평가다.
SK그룹은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금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SK㈜는 지난 25일 SK바이오팜 지분 11%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매각해 1조1163억원의 실탄을 마련했다.
SK㈜ 측은 “신성장동력 확보용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지분 매각”이라고 밝혔다.
SK가스도 오는 4일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투자업계에서는 SK그룹이 올해 예정된 자회사 지분 매각과 상장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칠 경우, 최대 8조원의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의 목적은 단순히 친환경 사업 확대가 아니다”라며 “다가오는 전기·수소로의 에너지 대전환에 앞서 그룹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