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들이 대관 업무를 위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를 대거 영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금융당국과의 마찰을 우려해 대관 업무를 맡도록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이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민병현 금감원 전 부원장보를 차기 감사총괄 임원으로 승인할 예정이다.
1962년생인 민 전 부원장보는 중앙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1988년 증권감독원에 입사해 30년 넘게 금융당국에서 근무했다. 민 전 부원장보의 감사위원 선임이 확정되면 천진성 KB증권 감사총괄 전무 자리를 이어받게 된다.
업계에서는 KB증권의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 영입이 금소법 대응을 위한 인사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라임펀드 사태 등으로 내부통제와 당국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1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
임 전 위원장은 2010년 기획재정부 제1차관, 2011년 국무총리실장, 2013년 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금융위원장을 맡은 정통 금융관료 출신이다.
삼성증권 이사회는 임 전 위원장 추천 배경에 대해 관료시절 금융소비자보호법 초안 마련에 관여했던 점 등을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래에셋대우는 과거 금감원 증권시장담당 부원장보를 지낸 정용선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서 다룰 예정이다. 현대차증권도 윤석남 전 금감원 회계서비스국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대형사들이 금소법 시행과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으로 금융당국과의 마찰이 커지면서, 대관 업무를 강화하기 위한 인사 영입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실제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3년간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받고 금융사로 이직한 금감원 직원은 28명으로 집계된다. 이중 19명(68%)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가 터진 지난해 자리를 옮겼다.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에도 금융위나 금감원 고위 임원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오긴 했지만 지난해 사모펀드 사태 이후 더 늘어나는 추세”라며 “금융사와 당국 간의 소통 창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